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가지 독 한 번에 푸는 북어콩나물국
출처: http://blog.naver.com/wun12342005/220537808554
‘초오(草烏)’ 나 ‘부자(附子)’ 라는 약초가 있다.
두 가지 다 몸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보약으로 이름이 높은 약초이지만
독성이 몹시 강해서 함부로 먹다가는 목숨을 잃는다.
옛날 죄를 지은 신하한테 임금이 내리던 사약(死藥)이 대개 초오나 부자를 달인 탕약이었다.
초오나 부자의 독을 풀 수 있는 해독제가 북어(北魚)다.
초오나 부자를 북어와 같이 넣고 끓여서 먹으면 독이 훨씬 줄어들어 탈이 나지 않는다.
뱀독이나 연탄가스 중독, 술 중독, 식중독에도 북어가 최고의 해독약이다.
그뿐만 아니라 농약 중독, 중금속 중독, 화공약품 중독, 심지어는 방사능 중독까지 풀어 줄 수 있다.
명태는 차가운 북쪽 바다에서 산다.
이것을 잡아서 깊은 산속에 있는 덕장에서 겨울 동안 꽁꽁 얼려서 말린 것을 북어라고도 한다.
명태를 말려 북어를 만드는 데에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과학적인 이치가 담겨 있다.
명태는 밤에는 꽁꽁 얼었다가 낮에는 햇볕에 녹아 부드러워지기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마른다.
얼었다 녹았다 할 때마다 명태 살이 졸아들었다 부풀었다 하기 때문에 바싹 마르면 황금빛이 나고 결이 부슬부슬하게 부드러워진다.
이렇게 말린 명태를 ‘황태’나 ‘더덕북어’리고 한다.
살이 황금빛이 나면서 제 맛이 나는 황태를 만들려면 영하 몇 십도의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 속에
명태를 석 달 열흘 동안 잠을 재워야 한다.
흔해빠진 명태가 추위와 햇볕과 눈보라와 바람으로 단련되어 최상의 맛과 해독 능력을 지닌 보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 동해안에서는 명태가 거의 잡히지 않으므로 먼 북쪽 바다에서 잡아와서 덕장에 걸어 말린다.
북양에서 잡은 것은 덩치는 크지만 살이 퍼석퍼석하고 빛깔이 희끄무레하며 맛도 싱겁다.
반대로 동해안에서 잡은 토종 명태는 크기는 작아도 빛깔이 노랗고 짭짤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인데다가
양념을 빨아들이는 힘이 세고 해독 효과도 빼어나게 높다.
먼 북해(北海)에서 살던 명태가 동해안(東海岸) 백 리 안쪽으로 헤엄쳐서 들어오기만 하면,
우리 땅에서 발현하는 특별한 기운인 감로정(甘露精)을 흡수하여 하루 사이에 맛과 효능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황태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북어에 뒤지지 않을 만큼 해독 능력이 높은 것이 콩나물이다.
쥐눈이콩으로 키운 콩나물 역시 숙취를 풀고 몸속에 있는 갖가지 독을 풀어준다.
무 또한 그렇다. 무는 훌륭한 소화제이고 해독제인 동시에 뱃속을 따뜻하게 하여 준다.
북어는 방망이로 두들겨야 보푸라기가 일어나서 살이 부드러워진다.
나무 방망이로 자근자근 한참 두들겨서 털실로 짠 옷처럼 보푸라기가 일어나게 해서 잘게 찢어서 넣는다.
대가리와 껍질은 쓰지 않는다. 콩나물은 대가리가 작고 가늘고 길게 자란 것일수록 좋다.
무는 굵은 가을무를 골라서 파릇한 대가리 부분을 큼직하게 썰어서 넣는다.
풋고추는 매운 것이라야 한다. 푸른 것과 붉은 것을 반씩 섞어서 잘게 썰어 넣는다.
마늘은 단양이나 제천, 서산에서 난 재래종 밭마늘이 제일 좋다. 마늘을 다져서 넉넉하게 넣는다.
처음에는 센 불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꺼질 듯 말 듯 은은한 불로 낮추어 8시간 동안 푹 끓여야 국물이 노랗게 우러난다.
8시간을 푹 고아서 건더기가 섬유질만 남아 스펀지처럼 되어 아무 맛도 없어지면 건져내어 천으로 짜서 버린다.
국물이 노랗게 우러나오도록 오래 끓이지 않으면 비린내가 완전히 사라진다.
한두 번 맛을 봐서 담담하고 시원하고 깊고 매운 맛이 나야 제대로 된 것이다.
오래 묵은 조선간장이나 토판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되 반드시 먹을 만큼 떠서 밥상에 올려서
국물의 온도가 섭씨 40도 정도로 식은 다음에 간을 해야 한다.
소금에 열을 가하면 소금에 들어 있는 미네랄은 날아가 버리고 염화나트륨만 남아 독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이 밥상을 차릴 때 간장 종지와 소금 단지를 상 한 가운데 두는 것은 다 이런 이유가 있다.
북어콩나물해장국은 최고의 해독식품 세 가지를 한데 모아서 만든 만능의 해독 음식이다.
북어와 콩나물, 무 이 세 가지 해독제가 모이면 풀지 못할 독이 거의 없다.
농약 중독, 화공약품 중독, 식중독, 알코올 중독, 중금속 중독, 방사능 중독, 약물 중독을 비롯한 온갖 독을 풀어준다.
청년 시절, 고기잡이배를 타고 먼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다가 날 생선을 회로 먹고
스무 명의 선원이 식중독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던 것을 북어콩나물국을 끓여 먹여 살려 낸 적이 있다.
며칠 전에 찬바람을 쐬었더니 감기 몸살이 독하게 들어 나으려면 며칠 고생할 줄 알았는데,
북어콩나물국을 끓여서 한 대접 마시고 한 바탕 땀을 푹 내었더니 하루 만에 말끔하게 나았다.
삼백 년 전 조선 숙종 임금 때 좌의정을 지낸 민정중(閔鼎重) 대감은
‘앞으로 삼백 년 뒤에는 명태가 이 나라 최고의 보물이 될 것’ 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십이만 구천 육백 가지의 독성 화공약품이 넘쳐나는 지금이 바로 그 때가 아니겠는가.
북어콩나물해장국은 몸속에 켜켜이 쌓인 독을 깨끗하게 씻어 몸과 정신을 다 같이 맑게 해 주는 우리 민족 최고의 보물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