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밤 프로당구(PBA) 투어 크라운 해태 챔피언쉽에서 쿠드롱이 우승했습니다. 어떤 스포츠든 우승하는 장면은 감동을 주는 법이지만, 어제 쿠드롱이 우승이 확정되자 기쁨에 못이겨 춤을 추고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보니 같이 뭉클해졌습니다.
쿠드롱의 나이가 만 53세인데 이정도 나이에 우승할 수 있는 스포츠는 당구가 유일할 듯 합니다. 혹시 골프에도 그런 경우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바둑에서 일본의 후지사와 9단이 60살이 넘어서도 우승해서 기염을 토한 적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어림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기사들이 우승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바둑을 둘 때는 체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서 나이가 들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젊었을 때 창의성과 직관력이 뛰어나고 기민함과 모험심이 앞서기 때문에 역시 20대에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프로당구가 발전해서 상금 액수가 올라가고 인기가 더 오르면 결국 젊은이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당구가 사실은 진입 장벽이 거의 없는 스포츠이고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인들은 감히 프로축구나 프로야구 선수가 될 생각은 못하지만 당구는 안해서 그렇지 열심히 연습하면 웬만큼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어떤 스포츠든 장비가 필요하지만 당구는 빈손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축구도 공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지만 여자들이 하기에는 조금 힘든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구는 당구장에 들어갈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 당구만 잘 쳐도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버금가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그때 부터는 젊은 사람들의 잔치가 될 것입니다. 20여년 전에 바둑학원에 가서 10살도 안 된 꼬마하고 바둑을 둔 적이 있는데 아주 놀랬습니다. 꼬마가 온갖 수를 다 알고 있어서 이리저리 농락당해서 아주 체면을 구긴 적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 마음먹고 시작하면 어떤 스포츠 경기든 젊은 사람을 이기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