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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25
단층과 지진
▲ /그래픽=유재일
지난 12일 전북 부안군 행안면에서 규모 4.8의 큰 지진이 발생했어요. 호남권 내륙에서 규모 4.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래요. 본진(本震)이 발생하면 그 영향으로 작은 규모의 여진이 발생하는데요. 부안 지진의 경우 본진 이후 10시간 동안 여진이 17차례나 발생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유리창이 깨지거나 담이 기울어지는 등 시설 피해 신고가 900건(지난 19일 오전 6시 기준)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번 부안 지진은 '주향이동단층'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단층과 지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단층·역단층·주향이동단층
지구 내부는 중심에 핵(내핵·외핵)이 있고, 그 위에 맨틀과 지각으로 구성돼 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지구의 가장 바깥쪽인 지각에 해당해요. 암석으로 이뤄져 있어 매우 단단하죠.
과학자들은 지각과 맨틀 윗부분 일부를 암석권이라고 부르는데요. 지표에서 약 100㎞ 두께의 딱딱한 층인 암석권은 10여 개 조각으로 쪼개져 있다고 해요. 이 조각들을 '판(plate)'이라고 불러요. 유라시아판·태평양판·아프리카판·남극판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에 속해 있어요.
이 판들은 지구 내부의 운동에 의해 서서히 움직여요. 1년에 수㎝씩 이동하는 정도이지요. 그 결과, 판과 판이 서로 마주하는 경계에서 서로 부딪히거나 멀어지는 일들이 생겨요. 동시에 이런 판의 움직임으로 생긴 에너지가 경계면에 계속 쌓이는데, 에너지가 일정량 이상 모여 폭발하게 되면 땅이 크게 흔들리면서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발생합니다. 일본에서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판의 경계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에요.
거대한 하나의 판도 크고 작은 덩어리들로 이뤄져 있어요. 외부의 힘에 의해 움직이고 휘어지다가 결국 끊어지거나 어긋나기 때문이에요. 지층이 끊어져 어긋난 지형을 '단층'이라고 해요. 단층이 처음 생성될 때나 이미 형성된 단층에 새로운 파괴가 일어날 때 지진이 발생할 수 있어요. 이를 '단층 지진'이라고 합니다.
단층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예요. 힘이 어떻게 가해지느냐에 따라 나뉘죠. 지층이 끊어져 있는 경계면을 '단층면'이라고 해요. 그리고 단층면의 위쪽에 있는 걸 '상반', 아래쪽에 있는 걸 '하반'이라고 합니다. 양쪽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해 상반이 밀려 내려오면 정단층이 만들어져요. 양쪽에서 미는 힘이 작용해 상반이 하반 위로 밀려 올라가면 역단층이 만들어집니다.
상반과 하반이 수평 방향으로 밀려 어긋나면 주향이동단층이 만들어져요. 이번 부안 지진은 주향이동단층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답니다. 경주에서 2016년과 작년에 발생한 지진도 '주향이동단층'이 원인이었죠.
가까운 미래에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활성 단층
언제 어느 단층에서 문제가 생길지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과학자들은 최근 지질시대에 활동을 했고 가까운 미래에 다시 활동할 수 있는 단층을 '활성 단층'으로 분류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그러나 '최근'과 '미래에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워 국가와 학자들에 따라 활성 단층에 대한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일반적으로 신생대 제4기(약 258만년 전부터 현재)에 지표에 변화를 가져온 단층을 활성 단층으로 본다고 해요. 행정안전부 등은 2017년부터 활성 단층을 조사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활성 단층이라고 밝혀진 것은 16개라고 해요.
일각에선 충남 부여군에서 전북 부안군 일대에 분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함열단층'이 이번 지진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또 다른 전문가들은 충남 부여군에서 공주시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 '십자가단층'의 영향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이 두 단층은 아직 활성단층으로 볼 증거가 없다고 합니다. 또 함열단층은 이번 지진 진원과 거리가 20㎞ 이상, 십자가단층은 50㎞ 이상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부안 지진이 두 단층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지, 다른 새로운 단층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더 조사가 필요하대요.
이에 행정안전부는 2027년에 예정돼 있던 전북 부안군과 인근 지역의 지표 단층 조사를 올해 하반기로 앞당겨 진행한다고 해요. 기상청도 2032년부터 조사 예정이던 전라 내륙의 지하 단층을 올해 하반기부터 2036년까지 조사한다고 해요.
굉음을 들리게 하는 P파
이번 부안 지진을 겪은 주민들 중에는 땅의 흔들림을 느끼기에 앞서 큰 폭발음을 먼저 들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어요. 왜 그런 걸까요? 지진이 발생하면 진동이 생기는데 이를 '지진파'라고 부릅니다. 지진파는 크게 P파와 S파로 나뉘는데요. 땅속에서 생긴 지진파 중 'P파'가 지표면으로 나와 공기와 접촉하게 되면 '쾅' 하는 굉음이 생긴다고 해요.
지진 소리는 대부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 범위 밖에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진이 지표면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는 경우에는 지진 소리가 들리기도 한대요. 이번 부안 지진도 진원의 깊이가 8㎞ 정도로 얕았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하는데, 그래서 굉음이 들렸을 수 있어요.
이윤선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오주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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