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전기·전자 업계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비주력 사업체 분리 성행 -
- 대기업 분리 이후 재성장에 성공한 기업들을 모델로 삼아 전략적 경영활동 필요 –
- 사업영역의 전환, 과감한 투자, 조직문화의 유연화가 공통적인 성공 전략 –
□ 분리된 샤프의 자회사, 재기를 꿈꾸다
ㅇ 샤프의 자회사였던 니이가타전자공업은 2000년대에 액정디스플레이(LCD) 텔레비전용 전원을 제조하며 사업을 빠르게 확대했으며, 정점을 찍은 2011년 회계연도에는 약 240억 엔 규모의 매출을 기록함.
- 그러나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며 세계 LCD TV 시장에서 점유율 80%(2001년 기준)의 독점적 지위를 자랑하던 샤프는 이후 삼성, LG 등 한국 기업의 맹추격과 일본 경제의 침체로 인해 파국을 맞음.
샤프의 하락세를 보여주는 이미지
자료원: 브릿지경제
ㅇ 니이가타전자공업은 2016년 대만 홍하이 정밀공업(폭스콘)의 샤프 인수를 계기로 MBO(Management Buy Out, 임직원 인수)를 단행하여 독립하였으며, 사무실용 LED 및 공장자동화 기기용 전원장치의 B2B 판매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였음.
ㅇ 2018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니이가타전자공업의 매출액은 31억 엔으로서 2011년 대비 12.5% 수준으로 축소되었으나,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 성장세는 202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임.
- 이에 대해 오카자치 아츠시 사장은 “높은 신뢰도가 요구되는 B2B 시장에서 해외 경쟁업체 대비 차별성을 갖출 수 있었다”며 “과거 대비 매출은 감소했으나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집중해 흑자를 내고 있다”고 설명함.
□ 전 산업 분야로 퍼지고 있는 위기
ㅇ 최근 일본에서는 자금 출자자인 투자펀드가 자리 잡으면서 대기업의 비주력 사업이 분리되어 나오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으며, 복수의 기업 간의 사업통합이나 MBO 등도 증가하는 추세
- 이러한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산업은 전기·전자 분야로서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검토를 하게 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함.
- 2010년 이후 전기·전자 대기업으로부터 비주력 사업이 분리된 사례는 30개 이상이며, 이 중 도시바, 소니, 히타치제작소가 합작하여 만든 재팬디스플레이와 중국 하이얼에 매각된 산요전기의 백색가전 부문 등 고전이 이어지고 있는 케이스도 다수 있음.
ㅇ 컨설팅회사 딜로이트토마츠가 일본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5%가 1년에 1번 이상 사업 포트폴리오 평가를 하고 있다고 답변하였음.
- 일본 IT 대기업 후지쯔의 경우, 라쿠라쿠(일반 제품 대비 조작이 간편한 시니어용 휴대전화) 등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2월 투자펀드 폴라리스캐피털에 휴대전화 사업을 매각했음.
- 비주력 사업의 분리는 전기·전자 산업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며, 이에 대해 미국 펀드 KKR의 히라노 히로후미 일본법인장은 “대기업에 소속되어 있으면 탄탄대로인 시대는 대부분 업종에서 지났다”고 평가함.
라쿠라쿠 스마트폰의 모습
자료원: NTT도코모 홈페이지
□ 위기는 곧 재성장의 기회: 전세 역전의 기회를 잡으려면?
ㅇ 그러나 KKR의 히라노 일본법인장은 분리하여 떨어져 나온 사업체에 대하여 “해당 대기업이 비주력 사업이라고 판단하여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이다”라며 “재성장을 위한 찬스로 여겨라”라고 조언함.
- 매수자가 없는 상태 그대로 청산되어버리는 사업체들도 있는 가운데 매수자가 나선 사업은 그만큼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투자를 받는다면 성장 여지가 남아있다는 의미임.
