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는다. 저만치 앞에 불빛이 보여도 조급하지 않다. 꼴찌지만 따라붙을 시간은 있으리라 믿고. 어느만큼인지 가다보니 드뎌 만나는데 야생화대장님이시란다. 어둠 속이라 이내 얼굴을 까먹었지만. 후미대장님을 지나고보니 전설님이 계시고 다시 한무리 팀을 만나는데 간식타임 중이시다. 얼릉 화장실 다녀오니 다들 가신다. 주먹밥 한입 먹다 도로 베낭에 넣고 걷는다.
간간이 기침이 나오려 할때마다 목캔디를 먹기에 심하게 허기짐은 덜하다. 안산에 도착하고 주먹밥을 먹는다. 트랭글과 오룩스 모두 꺼져 있다. 늦게 준비하다보니 켠다는 것을 까먹은듯.
낯선 분들과 섞여서 걷는다. 날이 밝아오고 후미도 벗어나고 서서히 기분도 상쾌해지고 설악의 단풍도 절정이다. 날씨도 괜찮다. 마냥 들뜨진다. 그런 것이 귀때기청봉을 코앞에 두고 비가 내린다. 정명대장님과 수행중님을 만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잠시 하다가 무돌이님,영우님과 함께 중청에 들어선다.
컷오프인 12시를 넘긴 상태라서 걍 희운각으로 가버릴려다 J3산행은 첨인지라 중청의 상황을 알고싶어 들어간다. 제재는 없고 라니님 일행과 만난다. 대청봉은 건너뛰고 희운각으로 따라간다.
마침 희망새대장님이 나타나고 희망새대장님 따라서 다시 중청으로 되돌아가서 점심을 먹고 대청봉을 다녀온다. 혼자 희운각으로 간다. 재정비하는데 희망새대장님, 무돌이님, 영우님이 온다. 무돌이님이 이것저것 주셔서 더 먹고 무돌이님이랑 먼저 공룡능선을 향한다.
희망새대장님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라니님 일행을 따라잡자고. 신선봉에서 20분 전에 만났다는 분의 말씀에 더욱. 20분 전에 만났다면 40분인딩.ㅠ 20분만 쫓아가면 된다고 하시며 달아나신다. 그와중에도 전화받으시고 카톡하시고, 그 틈에 따라잡으며 뒤쫓아 간다. 영우님과 함께 라니님 일행과 합류되는데 광주의 무돌이님이 떨어져버린다.
걸레봉을 눈앞에 두고 후미팀들이 전부 하산한다는 소식에 대장님이 혼자가 된 무돌이님 안위가 걱정되어 여기저기 전화하고 카톡하고 문자하신다. 제자리에 선 채로. 설태를 두번 하셨다지만 우리와 거리차이가 크서 기다려드릴 수가 없다. 낮이었다면 다를 수 있지만 비내리는 밤이라... 후미가 모두 하산을 해서 무돌이님도 뜻밖에 하산함에 안타깝다. 희망새대장님이 마등봉을 조금 지나서 있는 무돌이님과 통화하여 되돌아 마등령으로 하산결정까지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라니님 일행은 사라지고 없다. 열심히 뒤쫓아가니 알바를 하고 온다.
함께 너들길 조심해서 간다. 눈발도 날리고 조심 또 조심. 황철봉 너들길은 어찌 그리도 안 나오는지. 잠깐의 알바도 하면서 너들길 내려오니 불빛이 있다. 희망새대장님이 "국공이면 도망간다."라고 외치는데 이밤에 비까지 오는데? 다가오는 불빛은 삼청님과 청학님의 깜짝지원이시당 ㅋㅎ 이분들은 뭔 고생들이신징~~~ㅋㅋ
얼마나 기다리셨는지 불은 라면은 먹기는 좋다. 근데 라니님이 중탈하겠단다. 허걱 이게 뭔 소리? 재미없어서 그만하겠다고. 빨리 베낭 매라하고는 추워서 지체하기가 뭣해서 먼저 걷는다. 뒤따라 오는줄 생각했는데 라니님이 없다. 띠용~~ 다 왔는데, 비오는 밤길이 지루한들 혼자 걷는 것이 아니기에 견디기엔 괜찮은데...
든든히 먹고 걸으니 지치지 않는다. 근데 요때부터 똥고생이 시작된다. 계조암 위 바위에서 다시 쉬고 계조암에 들르니 두 분이 있다. 수요산들산악회에서 설태를 왔는데 지원해주러 오셨단다. 달마봉을 오른다. 생각보다 높고 사진으로 본 풍경들은 멋진데 비가 그치고 있는 지금의 경치는 안개로 희미한 모습뿐이다.
