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비가 그만좀 내릴 때가 됐는데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연일 굵은 장대비가 폭우처럼 쏟아진다. 우울한 사고 소식에 산행을 가야하나 고민이 된다. 산행을 진행하는 운영진들의 근심어린 말마디에 차마 취소란 말을 담지 못하고 비가 많이 오면 다른 방법이라도 있지않을까 싶어 목요일 저녁 급히 배낭을 대충 꾸려둔다. 금욜 하루종일 바쁜 일정으로 늦은 밤 귀가 급하게 집에 들러 배낭을 둘러매고 사당역으로 향한다. 겨우 시간을 맞춘거 같다. 처음도 아닌데 사당역은 매번 낯설기만 하다. 내가 마직막 승차인거 같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지정 받은 자리로 가니 오랜만에 보는 후배님이 있다. 반가운 인사에 지난 이야기를 하며 서울을 벗어나는데 길이 꽤 막힌다. 고속도로가 주차장 같다. 잠시 졸다 보면 여전히 서울 근교.. 휴
덜컹거리는 차에 얼마를 의지하고 있었는지.. 엉덩이가 아프다. 깊은 산길을 오르는 것 같은데 정신이 희미하여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이른 새벽.. 커튼을 제치니 이른 아침 안개가 깊은 산중을 에우싸고 왕피1리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옥수수밭이며, 고추밭, 감자인지 들깨인지 정갈히 정돈된 밭들과 벌써 일어나 이방인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도 눈에 들어온다. 심산유곡이란 탄성이 절로 나오는 깊은 산중 마을.. 아침 6시쯤인거 같은데.. 드디어 트래킹 들머리에 도착, 우리를 싣고 오느라 고단해진 버스는 큰 몸체를 겨우 돌려 멀어져 가고 아침 식사로 누룽지탕을 해장을 하듯 맛나게 먹어댄다.
이른 7시 15분쯤.. 드디어 트래킹 출발~ 멋진 산안개가 속삭이듯 우리를 불러들인다. 부림농장옆을 지나 개천 들목으로 들어서니 벌써부터 물길로 들어선다. 생각처럼 물은 차갑지않고 첨벙거리며 물길을 따라든다. 30여명의 일행이 도하하는 모습이 제법 멋진걸 ㅎㅎ 디카를 들고 오길 잘했다. 산천도 멋지고 앞서가는 사람들도 멋있다. 그러나 물길이 만만치 않다. 폭이 그리 넓어보이지 않는데 중간 중간 깊은 물길이 있어 결국 더비님이 자일을 꺼내든다. 건너편으로 먼저 건너간 산우님이 자일 끝을 잡고 놀이용 튜브를 걸어 두 사람씩 물길을 건넌다. 큼직한 배낭을 매고 튜브에 올라 타니 진행이 쉽지않다. 많은 인원이 건너려니 시간이 꽤나 지체된다. 양쪽을 오가며 계속 진행을 돕는 산우님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만만찮은 물길은 그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물살이 센 것 같지도 않은데 미끄러운 물밑 돌들에 언제 넘어질지 모르고 길이 없어 오른 산 길도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 꽤나 미끄럽기만 하다. 물이 찬 등산화는 뿌득거리며 걸을 때마다 괴성을 지르고 서서히 몸이 지쳐감을 느낄 즈음 드디어 아래로 보이는 깊은 물길이 용소골이란다. 11시경 흐흐 드디어 점심 시간.. 강을 건너 너른 모래밭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오르페님표 맛난 라볶이와 서반아님의 맛난 김치찌개, 커피님의 맛난 반찬에 여기 저기서 가져다 주신 맛깔진 음식들로 위장도 눈도 마음도 모두 즐거운 점심을 먹는다. 다들 아낌없이 주는 나무만 같다. 몇 산우님들은 또다시 튜브에 올라 물놀이를 하고, 또 물속에 일행을 던져넣느라 힘을 쓰는 님들도 보인다. 엄마를 따라 첫 산행을 한 석준(?)이는 튜브에 올라 물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한다. 좋을 때인거 같다. ㅎ
