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정년이 늘어나면 젊은 연구자들의 앞길을 막는다.”, “창조적인 첨단 연구는 60세가 넘으면 무리다.” 2000년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 대학교의 교수 정년 연장 방침에 반대하는 모임에서 나온 주장들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은 젊은 연구자들이 아니라, 전직 도쿄대 교수들과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고참 교수들이었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일부 교수들과 달리, 대학의 질적 저하를 걱정하는 도쿄대 교수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사건을 통해 도쿄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든 저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은 지식 생산 공장의 역할을 담당하며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어 온 대학, 아시아 최고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최고로의 도약을 꿈꾸는 도쿄 대학교를 찾아가 보자.
1. 아시아 최고의 대학
도쿄〔東京〕의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는 국립 도쿄 대학교는 일본 최고의 두뇌들이 모이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쿄대는 지난해 홍콩의 시사 주간지 〈아시아 위크〉가 아시아 지역 종합 대학 가운데 최우수 대학으로 꼽았을 정도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도쿄대 졸업생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도쿄대의 역사는 1856년에 설립된 양학(洋學) 연구 기관 양서조소(洋書調所)와 네덜란드 의사들에 의해 1858년에 세워진 서양 의학소에서 출발한다. 1877년에 이 두 곳이 합쳐져 법학·이학·문학·의학 등 4개의 학부를 갖춘 도쿄 대학교가 설립되었다. 1886년에는 총장 제도를 채택하는 등, 근대 대학의 체제를 갖추었다. 1918년에 학부 제도를 채택하고 경제학부를 신설하면서 종합 대학으로 개편하였고, 1949년에 교양학부(문화학과, 지역문화연구학과, 총합사회과학과, 기초과학과, 광역과학과, 생명ㆍ인지학과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와 교육학부를 신설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도쿄대는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 걸쳐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특히 법학부와 인문학부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최근에는 과학 분야에서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도쿄대는 전 학부 1·2학년 학생과 교양학부 3·4학년 학생이 공부하고 있는 고마바〔駒場〕 캠퍼스와 교양학부를 제외한 학부 3·4학년 학생이 공부하고 있는 혼고〔本鄕〕 캠퍼스로 나누어져 있다. 혼고 캠퍼스 근처 길거리에서 “도쿄 대학이 어디인가요?” 하고 물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학교의 정문이 아니라 정문에서 150m 가량 떨어져 있는 ‘아카몬〔赤門〕’이라는 곳을 알려 준다. 아카몬이란, 말 그대로 도쿄대에 있는 ‘빨간 대문’이다. 마치 고궁의 대문 같은 느낌을 주는 아카몬은 도쿄대를 동경하는 일본 고등 학생들이 즐겨 기념 촬영을 하는, 도쿄대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이다.
캠퍼스에 들어서면 100년이 넘는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오래된 건물과 희귀한 식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아내는 푸근하면서도 위엄 있는 분위기에 빠져 들게 된다. 길눈이 어두운 사람은 길을 잃을 정도로 넓은 캠퍼스 곳곳에는 각 학부 건물들이 오랜 풍상의 자취를 간직한 채 당당하게 서 있다.
2. 세계 최고를 꿈꾸는 ‘지식의 공장’
학교가 설립된 이래 일본 최고의 지성인들을 길러 낸 도쿄대는 일본의 뼈대를 지탱하는 교육 기관으로 군림해 오고 있다. 전체 사법 시험 합격자의 25%, 재판관 임관자의 33%를 배출했으며,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10명 가운데 4명이 바로 이 학교 출신이다. 국회 의원과 수상의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일본 고등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대학인 도쿄대는 지식 생산 공장의 역할을 담당하며 일본이 세계 최대의 ‘제조업 대국’이 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문호 개방 이후 서구의 실용주의 학문을 바탕으로 인재를 육성하여 국가의 근대화를 이끌어 왔다.
