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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 = 이우희 기자] 일반고의 학력저하가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31일 입시업체 하늘교육이 서울 일반고 214곳의 2012학년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재학생 3분의 1 이상이 언수외 평균 7∼9등급을 받은 학교가 32.7%(70곳)에 이르렀다. 7∼9등급은 백분율 하위 23% 이하로 사실상 4년제 대학 진학이 어려운 수준이다. 서울시내 일반고의 ‘슬럼화’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보통학력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 3가지로 뭉뚱그려 성적을 발표하는 학업업성취도평가에 비해 9개 등급으로 세분화한 수능 점수로 확인한 일반고의 슬럼화는 생각보다 선명했다.
서울시내 지역별 양극화도 심각했다. 예상대로 강남(16.1%) 서초(17.6%)를 포함하는 ‘강남 8학군’은 7~9등급 학생 비율이 20%를 밑돌았다. 이어 노원(22.7%) 양천(23.5%) 용산(23.8%) 송파(23.8%)등 교육특구도 30%를 넘지 않았다. 반면 중소업종 집약지대로 교육환경이 열악한 금천은 43.6%의 학생들이 수능성적 7등급 이하였다. 이어 중랑(39%) 동대문(37.3%) 성북(37%) 영등포(36.3%) 역시 수능최하위권 학생 비율이 40%에 육박했다.
최저등급 학생 수가 3분의 1을 넘는 일반고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성북구(7곳)였다. 이어 중랑 은평(이상 5곳) 양천 동대문 관악(이상 4곳) 등이다. 서초와 강동은 7∼9등급 학생이 3분의 1 이상인 일반고가 없어 눈길을 끌었다. 서초구는 대표적인 교육특구이고, 강동구는 교육특구인 송파와 지리적을 가깝다. 7∼9등급 학생 비율이 재학생의 40%를 넘는 일반고도 15.9%(34곳)에 달했다. 50% 이상인 학교는 4곳으로 중랑구의 A고(56.9%), 중구의 B고(52.5%), 성북구의 C고(52.1%), 금천구의 D고(51.4%) 등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일반고의 슬럼화 원인으로 추첨방식 자사고의 과다 지정을 들었다. 서울은 고교 평준화지역으로 최소한의 학교 선택권을 부여하는 이른바 ‘고교선택제’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우선순위를 매겨 고교선택을 하기 전에 상위권 학생 대다수는 특목고와 자사고로 빠져나간다는 데 있다. 서울시내 한 일반고 교장은 “지역적 성별 안배 없이 25자사고를 동시다발적으로 지정하면서 일반고로 유입되는 최상위권이 급격히 줄었다”고 토로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서울의 경우 특목고에다 자사고가 늘면서 일반고의 학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학교간, 지역간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실 수업 분위기는 상위권 학생이 얼마나 섞여 있느냐가 좌우한다"며 "최상위권 유출로 일반고에서는 학습지도와 생활지도가 모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일반고와 달리 전국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 가운데엔 경쟁력 있는 학교가 많았다. 전국에서 7~9등급에 해당하는 학생이 단 1명도 없는 학교는 16곳이었다. 수험생이 1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 5곳을 제외하면 11곳. 전남 화순군 능주고, 경기 화성시의 병점고, 충남 천안시의 북일여고, 경북 안동시의 안동여고, 경북 울진군의 울진고 등이다. 모두 고교 비평준화지역이다.
고교비평준화 지역은 성적순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지원이 가능한 지역으로 일반고간 경쟁문화가 남아있다. 천안지역의 경우 복자여고 북일여고 천안고 천안중앙고 등 경쟁을 통해 발전해온 여러 학교가 모두 전국적인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 2012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복자여고 천안고가 보통학력이상 비율 100%를 기록했고, 천안중앙고(98.9%) 천안쌍용고(98.5%) 천안여고(97.9%) 북일여고(97.5%) 천안두정고(96.2%)를 포함 모두 7개교가 90%를 넘겼다. 일각에선 일반고 슬럼화를 자사고 폐지론으로 몰고 가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한 교육 관계자는 "일반고의 슬럼화를 두고 자사고 마녀사냥으로 몰아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반고의 자구적 노력과 함께 일부 학생의 경우 사회적 눈높이에만 따를 게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맞게 마이스터고 등 특성화고교에 관심을 두도록 독려하는 부모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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