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실상의 마라톤 시즌은 끝났다. 다시 햇살 따스한 내년 3월을 기다려야 또 한바탕 원시인 차림으로 도시든 시골이든 마음대로 달릴 수 있다. 요즘 한강 둔치 자전거 길은 그냥 조용하다. 항상 만나는 몇 분들을 빼고는 그 많던 인라이너들, 사이클리스트들, 연인들, 부부들 아무도 안보인다.
내년 3월의 새로운 웅비를 위해 이 겨울을 마냥 쉴 수는 없지 않는가?
군인들이 전투현장에서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침 구보를 하듯이 내년에도 달리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단 달리기를 쉬면 안된다. 겨울은 날씨가 차고, 낮 시간이 짧고 밤이 길다. 일단 초보자들이 달리기에 입문하기에는 부적절한 시기이다. 올해 시즌을 성공적이든 부상 속에서든 마친 경험자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현재 자신의 건강상태나 훈련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현실적인 운동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달리기 훈련에는 '거리'와 '강도'라는 두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나이가 젊을수록 '얼마나 빨리 현재의 거리나 강도를 최대로 늘일 수 있는가?', 자신의 '한계 상황을 얼마나 최대로 늘일 수 있는가?'가 주요 관심사항이다. 그러나 단순히 거리만 늘인다는 것은 피로감만 쌓이게 하며, 기온이 찬 겨울철의 효과적인 훈련으로서도 적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현실적인 주당 훈련계획을 세워서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제부터는 실지로 대회에서 속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훈련들, 예를 들어 실질적인 장거리 달리기를 위한 기본적인 훈련 종목들이 모두 포함된 훈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주 1회의 장거리 훈련, 주 1-2회의 근력훈련, 1-2일의 빠른 달리기 훈련, 1-2일간의 편한 달리기와 회복을 위한 휴식일들이다.
가장 좋은 5km 달리기 훈련은 5km 대회 속도로 달리는 것이며, 10km 훈련은 10km 대회 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가장 좋은 마라톤 훈련 역시 마라톤 대회 속도로 달리는 것일 것이지만, 너무 무산소성 훈련이 많아지면 젖산이 많이 발생하여 근육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나 겨울철 장거리 훈련 때마다 전 구간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은 아주 지혜롭지 못한 훈련방법이다.
이제부터는 훈련을 계속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목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가? 둘째, 주당 4회의 훈련을 하고 있는가? 셋째, 일반적인 몸 만들기 훈련을 잘 진행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주요 평가항목이다.
대회시즌이 끝나면 훈련방법을 바꾸어야 하는데, 언덕훈련과 근력운동 위주로 한다. 예를 들면, 일주일에 화/목 혹은 수/금요일, 토요일 3일의 힘든 훈련과 일요일의 느린 장거리 달리기로 구성하든가, 아니면 편하고-중간-힘든 훈련 주기나 편하고-중간-힘든 훈력에다 일요일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훈련으로 계획할 수 있다. 여기서 중간 강도는 파틀렉 훈련이나 젖산 역치 훈련을 하면 된다. 이런 훈련을 2주간 힘들게 하고 다음 1주는 약하게 한다. 예를 들어 월요일 휴식일, 화요일 언덕훈련, 수요일 서킷 훈련, 목요일 느린 조깅, 금요일 파틀렉 훈련, 토요일 언덕훈련, 일요일 장거리 달리기이다.
주간 달리는 거리를 늘이거나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것만큼 근력강화 훈련도 중요하다. 장거리 주자들의 균형잡힌 근력발달을 위해서는 몸통과 상체도 강해져야 한다. 이런 전신 근력강화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단거리 주자들일수록 전력질주를 위해서 사실 더 중요하다. 팔굽혀 펴기, 턱걸이, 윗몸 일으키기와 같이 자신의 몸무게를 이용한 중량운동과 도약과 같은 몸통을 안정시키는 훈련, 다리근력을 위한 언덕훈련들이 쉽게 누구나 할 수있는 운동들이다. 또 장거리 달리기만 하면 슬굴곡근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퇴사두근이 약해지기 때문에 이 두 근육들의 근력이 균형되게 유지하는 것도 부상예방에 중요하다. 스트레칭과 같은 유연성 훈련이 적절한 보폭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유연성이 증가된다고 해서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증거는 없다. 이런 근력운동을 가능하면 주 2회는 하는 것이 장거리 달리기에 도움이 되며, 휴식일이나 편한 달리기하는 날 병행하면 된다.
언덕달리기는 자신의 체중을 이용한 일종의 중량운동이지만, 꾸준히 할 경우 1-4%의 경기력 향상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언덕훈련은 중력에 대항하여 다리로 하여금 체중을 위쪽으로 밀어 올리게 함으로써 어떤 저항성 기구보다도 더 마라톤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중량운동보다 심혈관계를 더 효과적으로 운동시킬 수 있다. 언덕훈련의 장점은 하체근력 강화, 심혈관계 기능 향상, 착지시의 충격감소로 트랙에서 하는 인터벌 훈련이나 다른 속도훈련보다 부상 위험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서울 근교에는 북한산, 청계산, 우면산의 능선길이나 하남시에서 남양주까지 이어지는 검단산-용마산 능선길이 있으며, 아스팔트길이긴 하지만 왕복이 가능한 남산 산책로도 아주 좋은 언덕훈련 코스이다.
처음에는 가볍고 점진적으로 시작해야 하며, 남산 산책로의 경우 편도 3km인 언덕길을 주 1회, 한 번에 3~4회 왕복 달리기를 한다. 통상적으로 150-200m의 언덕이 5-6개 정도 있는 코스가 훈련에 적당하며, 매주 1회씩 증가시켜 총 10회 정도 하도록 한다. 이런 훈련은 대회 참가 1개월 전까지 계속한다.
언덕훈련을 하는 동안에는 따로 인터벌훈련을 추가할 필요는 없으며, 대회를 앞두고 언덕훈련을 쉴 동안은 2-4주정도 따로 인터벌 훈련이나 다른 스피드 훈련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