최근에는 요직에 앉아 있는 도쿄대 출신들의 관료적 폐쇄성과 편협한 사고·기업인들의 도덕적 타락 등이 일본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도쿄대의 권위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일본을 연구·교육 면에서 떠받쳐 온 도쿄대가 오히려 이러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환골탈태(뼈를 바꾸고 태를 빼낸다는 뜻으로, 몸과 얼굴이 몰라볼 만큼 좋게 변한 것을 비유하는 말)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도쿄대는 국립 대학의 통폐합 논의와 대학간의 국제적인 경쟁에 자극받아 서울대나 베이징대〔北京大〕와 같은 외국의 대학들은 물론이고, 비영리 법인·기업과의 학문적·기술적 제휴를 서두르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대학이라는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최고 대학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3. 일본의 다양한 장학 제도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과 달리 일본에서는 외국 유학생들에게도 많은 장학금 혜택이 주어진다. 외국인 유학생은 입학 전형에서부터 졸업, 수업료, 장학금 등 여러 면에서 다양한 특전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노력에 따라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장학금 혜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한국에서 장학금을 받고 가는 경우로, 대부분 일본 정부(문부 과학성)의 장학금*을 받는다. 문부 과학성 장학생은 매년 한 차례 선발되는데, 입학 검정료·입학금·수업료 등이 모두 무료이고, 매월 약 150만 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자신의 돈으로 유학을 떠난 뒤 일본의 여러 장학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일본에는 외국인 사비 유학생에게도 혜택을 주는 민간 장학 재단이 상당히 많은데, 매달 100만 원 이상의 장학금을 주는 재단도 여러 곳 있다. 물론 신청을 한 뒤 장학생으로 선발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여기저기 부지런히 뛰어다니면 한 종류의 장학금은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4. 입학 정보
도쿄대에는 현재 10개의 학부, 12개의 대학원 연구 과(科), 11개의 부설 연구소가 있으며, 약 2만 7,000명(학부생 1만 6,000명, 대학원생 1만 1,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남자 대 여자의 성비는 4:1이고, 학생 대 교수 비율은 6.5:1로 매우 낮은 편이다. 80개국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이 2,100명 정도인데, 그중 한국 유학생은 600여 명이다.
학부는 선발 인원이 적어 경쟁이 매우 치열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의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학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고교 내신 성적과 일본 유학 시험* 성적, 고교장 추천서 등의 서류로 1차 전형을 하여 선발 예정 인원의 3∼4배수를 선발한다. 2차 시험은 합격자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본고사(소논문, 면접 등)이다.
거기에 비해 대학원(연구생 과정 포함)은 외국 유학생들에게 문호가 넓어,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들이 대학원 과정에 재학 중이다.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2년 정도의 연구생 과정을 거친 뒤 시험에 합격하면 정식 대학원생이 될 수 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자신의 일본어 능력과 학문적인 실력을 보여 주는 것이다. 대학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도쿄대의 특성상 소수의 유학생만 선발하는 학부에 지원하기보다는,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 과정에 진학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단, 연구생으로 공부를 한다고 해서 전부 다 대학원 과정에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학기는 4월과 10월에 시작하며, 이 학교에서 1년 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총비용은 180∼230만 엔(약 1,800∼2,300만 원) 정도이다. 이것은 학비 48∼50만 엔(약 480만 원∼500만 원)과 생활비를 비롯한 숙식비 130∼180만 엔(약 1,300∼1,800만 원)을 합한 금액이다. 이 학교의 홈 페이지는 http://www.u-tokyo.ac.jp이고, 주소는 731 Hongo, Bunkyoku, Tokyo 113-8654, Japan, 전화는 +81338122111이다. 자세한 문의는 국제 교육 진흥원 유학 상담실(0236681379, 1380, 1382)로 하면 된다.
* 일본에 가기 전에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장학금으로, 연구 유학생·학부 유학생·전문 학교 유학생·전수 학교 유학생·일본어 및 일본 문화 연구 유학생 장학금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일본 문부 과학성 장학금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주한 일본 대사관 홈 페이지(http://www.japanem.or.kr/)를 참고하면 된다.
