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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年 산행을 마치면서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금년 겨울철 한파특보는 139건으로 최근 10년 내 최다였으며
기후는 연초부터 심상치 않았다.
봄엔 황사가 평년보다 3.4일 긴 8.5일이 관측 됐고,
여름엔 하루 강수량이 100mm를 넘긴 관측사례가 전국적으로
102회나 됐다.
7월26일-28일에는 587.5mm의 비가 3일 동안 쏟아져 내려
서울 우면山 산사태가 났었다.
9월15일 정전사태의 원인도 늦더위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이었다.
전국이 한 해 동안 폭우와 폭설 등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았지만
금광산악회는 꿋꿋하게 52주간의 신묘年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지난주에는 화창한 날씨 속에 신묘(辛卯)년 송년행사로 광주인근에
있는 순창 강천산을 산행했다.
깊은 계곡과 맑은 물, 기암괴석과 절벽이 어우러져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산으로 생김새가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용천山이라 부르는 산이다.
산행 후에는 구룡식당에서 점심을 겸한 신나는 송년행사를 가졌다.
나는 우리 회원들이 그렇게 멋쟁이인줄을 미처 몰랐다.
또한 올해의 마지막 추억거리를 만들려고 새로 개통한
소록도-거금島를 잇는 거금대교를 버스로 건너 거금도 한 가운데
솟아 있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고래의 등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적대峰을 61명의 회원들이 참여해 활기찬 산행을 하기도 했다.
눈이 오면 설레는 마음은 모두 마찬가지지만 특히 어린이들은
옷가지가 다 젖도록 뒹굴게 마련이다.
자녀건강을 챙기려면 두꺼운 옷 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히는
게 효과적이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옷이 다소 얇아지더라도 젖은 옷은 벗는 게 보온에는 더 좋다.
가끔 눈밭에서 뒹굴고 싶은 마음은 남녀노소 철부지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다사다난했던 신묘年,
즐거웠고, 아쉽고, 미련도 많았던 지난 1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간다.
정월은 한 달 내내 매서운 추위와 눈과 싸워야하는 힘든 산행이었다.
2주가 넘도록 한파와 폭설이 강습하고 소한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월 7일,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우금山 눈길을 걸었다,
공석이 된 산행이사도 없는 길을 “파란하늘”님과 동료들끼리
서로 상의해가면서 눈길을 해쳐가며 걸었던 길이 생각났다,
이것이 신묘年 첫 번째 산행이었다,
눈 쌓인 영암 은적山 산행 때는 사소한 이해부족으로 언쟁이 생겨
새로 참여한 청봉 팀 15명이 함께 탈퇴하는 불상사도 있었고,
그 일로 기존회원들 간에도 불화가 상당기간 지속되기도 했다.
초인의 심정으로 눈길을 개척하며 걸었던 영광 갓峰하며,
이 살벌한 추위의 끝은 언제입니까? 라며 꽁꽁 언 손을 만지며
하산 길을 재촉했던 고흥 봉래산.
날씨는 혹독하게 추웠어도 여성회원이 밀감 4상자를 희사해주고,
발전기금을 30만원이나 내 주기도 했다.
서방미녀 3인방이 모처럼 만에 참여해 분위기를 살려주기도 했다.
입춘이 지나 날씨도 풀리고 꽁꽁 얼어붙었던 눈이 녹기 시작하더니
옥녀탄금형의 산세인 진도 여귀山이 여자의 강단을 보여주겠다고
강추위로 우리를 다시 몰아 부친다.
미륵산, 풍요의 도시 통영은 산도 풍요롭고 완연한 봄 날씨였다.
봄은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는지 모르겠다.
2월 25일, 산 보다 절 이름이 더 유명한 향일(向日)암 이 있는
여수돌산도 금오산에서 금광산악회 신묘年 시산제를 모셨다.
30만원이 넘는 시산제 제물을 양동 조정임 매씨가 개인부담을
했다는 것이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으니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이니라.”
삼월의 날씨는 변덕스런 여인의 마음처럼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화창하고 맑던 날씨가 갑작스럽게 매콤하고 알싸한
바람꽃으로 변할 줄이야,
그래도 꽃샘추위, 잎샘추위, 온갖 추위 속에서 살얼음 틈새 엿보며
봄을 기다리는 꽃과 새싹들이여!
