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5 자유를 향한 꿈, 빠이
한번 쯤은 속박을 깨고 자유를 갈망하는 꿈을 꾼다.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황톳길을 내 달리며 “와~” 괴성을 내지르며 질주하고 싶었다.오두막 카페의 해먹에 내 몸을 안기며 시계추 마냥 흔들거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그것이 엄청난 행복임을 알게 해주는 곳이 빠이다.
그래서 전세계 배낭여행자는 치앙마이 북부 작은 시골마을인 빠이로 몰린다. 어찌보면 그닥 볼거리가 없는 것 같지만 또 은근히 곱씹어보면 진한 육수가 우러나온다.
빠이의 명성은 익히 들어~~이번에는 맛보기만 보겠다는 심산으로 1박 2일 일정으로 빠이행 버스를 올라 탔다.
빠이 가는 길
빠이까지 가려면 치앙마이 2터미널에서 15인승 미니밴을 타야 한다. 요금은 150바트. 6천원 정도. 사람이 몰리면 차를 탈 수 없다. 그래서 난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세븐일레븐에서 돈을 지불했더니 230바트 정도 나온다. 서비스 차지가 혹처럼 붙었다.
미니밴은 좁아서 사람을 태우기도 힘들텐데 무거운 캐리어는 어떻게 싣나 내심 걱정했는데 정답은 지붕이었다. 서양친구들은 거의 배낭을 메고 왔는데 짐을 대하는 방법도 이렇게 다르다.
빠이까지는 총 3시간. 시내를 벗어나 1시간 30분쯤 내달렸더니 휴게소에서 15분 쉬는 시간을 준다. 이곳에서 쌀국수 한 그릇 먹어도 좋고 망고를 질겅질겅 씹어도 좋다.
다시 버스에 오르면 지옥이 시작된다. 1095미터 산길을 넘어야 하는데 을 762굽잇길이다. 대관령의 아흔아홉 고갯길은 명함도 못내민다. 빠이 시내에서 파는 티셔츠에 ‘762 curves’ 글씨가 새겨진 것을 보게 될정도로 빠이의 상징이다.
우리네 같았으면 터널을 뚫어서 10분이면 오갔을텐데 놀랍게도 이걸 막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빠이 사람들. 마지막까지 오지로 남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어쨌든 버스 예약할 때는 1인 자리가 예약하는 것이 좋다. 굽잇길에 몸도 마음도 털린다 싶으면 빠이에 도착한다. 접근하기 쉬웠다면 빠이의 매력도 반감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리자마자 매표소에서 내일 4시 돌아가는 차표를 예약했더니 딱 150바트만 받은다
캐리어를 끌고 5분쯤 걸으니 숙소 후가빠이가 나온다. 12시임에도 체크인을 해주겠다고 한다. 1층 작은 집. 바깥에 커피 마실 수 있는 탁자가 있고 내부 인테리어는 태국 전통양식. 싱글 침대 2개로 엄청 넓다. 아고다에서 2만원대에 예약
숙소 바로 옆에 바이크 랜털숍이 있다. 1박 2일에 250바트(9천400원) 주고 빌렸다. 엔진의 굉음속에 나도 모르게 질주~~우선 쌀국수로 배를 채우고 남쪽으로 무작정 달렸다. 쿠바의 자유영혼 게 체바라가 된 양~~
빠이 카페 기행
한참을 달렸더니 길가에 예쁜 카페인 ‘더 컨테이너’가 날 유혹한다. ‘i love pai’ 컬러플 포토존이 있다. 2층에 올랐더니 새장처럼 생긴 해먹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태국 북부의 진한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죽이는 것 역시 이게 빠이의 매력이겠다.
다시 바이크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는 ‘러브 스토로베리 빠이’가 손짓한다. 동남아에서 딸기는 참 귀한 과일이다. 그래서 딸기 한알 한알에 커버를 씌울 정도다. 고급 딸기가 나오는 곳이 바로 빠이 지역. 한국 딸기랑 맛이 비슷. 고산지대이기에 가능. 이곳은 딸기를 테마로 한 카페로 거대한 딸기 포토존. 알록달록 우산, 그리고 뒤편에 딸기밭도 보인다.
그 외 커피인 러브 카페도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 탁트인 전망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하다.