* 일본의 대학(학부) 등에 입학하려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일본어 능력 및 기초 학력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이다. 지금까지 치러졌던 일본어 능력 시험과 사비 외국인 유학생 통일 시험(2001년 12월 실시를 마지막으로 폐지)을 통합한 것으로, 2002년부터 연 2회에 걸쳐 일본 국내와 국외(한국에서는 서울과 부산에서 실시)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시험 과목은, 문과의 경우 일본어·종합 과목·수학 등이고, 이과의 경우 일본어·이과(물리, 화학, 생물 중 2과목 선택)·수학 등이다. 일본 문부 과학성은 유학 희망자가 이 시험을 통해 일본에 가기 전에 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실하지 않다.
기초 유학 정보
일본의 교육 제도
1. 교육 제도
일본의 교육 제도는 우리 나라와 같이 6·3·3·4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초등 교육·중등 교육·고등 교육으로 나누어져 있다. 중학교까지는 의무 교육이며, 청소년의 96% 이상이 고등 학교·고등 전문 학교·전수 학교(고등 과정) 등에 진학한다.
일본에는 우리 나라에 없는 고등 전문 학교가 있는데, 이것은 중학교 졸업자를 중급 기술자로 길러 내는 5년제 정규 학교이다. 정규 학교 외의 교육 시설로는 각종 학교와 전수 학교가 있다. 각종 학교로는 직업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 취미·기예에 관한 학교, 외국인 학교, 예비교(학원, 강습소) 등이 있다. 전수 학교는 직업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 또는 실제 생활에 필요한 능력과 교양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이다.
외국인이 ‘유학’이라는 체류 자격으로 입학할 수 있는 고등 교육 기관은 대학(대학원), 단기 대학, 고등 전문 학교, 전수 학교(전문 과정) 등이다. 6개월 또는 1년의 단기 ‘취학’ 체류 자격으로는 전수 학교의 일반·고등 과정과 각종 학교에 입학할 수 있고, 대학·단기 대학·전문 학교의 야간 과정 등에도 들어갈 수 있다.
2. 학년의 시작과 입학 시기
4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가 한 학년이며, 대부분 학교가 전기(4월∼9월), 후기(10월∼3월) 2학기제를 실시한다. 방학은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여름(7월 상순∼9월 중순)·겨울(12월 하순∼1월 상순)·봄(2월 중순∼4월 상순) 방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일본 대학은 학년이 새로 시작되는 4월에만 대학 학부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할 정규 학생을 모집한다. 최근에는 9, 10월에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도 생겨났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게이오 대학, 국제 기독교 대학, 죠치 대학, 도요 대학, 쿄토 세이카 대학, 료코구 대학, 간사이 대학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 학교 가운데에도 10월 학기에 학생을 모집하는 경우가 있지만, 유학생을 선발하는 곳은 별로 없다.
3. 대학원 과정
일본의 대학원 과정은 연구생 과정, 석사 과정, 박사 과정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형은 1차 서류 심사, 2차 소논문·지망 전공 과목 시험·외국어(영어) 시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학생을 위한 특별 전형 제도도 있다. 연구생 과정은 필기 시험 없이 서류 심사, 면접만으로 전형하는 학교가 많다.
일본의 대학원은 대학이나 연구 과에 따라 입시 요강이 다르기 때문에 진학할 대학과 전공할 연구 과를 먼저 결정한 뒤 입시 준비를 해야 한다. 일본의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① 무엇보다도 일본어 능력이 절대적이다. 한국에서 충분한 실력을 쌓든지 아니면 일본에서 어학 연수를 해야 한다. ② 당연한 얘기이지만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시험에는 보통 서류 전형, 영어·일본어 시험(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고, 일본어 능력 시험 성적을 제출하라는 경우도 있음), 전공 시험, 면접 등이 있다. ③ 전공할 분야에 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을 경우,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어학 연수를 하면서 입시 정보를 얻고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