변의를 참으며 걷는데 한번 볼려면 기본 10분 이상이다. 느닺없이 찾아온 변비로 걸음을 지체시키고 청대산 이후엔 각개전투 상황이 되고 혼자가 된다.
도로를 걸어가다보니 혼자서 우왕좌왕 거리다가 낭패날수 있다는 생각에 택시를 타고 마레몬스호텔로 간다. 인증하고는 마레몬스호텔 화장실에서 30분 남짓 거사를 치르고 나오니 몸이 드디어 편안해진다.
설태 마치고 나니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버스 타고 울산으로 돌아오는데 서서히 다리가 어기적거려진다 온 몸에 열이 난다.
속초에서 강릉으로 가서 강릉에서 3시 반 울산행 버슬타고 울산에 도착하니 8시 반인데 버스계단 내려오는 것이 힘겹다.
담날 아침에는 손가락만 정상이다. 발은 퉁퉁 부었고 몸은 움직임이 슬로모션이다. 그런데 기침은 사라졌다. ㅋㅋ 걸은 것 중에 최상의 난이도였다는 것을 몸이 나타내준다. 발의 부기는 3일이 지나니 빠진다.
설태를 생각했을 때 하고는 싶었지만 나에겐 무리일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평소에도 보호대를 착용해야만 하는 무릎이고, 갑상선기능저하증약을 매일 복용하는 처지라 피곤하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가 없기에 자칫 건강을 헤칠까 염려때문이다. 근데 이렇게 해내고보니 어떨결에 성공한 것이지만, 노력과 땀은 소중하고 홀가분하여 좋다^^.
완주 진심 축하드립니다ᆞ
비속에서 고생 많이 하셨네요
후반부에는 같이 걸음하였죠.
초반에 극한의 알바를 이겨내시고
선두는 놓쳤지만 불굴의 정신으로
우리와 함께 걷게되어 좋았습니다.
설태동지가 되어 영광입니다!
우중 설태임더 완주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더. ㅋㅋ
산꾼님 같은 분들이 제 주변에 많이 계시니까
완주했겠지예~~
다영님~~~
설악태극 무사 종주를 축하드립니다.
산으로 들기위한 준비는 가히 본받을만 합니다.
우중에 힘들었지만 가슴한켠에 좋은 추억이 하나더 자리 잡았네요...
감사합니다.
제 산행 경험 중에 최고였습니다.
담날 몸을 못 움직이겠더군요.
어거적어거적, 느릿느릿.
이룬 후의 해방감은 좋더라구요.
편안함!
걸림없는, 공기같은, 여튼 맘이 사라진듯요 ㅋㅋ
컨디션도 안좋으신것 같았는데
완주 하셔서 축하 드립니다
산행은 항상 변수가 많은데
저날은 귀때기청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그리 긴시간동안 추적추적 내리니 속도도 안나구 풍경도 없구 좀 답답한 산행이였습니다
아무쪼록 몸 잘 챙기시어 휴유증 없는
그런 설태 였기를 바랍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 드립니다~
설태 후반에 동행했었죠.
여럿이 함께 산행하게되니 산길이 더 훈훈해져서 좋더라구요.
랑탕님의 시그널 얻게되어 감사하구요.
어제 영알하늘억새 갔는데 곳곳에 나부끼는 랑탕님의 시그널 반가웠어요.
행복한 산길에서 또 뵙길 바랍니당~~~
설태 35시간속에 가장 오래 함께 있었던 분이
대간 동기인 다영님이라서 더욱 의미있는 설태였습니다.
설태대비 훈련도 하셨겠지만 이미 체력이 어느정도
소진 됐을 공룡과 걸레봉에서 지치지 않고 질주하던
다영님의 등력에 속으로 괴물되붓네 햇슴당 ㅎ
떡발재 이후로 등로 찾기가 힘들고 도로타고
진행해도 된다는 전갈도 받았지만 등로로 또는
도로로 각자 도생하다보니 날머리 도착은
서로 다르게 도착하게 됐습니다.
20시간 이상 내린 우중에
중탈자도 어느때보다 많이 나온 이번 설태였지만
모든걸 이겨내고 첫 설태를 멋지게 이뤄 내신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내년에도 또 함 같이 들이대불까요?ㅎㅎ
헉? 내년에도 ..@.@
싶지만 하고 싶지요. ㅋㅋ
어쩌다 한번은 얼렁뚱땅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두번 성공이라면 실력이겠지요.
그러고 싶습니당!
희망새대장님이 계셔서 언제나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