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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남은 이야기 스크랩 일용할 양식
피안의 새 추천 0 조회 108 12.10.05 00:39 댓글 17
게시글 본문내용

 

 

오늘 처음 통밀가루로 만든 식빵

 

 

Raul Di Blasio - Unicornio

 잃어버린 나의 푸른 유니콘을 찾아주오~

 

인터넷으로 주문한 식빵틀이 엿새만에 도착했다. 연휴를 껴서 그런지 주문한지 거의 일주일만에 도착한 것...

이미 빠리 바게트에서 사온 호밀 식빵이 거의 다 떨어져 가는데 초조한 기다림 끝에 오늘 오후에야 빵틀이 내 손에 들어 왔다.

 

모닝 빵부터 포카챠까지 틀 없이 만들 수 있는 것만 만들어 오며 버텼는데

일반 빵틀에 세배 정도 비싼 고급 빵틀이라 내심 기대가 컸다.

빵틀의 표면이 엠보싱 처리가 되어 있어서 유산지를 깔 필요없이 빵을 구우면 달라붙지 않는다고 그 값이

일반 빵틀에 비해 세배 정도 비싼 것이었다. (그래봐야 만원 수준이지만... 일반 빵틀은 3000원 정도 한다 )

 

예전에는 애초에 오븐을 구입할 적에 빵틀도 끼어주기 마련인데 이 오븐은

일반 평면 플레이트는 끼어왔지만 빵틀은 번들이 없었다.

아마도 번들로 빵틀을 끼워주는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인지도 모르겠다.

 

 

굳이 번거롭게 오븐까지 장만하여 힘겹게 반죽을 해가며 이 노릇을 하는 이유는 물어보나마나 뻔한 일...

베이커리에 가봐도 당뇨환자들을 위한 빵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벌이는 것...

내가 판단하기에 지금 베이커리들의 수준으로 소비자들에게 설탕을 퍼먹이다가는

수 년이 못가서 단골 소비자 거의 모두가 당뇨 환자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쇼케이스에 진열된 빵과 케?을 드려다 보고 있노라면

설탕 범벅이 되어져 있는 제품들이 눈에 훤히 보인다.

바라만 봐도 혈당이 3-400으로 치솟는 것 같다.

 

그러기에

설탕 범벅과 기름진 버터와 가늠할 수 없는 표백제가 들어간 정제 밀가루에...

어디서 어디까지가 정갈한지 당초 그 시종을 가늠할 수 없는 현재의 먹거리 상태가 이 번거로운 일을 만드는 주범이 아니고 무엇이랴...

 

국민학교 시절에 운동장에서 체육시간을 보낼 즈음에는 거의 점심 시간 무렵이었다.

그 운동장을 가로질러 배식용 마차가 지나갈 때는 거의 뱃속의 아귀가 요동을 칠 시간이었다.

 

사람이 끄는 마차에 하나 가득 실려오는 배식용 옥수수 식빵이 풍기는 그 향기로운 옥수수의

풍취는 사람을 거의 히스테릭 지경까지 몰로 갈 정도로 강력하고 향기로운 것이었다.

 

사람 얼굴만한 크기의 그 옥수수 식빵의 향취는 지금은 거의 맡을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왜 그 향기로운 옥수수의 냄새가 지금의 빵에서는 나지 않는 걸까?

그 옥수수 냄새나는 빵이 먹고 싶어서 시내 곳곳의 베이커리를 다 뒤졌지만

그런 빵은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장에 가서 중국제 옥수수 가루를 사다가 스프에서부터 빵까지 다 해먹을 요량으로

한 자루를 샀다. 그나마 국산은 돈이 안되는 식품이라 누구도 생산하지 않기에 중국제 밖에는 없었다.

 

계란도 마찬가지다. 계란 후라이를 팬에서 조리할 때 풍기는 그 향긋한 계란 내음은

너무도 강력한 것이었다. 지금은 계란 후라이를 하려고 계란 껍질을 깨는 순간 종잇장처럼 부스러져 팬으로 무작정 낙하하는 껍질...

계란 후라이에서도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고...

 

나 자신이 공연히 감기에 걸려서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식품 원재료에서 그 풍미를 찾을 수가 아예 없다.

 

옥수수 빵에서는 옥수수 냄새가

계란 후라이에서는 계란 냄새가

나야지 정상이 아닌가?

 

음식에서는 음식 냄새가

사람에게서는 사람 냄새가...(악마 냄새가 나서도 안되겠지? ㅎ )

 

냄새가 사라진 우리의 먹거리는 대체 얼마나 많은 살인의 침묵 카르텔을 맺고 있기에

그리도 비밀스런 묵계를 지키고 있는걸까?

 

사람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나야하고

그 존재 모든 것에서는 그 존재 자체의 향이 나야 하거늘

본질의 냄새가 사라진 존재의 의미는 대체 무얼까?

 

돼지고기에서는 돼지고기 냄새가 나야 한다.

그러나 돼지고기의 향취는 커녕 따통이라고 하는 속어의 고기가 나돌 뿐이다.

그야말로 똥네나는 육질의 오래된 고기가 나돈다.

향긋한 버터 냄새나는 돼지고기는 대체 다 어디로 간걸까?

