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아스날,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전두지휘하는 선두 경쟁의 균형이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라운드에서 맨유가 풀햄에 패한 이후 세 팀 모두 3연승을 기록하며, 1위와 2위, 2위와 3위 간의 승점 1점차의 균형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전체 일정의 1/3 정도 소화한 현재 이들의 승점은 벌써 30점을 넘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세 팀 모두 승점 90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이야기.(승점 85점이면 큰 이변이 없는한 우승이 가능하다) 한 팀도 아니고 세 팀이 이렇게 잘 나가고 있는 상황은 프리미어리그 창설 이래 처음이 아닌가 싶다. 아스날은 티에리 앙리가 득점 대신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버밍엄 시티를 3-0으로 제압하였고, 첼시는 수비수 마리오 멜키오트의 결승골로 사우스햄튼 원정경기를 잡았다. 또한 맨유는 클레베르손이 데뷔골을 넣은 가운데 블랙번을 2-1로 꺾었다. 이렇게 선두권 세 팀이 모두 잘 나가는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려있는 4위와 선두권과의 격차는 벌써 승점 10점이 넘어섰다.
버밍엄 시티 0-3 아스날. 아스날 "앙리 있음에..."
징계와 부상, 피로 누적 등의 이유로 베스트 11 구성에 상당한 고심을 거듭했던 알센 벵거 감독은 결국 프랑스 출신의 신예 가엘 클리쉬를 베스트 11에 기용하는 모험을 단행하였다. 파스칼 시강 역시 오랜만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아스날은 전력의 상당부분을 잃어버린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무너질 팀은 아니었다. 전반 4분만에 데니스 베르캄프가 케니 커닝엄이 걷어내려던 볼을 차단해 앙리에게 연결하였고, 앙리는 이를 프레드릭 륭베리에게 스루패스를 넣어주었고 륭베리는 어렵지 않게 마무리하며 선취골을 뽑아냈다.
허무하게 선제골을 내준 버밍엄은 스탄 라자르디스를 앞세워 경기를 풀어나갔다. 오른쪽에서 데이빗 던의 크로스를 라자라디스가 때린 슈팅은 시강의 몸을 맞고 굴절되었고, 라자르디스의 코너킥을 매튜 업슨이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이마저도 빗나가고 만다. 버밍엄은 서서히 경기를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가긴 했지만 위협적인 한 방이 부족했고, 수비실책이 잦아진 후반들어 앙리에게 두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내줬으나 골키퍼 마크 테일러가 막아내며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후 스턴 존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한 버밍엄과 클리쉬를 빼고 은완코 카누를 투입하며 맞불을 놓은 아스날의 기싸움은 결국 아스날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버밍엄이 로비 새비지의 크로스를 미카엘 포르셀이 위력적인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살짝 빗나간 이후, 아스날은 가볍게 두 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가른다. 후반 35분 앙리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은 데니스 베르캄프는 특유의 칩샷으로 골키퍼를 넘기며 2-0을 만들었고, 앙리는 종료 2분을 남겨놓고 로베르 피레스의 마무리 골도 도우며 결국 도움 해트트릭을 완성하고 만다. 지난 시즌 세계적으로 보기드문 20(골)-20(도움)을 기록했던 앙리는 또 다시 그 기록에 도전하는 듯한 모습.
아스날은 원활한 공격속에 개막 이후 13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리버풀이 가지고 있던 종전 기록을 깼으며, 그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리그 경기에서 무서운 화력을 뽐낸 인테르 밀란과의 산 시로 원정에서 어떤 경기력을 펼칠 수 있을지 자뭇 기대가 된다.
사우스햄튼 0-1 첼시. 첼시 한 방에 끝내다.
