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남해도(南海島). 한반도 남쪽 바다엔 셀 수도 없을 만큼 섬들이 많은데, 선조들은 하필이면 이 섬에 ‘남해’라는 이름을 붙여줬을까. 한반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불로초를 찾던 서불 일행이 찾아들었을 정도로 아름다움이 돋보이기 때문일까.
삼천포항에서 쪽빛 바다에 떠 있는 남해의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해안도로를 달리면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의 지족해협을 연결하는 창선대교. 물살 빠르기로 소문난 그 바다 한가운데 나무가 촘촘히 박혀 있다. 죽방렴(竹防簾)이다. 가장 원시적인 어업 방법인 ‘나무 그물’이다. 참나무 수백 그루를 개펄에 V자로 벌려 박고 안쪽에 촘촘하게 대나무 발을 쳐서 원통형 ‘불통’을 만든다. 그러면 거센 조류 따라 노닐던 물고기들이 썰물 때 불통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비늘 하나 상하지 않고 곱게 건져 올린 죽방렴 멸치는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일반 멸치보다 몇 곱절이나 비싼 값에 팔린다. 또 싱싱한 갈치들이 뿜어대는 날카로운 은빛은 죽방렴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 붉은 빗살을 긋는 죽방렴 일몰 풍광은 덤이다.
이튿날엔 금산(701m) 정상께 제비집처럼 자리잡은 보리암에 올라 일출을 감상한다. 까맣던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떠오르는 붉은 태양은 금산의 암봉들과 잘 어우러진다. 일출 후에 금산 38경을 둘러보자. 상사병 걸린 이웃 총각의 소원을 풀어주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상사암 전망이 빼어나다. 금산을 뒤로하고 앵강만을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달리면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가천마을. 파도 치는 해변에서 설흘산 중턱까지 척박한 경사면에 모두 120계단. 삿갓으로 덮어도 감출 수 있다는 ‘삿갓배미’부터 한 마지기가 넘는 큰 배미까지 생김새와 크기가 각각인 500여개의 논밭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래서 ‘다랭이마을’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잘생긴 암수바위와 밥무덤 등의 민속도 볼거리다.
●드라이브코스=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사천IC→3번 국도→사천시→창선~삼천포대교→창선교→남해도→남해대교. 남해고속도로 하동IC로 나와 19번 국도를 타면 남해대교를 먼저 건넌다.
●숙박=남해편백자연휴양림(055-867-7881)은 삼림욕을 곁들일 수 있는 숲 속의 휴식지. 상주해수욕장에서 자면 이튿날 보리암 일출 감상이 수월하다.
●맛집=창선교 부둣가의 죽방렴횟집(055-867-7715)에선 죽방렴으로 잡은 싱싱한 멸치회와 갈치회를 맛볼 수 있다. ‘치’자로 끝나는 물고기는 잡자마자 죽기 때문에 썰물 때의 작업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회를 맛볼 수 있다. 요즘은 갈치회가 맛있다. 한 접시(2~3인분) 3만~4만원.
■울진 금강송림 - 수령 80~500년 솔향에 취해
시원하고 맑은 계류에 두 발 담근 채 바람이 솔가지 스치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울진의 소광천이 제격이다. ‘소나무 중의 소나무’로 불리는 금강송(金剛松)이 군락을 이뤄 자라는 곳이다. 이곳 금강송의 평균 수령은 약 80년. 이 가운데 10여 그루는 500년이 넘었다.
한국 최고의 솔밭에서 온몸에 감겨드는 솔향은 끝없는 경쟁에 지친 건조한 영혼을 달래주는 힘이 있다. 솔숲을 거닐다가 목이 마르면 금강송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을 마시면 된다. 뒤탈이 없는 1급수다.
●숙식(지역번호 054)=소광천의 빗네동물농장(782-1164), 소광천상회(783-9291), 창수상회(782-9939)에서 민박을 친다. 1실 3만원선. 물가에 야영할 곳이 있다.
8월 중순이면 벌써 가을 꽃이 활짝 핀다. 깊은 산골에서 늦더위도 잊고 야생화 군락도 구경하며 호사하고 싶다면 점봉산(1424m) 곰배령이 최고다. 심마니, 약초꾼 다니던 고갯길이지만 그리 험하지 않아 어린이를 동반할 수 있다. 넓은 빈터가 있는 삼거리에서 천연보호림 통제소를 지나면 길은 계곡을 끼고 완만하게 이어진다. 곰배령 정상에는 오이 냄새가 난다는 산오이풀, 꽃향유, 산부추 등 들꽃이 지천이다. 들꽃과 대화 나눌 시간 1시간을 더해 4~5시간이면 넉넉히 다녀올 수 있다.
●숙식=곰배령 입구에 설피산장(033-463-8153) 등 민박집이 여럿 있다. 진동산채가(463-8484)는 산채정식 전문점.
■내린천 미산계곡 - 내린천과 방내천이 만나는 곳
열목어가 살 정도로 물이 맑고 깨끗하면서 풍치도 빼어나다. 상류에 속하는 미산계곡은 오대산에서 흘러내려온 내린천 물줄기와 방내천이 만나는 곳이다. 모래톱과 자갈밭이 형성돼 있어 텐트 치기에도 적당할 뿐 아니라 민물고기도 많다. 경관이 아름답기는 상류의 칠전동이 최고다. 또 남전동에서 비포장길을 따라 산 중턱까지 오른 뒤 다시 숲 짙은 산길을 40분쯤 걸으면 약수를 맛볼 수 있다.
●숙식(지역번호 033)=계곡가에 펜션형 민박집과 식당이 많다. 칠전동의 산새소리(463-7789), 하얀마을(463-7782)이 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