 

제발 일용할 양식에서 만큼은

제 본래의 냄새를 찾아주어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 그렇게도 코를 자극했던

음식 내음이 미칠 듯이 내 본능을 잡아 당긴다.

나는 오늘도 그 냄새를 찾아 헤메며 이렇게 빵을 만들고 있다.

사지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자처럼 처절하게 그 냄새를 찾아 헤멘다.

 

그나저나 반죽기라도 하나 사야할까부다.

며칠 반죽을 했더니 온몸이 힘들다. 아무래도 환자는 아직 환자인가부다.

며칠 더 반죽을 하다간 몸살을 앓을 지도 모르겠다.

 

향긋한 내음을 풍기는 저 통밀빵이 그나마 조금은 위안을 준다.

바라만 봐도 조금은 배가 부르다.

내일 아침 브런치 먹을 시간이면 아마도 저 향긋하고 쫀득한 빵맛에

그나마 힘들게 반죽하고 제빵을 했던 수고로움을 위안 받을 것이다.

 

일용할 양식

그 것은 바로 인간성과 그 사회의 본질을 보여주는 얼굴이 아닌가 싶다.

 

일용할 양식 - 피안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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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10.05 11:13

    첫댓글 삶은 투쟁이라 했습니다.

  • 작성자 12.10.06 12:34

    갑자기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란 책생각이 났습니다.

  • 12.10.05 19:48

    맛있는냄새 풍기는 통밀빵! 괜히 군침 생김니다. 며칠전 터밭두덕 만든다고 일했더니만 2kg정도 몸무게가
    빠져 버리네요! 평소 같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싶은데... 항상 건강을 챙기시길 ....

  • 작성자 12.10.06 12:30

    성님도 무리하셨군요. 조금씩 하셔요 . 감사합니다.

  • 12.10.06 05:01

    냄새의 미학...........
    다른 것은 몰라도 한국의 돼지고기 냄새 역겨웠는데 캄보디아 돼지고기 정말 맛있습니다.
    시골에 가보니 가정집에서 한 두마리씩 키우더라구요.

    몸살이 날 정도로는 무리하지 마세요. ^^
    저도 요즈음에 힘들었는지 대상포진이 몇개 나타나서 긴장하고 있습니다.

  • 작성자 12.10.06 12:27

    중국도 고기가 쫄깃 하고 맛나던데요. 우리고기는 힘이 없고 퍽퍽하고 맛없던데요 . ㅎ
    대상포진 위험해요 관리 잘하셔요.

  • 12.10.06 21:28

    네, 암 발병하기 얼마 전에 나타났는데 그때는 대상 포진이 뭔지 몰랐어요.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됩니다. 푹 쉬어야죠.

  • 12.10.06 17:30

    이 음악도 냄세로 맡는다면.. ㅎㅎ 재미있게네요.

    이 느낌을 냄세로 표현한다면... 묵직한 맛의 포도주 에서 나는 향기일까?
    아~ 이 음악의 맛에 한껏 취합니다. 이어폰을 끼고 혼자 듣는 이 맛...
    지금 노을이 비껴가는 이 시간에.. 내 발자국이 남은 지중해의 어느 바닷가를 떠 올리며
    그 바다의 물결냄세도 함께 떠 올리며...

    한없는 감사를 올리며 듣습니다. _()_

  • 작성자 12.10.06 21:19

    감상문이 넘 멋져요...ㅎ
    이렇게 잘들어주시니 음악 선정하여 올리는 보람도 있어요. 감사합니다.
    라울디 블라지오는 대단해요.

  • 12.10.07 06:53

    오~ 지중해!!!
    그리고 바다 내음...
    나를 미치게 맹그네... ^^

  • 12.10.07 00:11

    이러다가 정말 요리사로 나서시는거 아녀요 ㅎㅎ
    저도 한번 도전해 봐야 겠어요

  • 작성자 12.10.07 06:53

    몸좀 좋아지면 직업 좀 바꾸려고 합니다. ㅎ

  • 12.10.07 01:36


    빵도 먹음직 스럽고
    에세이도 사람마음에 쑤욱 와 닿습니다.
    그리고 음악 또 한 부드럽고 잘 어울립니다.
    원하건데...
    피안님 건강 관리 힘쓰셔서
    원기력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 작성자 12.10.07 06:55

    과찬이십니다. 네이버님께서도 건강 유념하세요. 감사합니다.

  • 12.10.07 06:10

    역시 입맛이 사는 맛입니다.
    개별 고유의 순수한 맛을 찾아 느껴 주는게 식도락가의 도리이지요.
    저도 통밀로 빵을 만들어 보었는데 재주가 없는지 어려서 기르던 토끼사료 구은 것 같은 맛이..ㅎ

    저렇게 제대로 구운 빵에는 말대로 묵직한 포도주 한잔에 잘 익은 올리부 한알이...카~~

  • 12.10.07 06:54

    아~ 어렸을 때 토끼 사료 자시고 사셨쎄요??? ㅋㅋㅋ ^^

  • 작성자 12.10.07 06:57

    부드러운 정제밀가루에 길들여져서 통곡식이 섭취하기 힘들지요. 누구보다 잘하실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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