기다리다 지쳐 탱탱 불어터진 몽우리가 절뚝이며 더디 오는 봄 처녀를
애타게 기다린다.
그렇다, 자연은 뭐든 그냥 순순하게 내주는 법이 없다.
매화는 어김없이 찬바람 속에 피고,
아지랑이는 산기슭 잔설위로 꼬물거리지 않던가.
꽁꽁 언 땅에 “눈물 속에 피는 꽃”이여,
갈까 말까 망설이는 겨울 좀 보아라!
쌀쌀한 날씨 속에 부안 쌍선峰을 다녀왔고,
남도의 봄 마중을 나가려고 항도 부산을 지키는 山城의 산 금정산을,
진안 광대봉에서 마이산까지 걷기도 했으며,
제철港 광양을 품고 있는 가야산을 오르기도 했다.
4월은 개인적인 일정과 여행 때문에 산행에 등한 했다.
밤과 새벽엔 영하에 가깝고 낮엔 영상10도를 넘나드는 계절은
칼로 무 자르듯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가고 오는 철이 공존해 큰 일교차를 피할 수는 없다지만,
요즘 날씨를 보면 봄이 어중간하기만하다.
겨울이라기엔 너무 늦었고 그렇다고 딱히 봄이라 하기에는
너무 쌀쌀맞다.
따뜻한 기운과 찬 기운이 한반도에서 서로 자리다툼을 하면서
날씨변덕이 심한 계절이기 때문이리라.
봄 꽃소식이 남쪽으로부터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동해 쪽엔 눈 예보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서울과 부산을 다녀왔고 속내를 들어 내지 않는
새벽하늘에 겁먹고 진해 웅산산행을 포기하기도 했다.
세상천지가 아름다운 꽃 궁전이다.
진달래로 유명한 영취산,
다랑이 논 남해의 설흘산, 매봉산을 다녀왔고,
장흥 제암산 산행 때는 비 때문에 산행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총무가 넘어져 팔목이 부러지는 안전사고도 있었다.
운해(雲海)속에 핀 황매산철쭉 어느덧 봄은 가고
여름이 바로 온 것 같았다.
다도해상국립공원 조도에서의 하루,
노송과 암봉의 기묘한 만남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괴산의 칠보山,
초여름의 맑은 하늘 푸른 산의 정취를 찾아 떠난 거창 우두山,
두 번이나 비 때문에 산행이 취소된 운장산은 볼 수가 있을까?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1년의 절반이 지나 가 버렸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중부지역에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는 보도다.
시간당 50mm장대비가 쏟아지는가하면 하루 200mm의 기습폭우가
내려 중부지방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것인데,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더 걱정스럽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초안山 국철1호선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근 동부간선도로를 지나가던 차량 여러 대가 흙속에 파묻혀 1명이
죽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서울과 경기북부, 충남지역에서도 행락객실종과 가옥, 도로 및
농경지침수가 발생했고 하천의 수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주의성보도도 연일 계속되고 있었다,
미녀는 쉽게 몸을 허락하지 않는다.
거창 미녀山을 산행하는 날 체증과 무더위로 체력소진이 다 된 나는
심한 통증과 근육마비를 일으켜 회원들의 응급조치로 겨우 걸을 수가
있었고 그 후유증으로 며칠을 고생했다.
장맛비가 내려 빗속에서 갈 길을 잃고 방황했던 도명산 화양구곡의
성난 물줄기가 무서웠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슈퍼장마”로 각종기록이 경신되고 있는데
장마는 햇볕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다.
섬 아닌 섬,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인 남해.
비단을 두른 산이란 금산을 찾았고,
송정해수욕장에도 들렸다.
四季의 비경이 살아있는 덕유연봉 중 하나인 백암峰을 산행하고
칠연계곡에서 피서도 했다.
그렇게 7월은 지나가고 8. 9월이 왔다.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 한신계곡에서 피서 겸 계곡산행을 즐겼고,
금원산 동쪽자락 유안청 계곡에서는 폭우를 만나 미끄러지고
오른쪽 무릎 인대가 늘어져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완도 신지도 상산을 산행하고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는데 후배 장례식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다.