점심도 먹고 다시 물길을 따라 조금을 내려오니 트래킹 끝을 알리는 멀리 정자가 보인다. 그 곳까지 오르면 오늘 트래킹은 끝이 난다고 한다. 조금은 아쉬움도 있지만 조용히 내리는 보슬비도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마음도 일어 하산을 서두른다. 산길을 오르니 조그만 초소가 보이고 정복의 관리인 몇 분이 내미는 설문지에 답을 하고 우리를 실어날라줄 트럭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10여분을 걸은 듯한데 팬션도 보이고 마을 회관으로 보이는 맞은 편에 트럭이 대기하고 있다. 얼마의 운임을 받고 7킬로의 산길을 오가며 등산객들을 실어나르는 트럭이란다. 먼저 우리 일행을 싫은 트럭이 출발을 하고, 곧이어 남은 우리들도 트럭뒤에 몸을 싣고 덜컹거리는 것도 마냥 신나하며 빗길을 가르며 하루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한참을 좁은 산길을 오르 내리니 멀리 반가운 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오후 2시 30분쯤 추암 해수욕장에 도착. 앞선 일행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 촛대 바위를 보기 위해 길을 오른 것 같다. 뒤에 있는 우리 몇 몇은 바닷가로 향하고 줄곧 내리는 보슬비에 한기가 돌고 선뜻 바다에 뛰어들 용기가 서질 않는다. 그래도 여기가 어딘가 바다가 아닌가 ㅎㅎ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았으니 부르는 바다를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 더비동생은 신나게 수영을 하고 나는 산우님 몇 분과 조개를 잡기 시작한다. 발가락으로 더듬어 건져올린 조개가 마냥 신기하기만 하고 한 손 가득 잡은 조개를 들고 기념 사진도 찍어본다. 참으로 신나는 하루가 아닌가 ㅋㅋ
오후 4시 가까운 시간.. 전주식 밥상으로 뒷풀이겸 저녁 식사를 한다. 굴비에 양념 돼지고기, 양념 게장에 여러 밑반찬이 상을 장식하고 잔을 채운 우리들은 무사히 즐거운 트래킹을 마친 자축을 한다. 시끌시끌한 즐거운 밥상.. 정말 멋진 시간이 아닐까 ㅎ 말들도 정말 잘하는 산우님들 여러 날 사귐을 가져온 사이 같은 편안함까지..
오후 5시 서울로 출발.. 길은 막히지않고 중간 중간 휴게소도 들르고.. 졸다 말 나누다 보니 벌써 서울.. 저녁 8시 30분쯤인거 같다. 반가운 사당역.. 빠른 인사를 하고 피곤이 밀려와 재빨리 전철로 향하고, 집에 오니 9시 40분. 정말 만족할 만한 귀가 시간.. 지친 잠을 자느라 토요일 밤은 그렇게 패쓰..
산행을 진행하신 오르페님과 서브를 맡으신 서반아님, 그리고 험한 물 길에 몸을 아끼지않고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산우님들덕에 모두가 기억에 남을 멋진 트래킹길을 다녀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한 마음을 후기로 대신합니다. 함께한 산우님들 멋진 여름 날을 함께할 수 있어 참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
첫댓글 ㅋㅋ 경자누나 사랑해~~!!
더비방장님은 1년후에나 또 뵈려나너무 웠어요
만나서 무쟈게 반가웠다궁~ ^^
고맙습니다. 저도 많이 많이 즐거웠습니다~ ^^
빛가람님 작가시구나^^ 여행기 멋집니다. 수고하셨구요
리딩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컨디션은 좀 괜찮아지셨는지 ?? 좋은 추억 하나 간직합니당~ ^^
파노라마처럼 다시 그려집니다 빛가람님 후기 ~ 최고에요!
후기 쓸 생각도 안해봤기에 시간등은 틀릴지도 모르겠어요. 고마웠답니다. 서반아님~ ^^
올해도 왕피천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빛가람님께서 올려주신 후기로 위안아보며
내년 여름을 기약해 봅니다
밤톨님~ 내년엔 꼭 기회가 되시길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