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안트베르펜에서 8km 떨어진 공업단지에 거대한 제련소가 하늘 높이 솟아 있다. 파이프와 컨베이어 벨트가 용광로와 창고, 독한 화학약품이 부글거리는 솥을 연결하고 있다. 마치 누군가 화학실험 세트를 거대한 규모로 설치해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 제련소의 이름은 ‘유미코아’(Umicore)로서, 이 회사는 금·플래티넘·납·구리·리튬·셀렌 등 금속공업에서 많이 쓰이는 금속을 제련한다. 하지만 이런 물질을 원석에서 제련해내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전자기계에서 정제해낸다. 덤프트럭들이 다가와서 낡은 휴대전화와 컴퓨터 키보드, TV 등을 쏟아놓는다. 유미코아는 이것들을 몇천℃가 넘는 뜨겁고 빛나는 노란 액체에 넣어 함께 섞고 구성요소에 따라 화학적으로 분류해낸다. 이 놀라운 기술은 많은 부분이 일급비밀이다. 현대의 연금술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경제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1t의 휴대전화에는 1t의 금 원석보다 60배나 많은 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유니코아는 금을 채취하기 위해 산에 구멍을 뚫지도 않고, 파낸 토양을 실어나르지도 않고, 독성 있는 화학약품으로 바위틈을 씻어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금속들은 우리에게 매우 유용하다. 하이테크 시대의 비전은 오직 우리가 새로운 기계와 전선망, 휴대전화, 휴대용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충분할 때만 지켜질 수 있다. 광산은 너무 많이 사용됐고, 양이 충분하지 않은 희토류와 금속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유니코아의 전문가 크리스티안 하겔뤼켄은 “하이테크 재활용에서 큰 문제는 기술적 과정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재활용할 낡은 전기기기가 부족한 게 문제다. 오래된 전기기기는 보통 유니코아로 실려오는 게 아니라, 서랍에 처박혀 있거나, 쓰레기로 버려지거나, 아프리카에 불법으로 팔린다. 하겔뤼켄에게는 기술의 실제적 미래는 평범한 것으로서, 쓰레기 분리 수거와 재활용을 의미한다. 너무 평범하다고? 우리가 이를 실행하려 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장려정책을 통해 낡은 휴대전화, TV, 전기스쿠터 등을 제대로 재활용할 수 있는가.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아니면 전자기기를 살 때 예치금을 내게 하고 기계를 다 쓰고 난 뒤 가져오면 예치금을 돌려주는 게 좋을까? 혹은 전자기기 판매를 아예 금지하고 오직 빌릴 수만 있게 할까? 함부르크 환경연구소 소장이자 공정(工程)공학 교수인 미하엘 브라운가르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에게 2~3년짜리 기계사용권을 파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