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기산들의 산길
 
 
 
카페 게시글
▒☞산행기.여행기 스크랩 희망봉으로 가는 길
기산들 추천 0 조회 154 07.01.30 09:34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희망봉으로 가는 길
희망봉 장군봉 풍화리 종주 2007. 1. 28.

 

 

어젠 바람꽃을 보았다.

설중 핀 바람꽃은 매서운 칼바람에 잘도핀다.

가을 새품이 삭지않는 그리움이라면 설중 바람꽃은 사무치는 그리움이다.

남덕유는 그렇게 그리움을 정상 능선마다 걸어놓고 그리움에 목마른 사람들을 가두고 있었다.

 

 

팔영산으로 떠날려던 사람들이 폭설 소식에 미리 겁을먹고 산행을 취소해 버렸다.

며칠전 부터 쉬엄쉬엄 앓는 기색이 있던 카메라가 남덕유에서 몸살기를 보이더니 오늘 아침 드디어

드러눕고 말았다. 쓰다듬고 보듬고 요란을 떨어보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어 답답하다.

부득히 큰놈에 항상 밀려 한쪽켠에 밀쳐 두었던 작은놈을 챙겨들고 지인과 일어선다.

다시 눈속 바람꽃에 파묻히고 싶은 감정을 추스리며 오래전 부터 가보고 싶었던 통영시 산양읍 일원의

희망봉 장군봉 풍화리 종주길을 향해서... 

 

 

남도는 봄이다.

양지뜸에서 쑥을케는 아낙들의 비닐봉지에 파릇한 봄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물빛 또한 천천히 옥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된비알길을 한땀 흘리며 희망봉에 올라서니 어떤이가 쌓은 돌탑이 정성스레 보이고 솔숲사이로 다도해

가 산객과 숨박꼭질을 한다. 뒤돌아보니 통영의 진산 미륵산의 암봉이 아름답다.

자유.

일상으로의 자유.

성(城)같지 않은 당포성터에서 나는 자유를 만난다.

옥빛 바다가 보이는

그림처럼 섬이 보이는

겨울볕이 봄볕처럼 따스하게 내 몸을 감싸는 석성의 양지쪽에서 나는 봄 햇살같은 자유를 품었다.

 

 

▲ 장군봉과 돼지바위

 

 

당항성지에서 바라본 삼덕항. 봄은 느리지만 분명 오고 있었다.

 

 

이곳에 오면 삼여도와 쪽빛바다를 보듬고 사는 병약한 친구가 생각이 난다.

특히 시방 눈앞에 그곳으로 가는 여객선이 방파제를 막 지나면서 내 뿜는 목메임이 울컥 보고픔으로

다가온다. 다시 빛나는 건강을 위해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끝났다는 생각을 접고 요동치는 아니 너울이 산으로 달려들듯 건강을 찾는 도전이 있기를 빌어본다.

 

 

장군봉아래 양지쪽 언덕배기에 매화는 망울을 맺었다.

남해에만 자생한다고 생각했던 치자가 새들의 쪼임에 성한게 없지만 푸른잎사이로 열매를 단다.

치자.

또 하나의 그리움이 영글듯 나와 가장 가까워진다.

 

 

 

그리워한곳 이기에

상상하고 기대했던것에 미치지 못한 전경이 펼쳐진다해도 진정한 산객은 후회를 하지 않는다.

여긴 지금부터 늦은 봄 까지는 행복한 산길이리라...

넉넉한 자유와 봄 햇살의 부드러움 그리고 옥빛 쪽빛물빛이 고운 자태다.

머잖아 얼레지.노랑제비.홀애비바람꽃이 정원을 만들면 숨가쁜 풍치에 반한 사람들이 적적한 이 산길에

부산한 걸음들로 채워질거고 희망봉에서 새 꿈을 키우는 설레임도 봄꽃처럼 필것이다.

 

 

▲ 희망봉. 

 

 

까마귀의 비상 오비도(烏飛島)에도 물빛이 변하고 봄이 머무를 준비를 끝낸듯 넉넉함이 깔려있다.

얼굴을 간지르는 바람이 남덕유와는 사뭇 다르게 남실거린다.

행운을 안겨줄듯한 돼지바위가 그 위용을 드러내고 건너편 미륵산으로 가는 암릉이 아름답다.

몇시간만에 이 길에서 처음 사람을 만났다. 이 길엔 사람마져 귀하다.

 

 

 

▲ 돼지바위봉

 

 

무엇이 그리도 미련이 남는건지 지난 가을에 핀 구절초는 된서리를 맞고도 초연히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길 위에 있다. 저러다가 봄엔 실없이 져 흔적조차 없어질지 맘 졸여진다.

능선을 향해가던 산길은 돼지봉 아래서 주의를 해야한다. 자칫하면 원항 풍화리로 이어지는 도로가 아닌

바닷가로 떨어진다. 필자도 여기서 두어번 알바를 하며 결국 그 길을 놓쳐 마을 위 밭등성을 겨우 찾아

마을로 내려섰다.

 

 

 

▲ 피마자. 일손이 달린건지 아니면 그 가치가 떨어진건지 수확을 하지 않았다.

 

 

멀리 고성의 진산 거류산이 희미하게 필자와 눈을 맞추고 발아래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하다.

긴 선착장에 발이 묶힌 작은배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낮잠을 즐기고 두 봉우리 사이 살짝 모습을 드러낸

미륵산 정상이 등을 떠밀며 어여 산을 내려서라 한다.

 

 

 

▲ 통영의 진산 미륵산릉 가운데 암봉이 미륵산 정상이다.

 

 

마지막 봉우리를 남겨두고 능선에 올라서니 온돌방처럼 널다란 바위가 편편하게 펼쳐져 지친 다리를

쉬게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장촌마을로 내려서는 길을 잘못들어 잠시 알바를 하고 다시 능선에 올라

길을 재촉하니 발 아래 장촌마을이 보인다.

희망봉 풍화리 종주는 산행내내 푸른바다와 손에 잡힐듯이 따라오다가 멀어지는 미륵산을 그리고 올망

졸망한 다도해의 섬들을 조망하며 달리므로 어느 산행지 보다 눈이 즐거운 산행이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 걸죽한 탐험가들의 안식처요 길잡이인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닮지는 않았지만

통영 산양읍의 희망봉도 무수히 뱃길을 열어가는 어부들에겐 희망봉 이상의 큰 의미가 있으리라.

봄 바다를 기다리며 종종 걸음을 짓고있는 목선의 조바심을 뒤로하고 활어가 춤추는 어시장 중앙시장을

들려 싱싱한 가오리 한접시와 소주한잔에 추억도 마시니 오늘도 우리 살아 있음이 감사하다. 

 

☞ 가는길 : 35번고속국도 통영IC-통영시청앞-통영대교-미수동-산양일주로-산양읍사무소 맞은편 공터

                 희망봉-당포성지-임도-장군봉-돼지바위-원항-풍화리 장촌-수월 

 

☞ 주변볼거리 : 달아공원 낙조.해양수산관.남망산공원.해저터널.산양일주로 드라이브.세병관.한산도.   

 

 


 

 
다음검색
댓글
  • 07.02.01 18:02

    첫댓글 설화속에 봄을 기다리는 님이여!연분홍 진달래와 노오란 개나리꽃으로 치장한 봄처녀의 꽃 향기가 그리운가 봅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