ㅇ 일본경제신문에서 분석한 재성장에 성공하기 위한 필수 전략 세 가지로는 1) 사업 영역의 재검토, 2) 기동성 있는 전략적 투자, 3) 유연한 조직체계의 구성이 있음.
ㅇ 첫 번째 전략인 사업 영역의 재검토는 앞선 니이가타전자공업의 사례처럼 가격 경쟁이 힘든 영역의 경우 과감히 철수하고, 자사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 경영자원을 집중하는 것을 의미함.
- 사업 규모 면에서 큰 폭으로 축소되더라도 확실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성장의 기점으로 삼는 것이 중요함.
- 소니에서 분리되어 2014년에 일본산업파트너즈에 매각된 VAIO의 경우, 오오타 요시미 전임사장의 지휘 아래 주력 분야를 B2C(개인용 컴퓨터)에서 B2B(전자제품 수탁제조)로 과감하게 전환하여 2016년 5월부터 흑자를 실현하였음.
VAIO 노트북 이미지
자료원: VAIO 홈페이지
ㅇ 두 번째 전략은 승부처를 탐색한 후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으로서, 파나소닉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전략적 M&A를 통해 매출액 기준 2배 이상 성장한 PHC홀딩스가 대표 사례임.
- 2014년에 KKR이 인수한 파나소닉의 헬스케어 사업(현재의 PHC홀딩스)은 독립한 지 불과 1년 만에 바이엘(독일 의약품 기업)의 당뇨 환자용 혈당측정기 사업을 1,400억 엔에 매수함.
- PHC는 2012년부터 신흥국에서의 당뇨병 발병 급증에 대비하고자 바이엘의 혈당측정기 사업을 인수하고자 했으나, 파나소닉 본사에서 1,000억 엔 이상의 투자는 허락을 해주지 않아 불발되었음.
- 현재 매출액 기준 1,900억 엔 규모에 도달한 PHC홀딩스의 코타니 히데히토 사장은 앞으로도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공표하며 지속적으로 사업 규모의 확장을 꾀하고 있음.
PHC의 자가 혈당측정기 사용 모습
자료원: PHC 홈페이지
ㅇ 기존 대기업 계열사의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 마지막 전략으로서, 특히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대대적인 개선을 통해 차별화된 상품이 탄생한 것이 재성장의 계기가 된 기업이 많음.
- 특히 투자 펀드 폴라리스의 키무라 사장은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라며, “경영진부터 현장직까지 모든 직원이 하나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뭉쳐야 한다”라고 설명함.
- 일본 화장지 시장 점유율 1위(2017년 기준 23%) 기업인 다이오제지는 2017년에 닛신보 페이퍼 프로덕츠(점유율 4위, 8%)를 인수하였으며, 인수를 계기로 신상품 개발 시 마케팅기획, 영업, 생산 등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이 모여 의논하는 시스템을 고안함.
- 이러한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다이오제지는 기존 두루마리 휴지 대비 흡수력이 5배 높아 피부에 들러붙거나 찢어지지 않는 ‘비데용 화장지’를 개발하여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에 성공함.
다이오제지와 일반 휴지의 흡수력 비교
주: (좌) 다이오제지의 흡수력이 5배 높은 휴지, (우) 타 기업의 일반 휴지
자료원: TBS 라디오
□ 시사점
ㅇ 대기업에서 분리된 비주력 사업체 중에는 적절한 투자만 있다면 보유하고 있는 핵심기술 및 알짜 브랜드 등을 활용하여 재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이 다수 존재하므로 일본 투자 프로젝트 혹은 M&A 매물 탐색 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
ㅇ 또한 재성장에 성공한 일본 기업들의 경영전략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중소·중견기업에도 유효하기 때문에, 이들의 전략 중 필요한 것을 취사선택하여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함.
일본 전자 분야 대기업에서 분리된 주요 사업 현황
자료원: 닛케이비즈니스
자료원: 일본경제신문, ‘샤프 붕괴’(AK 커뮤니케이션즈, 2016), 각 기업 홈페이지, TBS 라디오 및 KOTRA 나고야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