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 이동림의 [창]

창 이 동 림 이사 온 아파트엔 열 수 없는 커다란 창이 있었다. 햇볕 찌든 부연 창 너머로 강물이 잠겨 있었는데, 백내장 걸린 눈동자로 이쪽을 건너다보 고 있었다. 그 강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다. 어느 날 창틀까지 뜯어내는 수술을 감행했다. 여닫이 유리창을 새로 만들어 달 던 날, 문을 열고 창밖에 대고 이불부터 팡팡 털었다. 그 날 밤, 잠결 에 휘파람소리를 들었다. 창이 불고 있었다. 바람이 일면 더욱 신이 나 서 불어 제켰다. 문틀이 안 맞나 봐요. 문틀 구석구석을 꼼꼼히 메워도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휘파람소리. 그 소리는 밤마다 나를 깨우더 니 급기야 물 비늘 선명하게 강물을 깨워내고, 강물에 잠긴 별을 바가 지로 일어 검은 하늘에 부어주기도 했다. 강가, 버드나무가 주춤주춤 휘파람 가락에 장단을 맞추는 밤이면 나는 어느새 달려가 어둔 창 곁 에 서서 휘파람소리를 들었다. 내 허파에서 오래 묵은 실금 하나가 그 가락에 어우러져 연줄처럼 풀리고 있었다. *** 삼척지부 이 동림 시인의 작품입니다. 이 시를 읽고 나는 가슴이 떨려오는 진한 감동에 젖어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왜인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마, 죽어 있던 창들이 살아 움직이면서부터 휘파람 소리가 들리고, 강물이 깨어나고, 별이 빛나고, 버드나무가 춤추는 등, 주변의 모든 현상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급기야 시인마져 동화되어 '오래 묵은 실금 하나가' 풀려가는 신비한 생명력의 복원 때문이 아니었던가 짐작할 따름입니다. 시인에겐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능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