비 때문에 두 번이나 취소된 운장산을 삼고초려 끝에 다녀왔다.
“컬러 풀 대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2011년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옥녀탄금대가 있는 금산군 서대산을 폭염 속에서 산행하고
금산 인삼축제가 열리고 있는 시장에서 5년 근 인삼도 샀다.
덕산도립공원의 한쪽인 충남 홍성군 용봉산을 다녀왔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 날엔
경남 통영의 벽방산 -천개山 코스를 산행했으며
9월 마지막 하루전날 문경세재로 더 유명한 주흘산 산행을 마쳤다.
아니! 벌써 10월이 되었네,
겨울을 불러오는 대륙성고기압이 세력을 넓히면서 마지막 남은
여름의 흔적을 말끔히 몰아내버렸다.
북쪽나라 동장군의 입김이 벌써 손을 뻗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초가을 알싸한 기온이 며칠째 계속되더니 어제 부터는 한밤의
냉기가 언제 얘기였나는 듯 한낮의 따뜻한 가을햇살은
엄마 품처럼 포근하기만 하다.
청명한 가을날에,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지는 것처럼 햇살 아래로 그림자의 길이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높아지는 하늘과 함께 바닥에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는 깊어가는
가을의 또 다른 얼굴의 하나이겠지.
고성의 와룡산 향로봉을 산행하고
공룡나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덕명리 상족암을 탐방했다.
팔공산이 북쪽에서 대구를 비보(秘報)하는 산이라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의 달성군 비슬산은
남쪽에서 대구를 받쳐주는 산이라는 비슬산을 산행했다.
10월 하순에는 울진 후포港 백암온천에서 1박을 하는
포항 내연산 -청송국립공원 주왕산의 1박2일 가을산행도 다녀왔다.
산죽과 억새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는 지리산 만복대도.
11월 초에는 신라 선덕여왕5년에 승려 진표를 따라 주민들이
속세를 버리고 떠났다는 전설이 있는 국립공원 속리산을 다녀왔다.
한국 8경의 하나에 속하는 명산으로 기봉(奇峰)과 울창한 산림으로
뒤덮여있고
산중에는 천년 고찰 법주사가 있었다.
소백산맥의 허리인 황악산 최고봉은 비로봉(1,111m)이다.
예로부터 학이 많이 찾아와 황악산이라 했다.
작년 이맘 때 황악산을 가겠다고 출발했던 산행버스가 세찬 비바람에
되돌아 온 곳인데 다녀오기를 잘했다.
산 이름이 절이요, 절 이름이 산인 해남 두륜산 대흥사 탐방도 마치고
중국 위王의 전설이 담긴 팔영山 여덟 봉우리를 링과 쇠 발판, 쇠줄과
로프를 잡고 힘겹게 오르기도 했다.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는 눈 쌓인 천관산,
강천산 송년 산행 때는 처음으로 아이젠을 걸기도 했다.
적대峰 산행 때 하산 주를 끓여 먹었던
고흥반도 남쪽 끝의 녹동으로부터 약 500m 거리에 있는 섬.
모양이 어린사슴과 비슷하다하여 소록도라 부른다.
이제는 거금대교로 연결되어 버스가 다니는 곳
한센 병 환자와 국립소록도병원에 근무하는 직원 및 가족들만
살고 있는 섬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꽃과 나비가
해와 별을 속인 사랑이
목숨이 된 것이올시다
세상은 이 목숨을 서러워서
사람인 나를 문둥이라 부릅니다.
(한하운의 詩,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에서
(2011년 12월 31일)
첫댓글 천사 천사 Y 2012.01.05 21:40수정 | 답글 | 삭제 | 신고
한 해를 정리하고 마감하는 산행기 멋져부러!
신묘년 유수천리....흐르는 세월은 물처럼 천리를 다해 드넓은 바다로 스며들듯이...
신묘년도 어김없이 열두달을 금광의 멋장이들과 함께 수많은 추억거리를 생산해 내고
멋진 앨범속에 고요히 잠들어버렸군요....
함께 했던 시간들 소중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