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폴리 아 되>
1. 평범했던 코메디언이 사회적 모순과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에 의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조커>와 비교하여 2편에 해당하는 <조커-폴리 아 되>은 조커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추적하는 과정과 함께 폭력과 반항에 열광하는 추종자들의 일종의 팬덤 현상에 주목한다. 5명의 사람을 살해한 조커의 행위를 변호사는 이중인격이라는 프레임을 통하여 변론하려 한다. 즉 내면의 숨어있는 통제불가능한 존재(조커)가 범죄를 저지른 것이며 원래의 인물(아서)은 범죄와는 관계없다는 논거로 무죄를 증명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논점은 범죄자들이 술이나 약물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심신미약 상태로 행위하였기에 처벌을 경감받으려는 목적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2. 비록 조커에게 가해진 모멸감과 일상의 폭력은 가혹하고 차별적이었지만 그의 말처럼 ‘죽어도 싼 사람’은 없는 것이다. 살인의 정당성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럼에도 조커의 행위는 불평등한 사회에 불만을 갖고 억압적인 국가의 통치에 대한 반발로 가득찬 사람들에게 오히려 영웅적인 행동이었다. 그에 대한 열광은 거대한 광기에 휩쓸린 도시의 병리현상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재판을 받은 과정에서 조커에게 접근한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조커의 말과 행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그와 함께 할 것을 약속한 일종의 ‘폴리 아 되’('둘의(à deux) 광기(folie)'라는 뜻으로, '공유정신병적 장애'(shared psychosis 혹은 shared delusional disorder)를 의미)였다. 그녀는 조커를 지지하며 그의 행동을 부추켰다. 그와의 결합을 사회에 알리며 언론의 주목을 끌어들였다. 조커의 반영웅적인 실체는 그녀의 우상이었으며 그를 통한 자신의 욕망에 대한 또다른 표현이었던 것이다.
3.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 여성의 추종과 사랑을 받게 된 조커 아니 아서는 정상적인 삶을 꿈꾸게 된다. 1편에서 삶의 모든 희망을 잃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던 상황과는 반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자신만을 바라보는 한 여성을 만났을 때 그는 살아가고 싶은 힘을 얻은 것이다. 더구나 그의 유일한 동료였던 신체장애자(난쟁이)가 변해버린 아서에 대한 두려움을 증언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아서는 ‘조커’라는 존재를 통해 표출하던 사회에 대한 불만과 폭력적인 행위에 대한 확신을 의심하게 된다. 광기로 가득찼던 1편의 괴물같은 존재가 다시 인간적인 모습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아서는 배심원 앞에서 ‘조커’라는 인물의 환상을 고백하였고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 거기에 덧붙여 자신의 어머니도 살해했음을 추가한 것이다. 정직한 인간으로의 복귀는 그의 내면에 남아있는 선한 인간성이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4. 하지만 반전은 여전히 이어진다. 아서가 ‘조커에 대한 환상’을 고백하자 추종자들은 분노하였고 폭력은 확산되었다. 조커가 일으킨 열광은 결국 조커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들의 분노를 표하려는 행위에 불과했던 것이다. 조카는 그러한 폭력과 파괴의 명분을 제공하는 일종의 ‘얼굴마담(상징적 존재)’이었던 것이다. 조커의 변화된 모습에 여성은 이별을 통고하였고 교도소의 사이코패스 동료는 배신자라는 이유로 아서를 살해한다. 비극적이고 초라한 반영웅의 종말이었다.
5. 조커의 탄생과 소멸은 한 인간의 행위가 얼마나 사회적 환경과 조건에 의해 형성되고 영향받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괴물같은 조커이지만 그것은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진 부당한 차별과 폭력에 결과였으며, 그에 대한 대응이 또다른 폭력과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 전체의 건강성이 무너졌다는 증거이다. 인간들은 타인을 공격하고 파괴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정당성을 확신한다. 하지만 그러한 악순환 속에서 인간은 파괴되고 서로를 불신하게 되는 것이다. 조커에 대한 광적인 열광은 현재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팬덤’ 현상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때론 정열의 순수한 발현이기도 하겠지만 언제나 거대한 압력과 폭력의 모습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6. 특정한 인물의 등장은 그를 통해 내면의 욕구를 관철하고 싶은 거대한 군중의 지지를 통해 지속된다. 사람들에게 추종받게 된 인물은 더 이상 자유로운 인간의 의지로 살 수 없다. 그는 ‘호랑이 등에 탄 인물’이 된다. 대중의 지속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폭력적 확장이라는 파시즘의 원리처럼 끝없는 파괴와 폭력의 상징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멈추는 순간, 그는 제거의 대상이 될 뿐이다. ‘조커’라는 인물을 통한 인간의 비극보다 더 끔찍한 사실은 한 인물을 통해 분출되는 대중의 집단적 폭력성과 이기성이라는 괴물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첫댓글 ^^ 한 인간의 행위가 얼마나 사회적 환경과 조건에 의해 형성되고 영향받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