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망막질환 치료제 ‘배아줄기세포유래 세포치료제’의 임상시험이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승인되었다. 줄기세포는 기원하는 조직의 종류에 따라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사용될 배아줄기세포는 거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분화의 전능성을 갖고 있고, 또한 미분화 상태에서 자가 재생산 능력이 뛰어나 치료에 필요한 대량 증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성체줄기세포보다 치료 효과나 범위가 크고 넓다.
줄기세포, 암세포 분화 가능성이 높아
줄기세포는 분화시 하나는 줄기세포로, 하나는 각 기관을 구성하는 세포로 분화한다. 이러한 형태의 분화를 비대칭 분열(asymmetric division)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자가 재생과 분화는 줄기세포 주변의 미세 환경(stem cell niche)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절되고 있다. 암 줄기세포(cancer stem cell)는 줄기세포와 같이 비대칭적 분열을 통해 자가 재생과 분화를 할 수 있으나, 정상 줄기세포와 달리 분열조절능력에 장애가 생겨 종양을 생성하는 세포이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표지자의 하나인 OCT-4는 배아 줄기세포에서 다량 발현되는 유전자이다. 배아줄기세포의 자가 재생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동시에 위암, 방광암, 전립선암, 폐암 등 여러 종류의 암세포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현된다. 이 OCT-4의 POU-domain, calss 5, transcription factor-1(POU5F1) 유전자의 발현으로 인해 정상세포가 종양세포로 변화하게 되고 결국 암 줄기세포를 형성하게 된다. 배아 줄기세포는 그 조절이 통제되지 않는 이상, 항상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줄기세포가 암으로 발전된 사례도 있다. 2001년 혈관확장성 운동실조증(Ataxia Telangiectasia : AT)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던 이스라엘 소년이 모스크바 병원에서 타인의 신경줄기세포를 3회에 걸쳐 이식받았다. 하지만 2005년, 소년은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고, MRI 촬영 결과 뇌와 척수에 암 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 위치한 셰바 의학센터의 연구자들은 척수에서 제거된 종양 세포의 HLA 타입을 검사한 결과 적어도 두 명 이상의 남자와 여자 기증자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파악했다. 연구진들은 여러 태아의 줄기세포가 사용된 데다가 성장촉진 제제까지 혼합돼 비정상적인 성장이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이식한 신경줄기세포가 과도하게 자라나 도리어 종양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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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소년의 뇌와 척수에서 발견된 종양. 신경줄기세포가 과도하게 자라나 도리어 소년에게 종양을 만들어 버렸다. ⓒPLos Med |
이번 임상실험은 안전한가?
이번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방식은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상피세포로 분화시킨 후 망막 손상증 (스타가르트)에 걸린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중추신경계나 안구 조직을 사용할 경우 면역거부 반응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환자 본인의 체세포를 이용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라 ‘수정란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된 타인의 세포가 들어와도 크게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식약청의 임상시험이 최종 승인되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을 허용하게 된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손상치료제 임상시험을 허가한 상태다.
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용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줄기세포 시장에서 연구자들이 더욱 올바른 윤리관을 갖고 더불어 남아있는 기술적 과제들을 현명히 처리해 나갈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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