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대학 입시를 앞둔 큰아들을 바라보며 매일매일 유서를 써 가며 살았습니다.
의사의 오진으로 주사를 잘못 맞아 근육결핵을 3년 째 앓고 있었습니다.
재수술을 하고 퇴원한지 1주일 되던 날, 고마운 두 친구의 권유로
삼천배 기도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너는 약만 가지곤 고칠 수 없을 것 같으니
부처님께 매달려라.”하는 것이었습니다.
삼배도 제대로 안 해본 저는 치마를 입고 절할 준비도 없이 갔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처참한 병객의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이 안됐네, 무슨 병이길래?’하며 구경들을 했습니다.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처님을 뵙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기도가 튀어나왔습니다.
“부처님 저 좀 살려 주세요. 우연 병고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두 아이들이 기운을 잃어 공부를 놓고 있습니다.
저 아이들 대학 입학하는 것만 보아도 원이 없겠습니다.
부처님 저 퇴원한지 1주일밖에 안 되는데 삼천배는 제대로 못할 것 같습니다.
천배만 하더라도 살려주세요.”
20분하고 10분 쉬고, 40분하고 10분 쉬고… 1000배가 끝날 무렵, 스님께서
처참한 제 모습을 보셨던지, ‘노약자는 앉아서 반배 하세요.
부처님은 다 아시고 반배도 한배로 쳐 주시니까
욕심내지 마시고 앉아서 하세요.’라고 하셨습니다.
천배를 마치고 반배로 앉아서 하다가, 좀더 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는데
꾀를 부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다시 ‘부처님 삼백배만 더 제대로 할 수 있게 힘을 주세요’하는
기도를 드린 후 다시 삼백배를 마치는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순간 알 수 없는 환희심과 함께 후련한 한숨이 길게 내쉬어지면서, ‘나는 살았어!’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열심히 반배씩 채워 새벽 세시가 지나서 삼천배 기도가 끝이 났습니다.
기진 맥진한 상태로 간단하게 새벽 예불을 올리고 친구의 도움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만 24시간을 늪에 빠진 듯이 깊은 잠을 잤습니다. 다음날 새벽 세시쯤 되었을까.
선명한 총천연색 꿈을 꾸었습니다. 그저께 다녀온 그 절이었습니다.
절을 했던 몇천명의 신도들이 모두 모여 호계합장을 하고 기도를 하고 있는데, 법당 안
부처님의 옆구리가 갈라지면서 남자 몸으로 부처님이 화현하시어 동쪽 문으로 나오시더니
법당 뒤를 돌아 카 퍼레이드를 하시면서 오시는 것이었습니다.
먼발치에 있던 저는 앞으로 다가가 수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순간 차는 멈추어 섰고(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남편이었습니다), 부처님은 차에서
내리셔서 제 앞에 마주 서시더니 어깨 앞 수술한 자리 세 곳을 손으로 꾹꾹 세 번 씩
눌러 주시면서 음성은 들리지 않았지만 ‘아무 걱정하지 마라.
지금 먹고 있는 약을 조금만 더 먹어라.’라고 말씀하심을 느끼면서 깜짝 놀라 눈을 떴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이었습니다. 깨고 싶지 않은 꿈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려던 남편이 수술자리를 소독하고,거즈를 갈아붙여 주려고 저를 깨웠습니다.
아침에 수술부위소독과 거즈를 갈아 붙여 주는 것이
일과로 되어 있는 남편은 바로 부처님이셨습니다.
소독을 하려고 거즈를 떼는 순간 그렇게도 질척거리며 나오던 고름이 뽀송뽀송한 채
조금만 묻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야! 기적이야! 인제 다 나아서 막혔나 봐”
남편은 신이 나서 소독을 하고 거즈를 붙여 주고 출근을 했습니다.
다시 소독할 저녁 시간. 이게 웬일인가? 인제 고름 같은 건 찾아 볼 수 없이 아물어 버렸습니다.
하늘은 높고 맑았습니다. 몇 년 동안 시들어 보였던 나뭇잎들이 싱그러워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아침에 조계사에 출근해서 사시불공, 2시 예불, 각 신행 단체법회, 저녁예불을 보고
집으로 갔습니다. 기초교리 1기 야간반에 등록하고는 조계사에 와서 아예 살았습니다.
가족들은 미친 것 아니냐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도 달라져 갔습니다.
시어머님, 남편, 아들, 며느리, 친정 여동생, 남동생, 조카 등 10년 동안 시댁, 친정 모두
정법으로 불가에 귀의하였으니 실로 큰 가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 일심으로 기도 드리면 위신력으로 모든 것이 원만 성취됨을 알았습니다.
첫댓글 ..()..
감사합니다 ()
부처님 가피에 감동입니다. 부처님은 멀리있는 않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