뱀브 브릿지
대로에서 작은 시골길을 달린다. 화전민 밭도 보이고 호수도 반기고 바나나밭도 지천에 깔렸다. 빠이의 속살을 향해 가는 길. 그 끝은 뱀브 부릿지가 있는 팸복마을다. 입장료 30바트(1200원)을 내고 대나무길 위를 걷는다. 그늘이 없기때문에 내리 쬐는 햇빛을 다 받아야 한다. 우선 급한 대로 카페에 들어갔다. 망고쥬스 한잔 목구멍에 넘기니 살 것 같다. 쥬스 1일 1잔을 오늘도 실천하는구나.
논 위에 조성된 대나무길은 산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 팸복사원이라는 절집이 있다. 스님이 탁발을 위해 마을을 가려면 6km를 푹푹 빠지는 논길을 걸어야 하는데 마을사람들이 스님이 수월하게 걸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스님의 대한 존경과 사랑이 만든 길이다. 베틀로 옷감을 짜듯 대나무길도 촘촘하게 짜아 만들었다.
출렁거리는 대나무 길을 산들산들 걸었다. 이름 모를 야생화도 지천에 깔렸다. 넓은 계단식 논을 휘저으며 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고 있다. 벼가 익었을 때는 황금 들녘이겠다
.
천국의 계단도 있는데 아찔해서 오르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구경만 할 뿐이다. ‘부처님의 아름다운 몸 축복합니다.’ 푯말에 옷깃을 여미어 본다. 곳곳에 대나무 정자도 있고 하트 포토존도 만들어 놓았다. 산사로 가는 길은 이렇게 몸도 마음도 정갈해진다. 차가운 성질의 대나무가 더위를 내쫒는 모양이다. 개울을 건너니 돌탑이 보인다. 뒤쪽 산장처럼 보이는 곳이 법당이다. 건물도 불상도 모두 나무다.
돌아가는 길은 마을을 마주하며 걷게 된다. 이 길을 만든 마을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부처님의 가호 때문일까. 길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바다의 물결 같은 논은 축복이다.
메모리얼 브릿지
다시 큰길로 남쪽으로 달리면 메모리얼 브릿지가 나온다. 2차 세계대전 영국이 점령한 미얀마를 침공하기 위해 일제가 건설한 목조 다리다.
1945년 일본이 패하자 돌아가면서 이 다리를 불태웠다고 한다. 하여튼 이들은 못된 짓만 골라서 한다. 일본의 침략 흔적을 이곳에서 볼 줄은 감히 생각지 못했다. 깐짜나부리에 있는 콰이강의 다리와 비슷한 느낌.
튼튼한 철제 구조물에 상판만은 나무를 깔았다. 오랜만에 나무 다리 위를 걸었더니 기분이 남다르다. 송판 아래 강물이 보여 조금은 아찔
빠이캐니언
그랜드캐니언을 마주한 사람이 빠이 캐니언을 보면 실소를 금하지 못할 것이다. 하긴 철원의 직탕폭포도 한국의 나이아가라라고 홍보하는 걸 보면 한국도 그에 못지 않다. 빠이강의 침식과 빗물로 좁은 협곡을 만들어냈는데 좁은 길은 폭 40cm, 거기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온 신경이 곤두선다. 발 아래는 가마득한 벼랑
사암 재질의 좁고 협소한 길이 부챗살처럼 이어져 있는데. 우리네 같았으면 안전바를 세웠을텐데 자연 그대로 내버려둔다.
‘let it be’
이 곳을 찾는 이유는 불타는 일몰을 보기 위함이다. 스크럼을 짜듯 산은 빠이 시내를 감싸고 있는데 동그란 해가 홧투장의 팔광처럼 쑥 넘어가 버린다.
대자연의 감동을 서서, 앉아서, 누워서 각양각색으로 보는 관광객을 훔쳐보는 재미 또는 쏠쏠하다. 서양 여인이 한국 소주를 들이키며 일몰감상하는 모습도 잊지 못하겠다. ‘태양소주’라고 한글로 적혀있는데 저 여인은 태국 글씨로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감동받은 것 또하나 일몰시간 안내판이 있다는 것. 얼마나 친절한가? 한국의 일몰명소에도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더욱 가치가 높아질텐데
참 북유럽 호텔에서 밤에 오로라가 보이면 알람이 울린다고 한다. 이런 것이 것이 관광이 아닐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덩달아 나의 빠이의 하루도 사그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