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사과하고 방송책임자를 즉각 문책하라!
-울산방송국 특별기획 결방 사태와 관련하여-
또 터졌다! 이번에는 울산이다. 울산방송국장이 방송 직전 제작자와 아무런 협의도, 통보도 없이 준비된 <지방자치 20년 특별기획-울산과 지바, 두 도시 이야기> 프로그램을 결방시켰다. 그것도 이미 예고까지 나간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도 KBS는 정치권력에 무릎 꿇었다. 지난번에는 청와대 수석 한 사람 때문에 9시 뉴스에 방송을 못하더니 이번에는 한나라당 ‘울산시당’ 항의에 방송을 접었다.
자세한 사건 경위는 여기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한국기자협회 KBS울산지회 성명 참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우선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다음 사항에 대한 사측의 공개적인 해명을 요구한다.
첫째, 시청자와의 약속 위반이다. 예고까지 나간 상황에서 방송을 일방적으로 결방시킨 것은 시청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결방이 될 때 까지 시청자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었다. 방송책임자의 심각한 해사 행위이자 직무 유기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사측은 해명하라!
둘째, 제작 실무자를 완전히 배제한 채 울산방송국장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결방 결정은 <KBS편성규약 ‘제5조 취재 및 제작책임자의 권한과 의무, 제6조 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 보장’>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사측은 해명하라!
셋째, 법원 가처분 결정, 심지어 심리조차 당당하게 응하지 않은 채 서둘러 결방 결정을 내린 것은 KBS가 정치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또한 국장의 결방 결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한나라당 울산시당도 이에 맞장구치듯 즉각 가처분신청을 취하했다. 사측과 한나라당이 사전에 프로그램 결방을 놓고 모종의 협의가 있었는지 의심이 가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사측은 즉각 해명하라!
알다시피 김용진 기자는 KBS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언론인 가운데에서도 자타가 인정하는 탐사보도의 선구자이자 전문 기자다. 김 기자가 ‘분’을 토하며 남긴 글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인 스스로가 개별적인 언론 침해 사례에 맞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판례를 남겨가며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정치권이 만든 ‘이현령, 비현령’식 규정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복종하는 것은 언론인의 자세가 아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작금의 KBS는 적극적인 대응은커녕 이른바 ‘알아서 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KBS본부는 이 모든 불행은 권력에 줄을 댄 자가 공영방송 KBS사장으로 오면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특보 출신 사장이라면 더욱더 반성하는 심정으로라도 방송의 공정성 제고에 노력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 5월 초 보도제작국장이 일방적으로 9시 리포트를 결방시킨 것에 대해서도 임명권자인 특보 사장은 ‘읍참마속’은커녕 지금까지도 ‘공식적인 해명이나 사과’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KBS본부는 최근 잇따른 일방적인 결방 사태에 대해 사장이 직접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시청자를 우롱하고, 사규보다 우선시되는 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울산방송국장을 당장 문책할 것을 요구한다. 노조의 엄중한 경고에 사측이 성의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KBS본부는 향후 공정방송투쟁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끝>
2010년 5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