재작년 가을 국내 SF 소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거의 1천 페이지짜리 “몬스터” 공상과학소설이 있었다. 휴고 상에 빛나는 댄 시먼즈의 <일리움>이 바로 그 책으로서 ‘장대한 스케일의 우주 오페라’로 불리며, 구미에서도 SF문학계의 한 ‘사건’이 되었던 걸로 기억된다. (하긴 1천 페이지 가까운 그 "무지막지한" 두께와 무게 자체로도 이미 찬-반 양론이 들끓기도 했다지, 아마... ? 더러는 분권을 거부한 출판사의 뚝심과 용기를 칭찬하기도 했고, 더러는 "이 괴물같은 책을 어떻게 들고다니면서 읽으란 말이냐?"라고 불평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그 <일리움>의 후속편이 마침내 출간되었다. 전작을 탐독했던 수많은 독자들이 2년 가까이 <올림포스>의 출간을 애타게 기다리다 못해, 출간 재촉 전화로 출판사를 무수히 괴롭혔다던데..... <일리움>의 그 복잡하고도 상상력 넘치는 우주 신화는 결국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이번엔 전작보다도 한술 더 떠서 더욱 두꺼운 1,088쪽 !!!!!)
<올림포스>에서는 전작의 틀이 되었던 호머의 일리아드, 브라우닝 / 셰익스피어의 환상적인 세계, 그리고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바탕으로 유지하면서, 제우스를 비롯한 제신의 암투와 간섭, 스타워즈를 방불케 하는 40세기 로봇, 벡, 젝, 우주선들의 활약, 선악의 대립이 계속된다. 그리고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한층 더 심화되는 가운데, 여러 차원에서 여러 갈래의 사건들이 숨 가쁘게 (그러나 일사불란하게) 진행되는 몇 가지 상이한 시-공간이 펼쳐지며, 예측을 불허하는 반전이 거듭된다.
특히 고답적인 고전문학 작품들을 인용하면서 너스레를 떠는 로봇 친구 만무트와 오르푸의 (스타워즈의 R2-D2와 3PO...?) 대화에는 너털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전편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고도의 과학용어들도 칼라비-야우 끈, 브레인 홀, 체렌코프 복사현상, 분극 필터, 웜홀 등으로 확장되는 모습.
전작 <일리움>을 읽고서 상당히 열광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08년 가을에 나올 것이라던 그 속편 <올림포스>를 그야말로 “애타게” 기다려왔던 댄 시먼즈 열혈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 기발하고도 의미심장한 SF 소설을 몇 마디 말로써 평(?)하기보다는 차라리 작품 표지에 게재된 이 분야 전문가 세 사람의 서평을 소개하는 편이 훨씬 더 정당하지 않을까 :
이 웅장한 SF 대서사시에서, 우리는 원자핵 융합과도 같은 시간의 합창곡을 듣는다. 전편 <일리움>의 신화적 과거가 ‘오래된 미래’로 되살아나고, 현대사의 참혹한 기억들이 수천 년 망각의 지층을 뚫고 깨어나며, 동시대 과학기술의 모험적 시도들이 ‘미래의 역사’로 기록되는 광경을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현재-미래가 한데 엉켜 소용돌이치는 용광로, 또는 신화와 역사와 미래과학의 놀라운 조응이라 할 만하다.
<올림포스>는 ‘우주들의 우주’이자 ‘책들의 책’이다. 그 세계는 기존의 선형적인 독서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모든 것이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차원의 시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순식간에 우리는 또 다른 지구, 또 다른 우주로 양자이동하고, 어느 결에 ‘브레인 홀’에 빨려 들어가 다른 차원으로 내던져진다. 또 다른 우주들 가운데는 위대한 예술가들이 ‘실제로’ 창조해낸 새로운 세계들도 포함된다. 호머의 <일리아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이 접속하며 만들어내는 이 무한한 교체 우주들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가로 미래의 우리가 잃어버리게 될지 모를 ‘인간 정신의 경이로운 복잡성’을 형상화한다. 그리하여 이 여행의 끝에서 돌아보게 되는 것은 결국 ‘인간이 된다는 것’의 두렵고도 소중한 의미일 것이다. ― 박 진(문학평론가, 숭실대 교수)
[일리움]/[올림푸스] 이부작의 세계로 들어가는 독자들은 수천 년에 걸친 서구 문학의 업적들이 양자 역학의 접착제에 의해 멋대로 조립되어 몇 천 년의 시간 속에 펼쳐진 다차원적 미로 속으로 들어간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 세계는 그리스의 제신들이 군림하는 호메로스의 세계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주인공들이 전쟁을 벌이고, 목성의 위성에서 온 두 깡통 로봇들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와 마르셀 프루스트를 토론하는 곳이다. 헛갈린다고? 골치 꽤나 썩히겠다고? 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난장판에서 썩히지 않을 거라면 그 골치는 도대체 어디다 써먹으려나? ― 듀나 (SF 소설가, 영화평론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SF 서사시 일리움의 속편! 태양계 전역을 무대로 그리스 신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1,000쪽을 훌쩍 넘기는 크기가 부담을 주지만 한번 펼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작품 ― 전홍식 (SF&F 도서관장 )
<일리움>과 마찬가지로 <올림포스> 역시 들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을 수는 없을 듯... 얼마나 무거운지, 한 권만 손에 쥐어도 엔간한 여자들은 팔이 떨어져나간다고 울 것 같다. 그래도 한번 손에 잡으면 단숨에 끝장을 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이니, 사나흘 정도 밤잠 설칠 각오를 한다면 보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 참, 근데 전작 <일리움>을 읽지 않고서는 <올림포스>를 이해할 수 없는 걸까? Well, yes and no... 글쎄, <올림포스> 자체로도 얼마든지 훌륭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리움>을 읽고서 들어가는 편이 훨씬 더 완전한 스토리텔링을 누리는 길이 될 것이다. ( 때마침 출판사에서도 전작 <일리움>을 30% 할인 판매한다고 하니... 차제에...!? )
첫댓글 우와..지금 일리움 읽고 있는데..^^ 이제 막 95페이지 넘겼습니다..^^두께가...장난아 아니라서 언제 다 읽을지 걱정...
서점가서 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