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향신문 신춘문예:시] 버터 / 김선민

버터 김선민   추우면 뭉쳐집니다펭귄일까요? 두 종류 온도만 있으면버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뭉쳐지는 힘엔 추운 거푸집들이 있습니다마치 온도들이 얼음으로 바뀌는 일과 흡사합니다문을 닫는 건 오두막일까요? 마른나무에 불을 붙이면그을린 자국과 연기로 분리됩니다창문 틈새로 미끄러질 수도 있습니다문을 꽉 걸어 잠그고 연기를 뭉쳐줍니다고온에 흩어지는 것이 녹는점과 비슷합니다초록색은 버터일까요? 버터는 원래 풀밭이었습니다몇 번 꽃도 피워 본 경험이 있습니다어떤 목적들은 집요하게도 색깔을 먹어 치웁니다이빨에 파란 이끼가 낄 때까지언덕과 평지와 비스듬한 초록을 먹어 치웁니다당나귀일까요? 홀 핀이 물결을 반으로 가릅니다개명 후 국적을 바꾼 귤이 있습니다노새는 두 마리입니다한쪽의 양이 너무 많거나갑자기 차가운 밖으로 밀려나면두 개의 뿔이 돋아납니다그래서 당나귀의 울음은 무게를 느끼지 못합니다저울의 일종일까요? 버터는 뜨거운 프라이팬의 바닥에서 녹습니다녹기 전에는 잠시사각의 모양이었습니다다방면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만책상과 주로 이별에 쓰이는 인사를 닮기도 했습니다안녕일까요?아마도 그럴 겁니다안녕의 모양은 제각각이라한평생 뒤집어도 맞는 짝을 연속해 찾기란 어렵습니다자신과 다른 모양을 가진 인사에분명 트집을 잡고 있을 겁니다부서졌군, 다른 말로 교체해달라는 뜻입니다삐뚤어졌군, 새 말로 달라는 뜻이고요 밀항선을 타고전 세계로 스며들었습니다버터 한 덩어리에는 항로가 기록되어 있습니다난파된 배에서 떨어져 부유하다가 유빙처럼 발견된 버터도 있습니다학자들은 이 유빙이 가로지른 국경선을 분석합니다그리고 마침내 오랜 시간에 걸쳐버터가 녹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창문일까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버터가 사각인 이유는창문에 넣고 굳혔기 때문입니다악천우를 뚫고 달리는 창문은격렬한 속도입니다  ― 2023 《경향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심사위원: 김행숙, 황인숙, 이경수, 송경동)<hr data-ke-style="style5">김선민1997년 경기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