주전들을 상당수 제외하고 경기에 나선 첼시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지만 지난 시즌과 다른 점은 이런 상황에서도 승리를 이끌 수 있는 한 방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이 날도 그들은 어김없이 승리를 거두었다. 한편, 고든 스트라칸 감독의 리즈 이적설로 인해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에 있는 사우스햄튼은 간판 공격수 제임스 비티가 장딴지 부상으로 빠져 득점력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사우스햄튼이 공세적으로 나온 전반, 케빈 필립스가 3분만에 갈라스의 실책을 틈타 강슛을 때려봤으나 옆그물에 맞는 등 상당히 좋은 컨디션을 보였다. 그의 파트너 브렛 오머로드 역시 한 차례 헤딩 기회가 있었지만 무산시켰고, 신예 레안드르 그리핏이 왼쪽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희망을 이어갔다. 만족스럽지 못한 전반을 보낸 첼시는 후반 시작 3분만에 한 골을 뽑아낸다. 하셀바잉크가 뒤에서 달려오던 멜키오트에게 공간 패스, 멜키오트는 이를 그대로 골로 연결한 것이다. 그리 공격쪽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멜키오트를 방심하다 놔줬던 것이 사우스햄튼의 실수였다.
기세를 몰아 첼시는 고향에 돌아온 웨인 브리지의 크로스를 하셀바잉크가 오프 사이드 트랩을 뚫고 득점할 수 있었으나 허공으로 띄우며 아쉬움을 남겼다. 사우스햄튼은 아우구스틴 델가도, 안데르스 스벤손 등을 투입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노마크 상황에서의 필립스의 헤딩슛, 파브리스 페르난데스의 중거리슛, 조료 직전 델가도의 헤딩슛이 불발되는 등 사우스햄튼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결국 패하고 말았다.
맨유 2-1 블랙번
맨유는 전반 퀸튼 포츈이 두 개의 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 속에 블랙번을 제압했다. 전반 24분 맨유는 문전 앞에서 포츈이 오른쪽에 있던 반 니스텔로이에게 내줬고, 그는 지체없이 강슛으로 연결하며 첫 골을 잡아냈다. 이어 반 니스텔로이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포츈이 논스톱으로 빈공간으로 떨궈줬고, 이를 달려들어오던 클레베르손이 마무리하며 2-0을 만들어 기선을 제압하였다. 클레베르손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공수양면으로 보여준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올 여름 맨유에 입단하였으나, 시즌 초반에 당한 부상으로 인해 거의 출장하지 못해왔던 인물. 하지만 이 날 데뷔골을 성공시키며 잉글랜드 드림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전반전에 무기력했던 모습을 보였던 블랙번은 두 명의 교체를 단행한 후반 들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고, 후반 초반 요크의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되는 아쉬움을 맛봐야 했다. 왼쪽 측면에서 올린 패스를 수비 뒤에서 달려오며 공을 잡은 요크의 위치는 오프사이드가 아니었지만, 앞의 공격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걸리면서 요크의 골은 불발되고 만 것. 이후 후반 17분 그레스코의 패스에 맨유의 수비라인이 무너졌고 골키퍼와 단독 상황을 맞은 브렛 에머튼이 이를 마무리하며 추격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블랙번은 후반 막판에 상대 수비수 리오 페르디난드에게 위협적인 헤딩슛을 허용하는 등 더 이상 추격 하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미들스브루 0-0 리버풀
두 팀 모두 득점에 조금씩 모라잔 모습을 보이며 결국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부데바인 젠덴과 가이스카 멘디에타가 서서히 팀에 안착하면서 덩달아 수비력까지 살아난 미들스브루는 리버풀의 예봉을 깔끔히 차단하였지만, 득점 부분에서는 조금 아쉬움을 남겼다. 리버풀은 경기 초반 에밀 헤스키가 절호의 기회에서 때린 슈팅이 상대 수비수 콜린 쿠퍼의 정확한 슬라이딩으로 막힌 것 이외에는 오웬이 상대수비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들스브루는 최근 들어 다시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는 주닝요 파울리스타가 젠덴의 위력적인 슈팅에 이은 기회를 놓쳤고, 가이스카 멘디에타의 기회도 크리스 커클랜드 골키퍼에 막혀버렸다. 또한 상대 수비수 지미 트라오레의 실책으로 한 차례 페널티킥을 얻을 기회도 맞이하였지만 주심은 이를 선언하지 않았다. 후반 시간이 지나면서 리버풀도 공격이 살아났지만 오웬이 한 차례 기회를 놓친데 이어, 시나마-퐁골레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수의 태클에 넘어졌지만 페널티킥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0-0으로 끝난 경기에서 미들스브루는 429분 연속 무실점이라는 기록에 만족해야 했고 리버풀은 9위로 한 계단 더 내려앉고 말았다.
뉴캐슬 3-0 맨체스터 시티. 시어러 다시 득점 1위
앨런 시어러, 키에론 다이어, 조나단 우드게이트가 모두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지난 12라운드 첼시전에서 0-5의 쓰라린 패배를 당했던 뉴캐슬. 그러나 뉴캐슬은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이 돌아오자 다시 힘을 냈다. 맨체스터 시티를 홈으로 불러들인 뉴캐슬은 전반에는 팽팽한 경기 속에 상대의 니콜라스 아넬카 등에게 여러차례 실점 위기를 허용하며 다소 고전했지만, 후반들어 가공할만한 득점력을 뽐냈다.
뉴캐슬은 후반 12분 로랑 로베르의 크로스를 숄라 아메오비가 바로 처리하지 못했으나, 다시 볼을 컨트롤 한 뒤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첫 골을 뽑았다. 아메오비-시어러 투톱이 계속 상대를 흔들며 추가골을 노린 뉴캐슬은 후반 32분 올리브 베르나르의 깔끔한 크로스를 시어러가 헤딩으로 연결하며 2-0을 만든다. 아메오비의 득점기회가 상대 데이빗 시먼에게 막히는 등 계속해서 상대를 밀어붙인 뉴캐슬은 아메오비의 도움을 받은 시어러가 결정타를 날리며 3-0을 만들었다. 시어러는 11골을 기록, 다시 리그 득점 1위에 올랐으며 아메오비는 물오른 감각으로 뉴캐슬의 공격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경기에 이어 또다시 0-3으로 패배하여 고질적인 수비불안을 드러내 뉴캐슬에게 6위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피터 리드 감독을 경질하고 임시감독 에디 그레이를 벤치에 앉힌 리즈는 공황에 빠진 현재의 팀 상태를 보여주듯 전반 기습적인 두 골을 내주며 볼튼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전반 16분 리즈의 마이클 듀베리의 클리어링 미스를 볼튼의 리카르도 가드너가 잡아냈고, 지체없이 케빈 데이비스에 연결해 첫 골이 나왔다. 첫 골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데이비스가 이번엔 아예나코풀로오스의 도우미로 나서 2-0까지 만들어냈다. 리즈의 임시 감독 그레이는 후반 들어 공격력 강화를 위해 배티를 빼고 시릴 샤퓌스를 투입하였고, 그 작전은 먹혀들었다. 리즈는 후반들며 샤퓌스와 사코가 분주한 움직임을 펼치며 볼튼에 밀리던 전세를 뒤집었지만 고비때마다 볼튼의 유시 야스켈라이넨 골키퍼에 막히며 또 한번 패배를 당해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시즌의 돌풍을 이어가지 못하고 공격력 난조로 인해 강등권 바로 위까지 내려앉았던 에버튼이 울버햄튼 원더러스를 꺾었다. 전반 16분 토비아스 린데로스의 패스를 토마스 라진스키가 깔끔한 왼발슛으로 연결하며 기선을 잡은 에버튼은 3분 뒤 웨인 루니의 크로스를 케빈 킬반이 헤딩골로 연결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킬반은 에버튼 입단 뒤 첫 골. 에버튼은 오랜만에 공수양면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추가골에는 아쉽게도 실패, 2-0으로 만족해야 했다.
최근의 분위기가 좋은 두 팀 간의 대결이었던 레스터 시티와 찰튼의 경기는 전반 39분 벤 탯쳐가 길게 올린 볼을 레스 페르디난드가 헤딩골로 연결한 레스터 시티가 상대의 공세를 잘 차단하며 3연승을 목전에 뒀다. 그러나 레스서 시티는 후반 39분 이안 워커가 반칙을 범하는 바람에 페널티킥을 내줬고, 디 카니오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해 아쉽게 1-1로 비겼다. 찰튼은 비겼지만 다른 팀들의 부진속에 리그 4위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