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잠실에서 10억 정도하는 아파트에 살았다. 물론 대출을 어느 정도 끼고 있었지만.
그때 어머니께서는 결혼 자금으로 얼마를 주시겠다며 항상 말씀하셨다. 그런데 점점
그 액수가 줄더니 결국 아버지의 은퇴와 함께 결혼자금에 대한 약속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께서 갑자기 신도시로 이사를 가신다고 연락이 왔다. 처음에
그런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이 꽤나 심각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은퇴와 더불어 30년 세월 동안 자식 셋 키우신다고 열심히 모아놓으신 현금은 우리의
성장과 함께 사라져 버렸고 그나마 엉덩이에 붙이고 앉아있던 (정말 씩씩하신 우리
어머니 표현이다) 집마저 각종 규제들로 인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머니는 부동산에 꽤나 밝으신 분이셨다. 요즘에도“내가 몇 년에 한번씩 이삿짐을
꾸리지 않았다면 아버지 월급으로 너희들 절대 못 키웠어!!”하시며 힘주어 말씀하시곤
한다. 신도시에 빌라를 전세를 끼고 구입하셨다. 이사 하시던 날 어머니는 30년을 살아오신
곳을 떠난다는, 그것도 현금이 부족해서라는 본인이 인정하실 수 없는 현실에 눈물을
흘리셨다.
어머니는 필자의 손을 잡으시고 말씀하셨다.
“아들! 엄마 여기 다시 살게 하게 해줘! 알았지?”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부모님은 만족해 하시며 잘 살고 계신다. 작지만 집 앞에 산도 있고
해서 서울보다 공기도 좋고 여러 사람이 사는 공동 주택이다 보니 잡일도 많으시지만
화단과 텃밭도 가꾸신다.
그러면서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신다. “그때 팔길 잘했어~” “당장 현금이 없는 데 아깝다고
깔고 앉아 있었어 봐~ 끔찍하다~.” “지금까지 대출 갚으면서 살고 있었을 생각하니
끔찍하다.” “계속 돈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
비록 엄마는 젊었을 적 잘 하지 못했지만 너희는 젊고 돈 잘 벌 때 노후에 쓸 돈 반드시 모아라~”
“부동산도 현금이 돌아야 가치가 있는 거다. 엄마 시절처럼 돈 벌기는 쉽지 않아~”
가슴이 절절했다. 왜 역 모기지론이라는 상품이 이 시대에 등장 할 수 밖에 없는가가
떠올랐다.
컨설턴트로서 수많은 고객들에게 강조해온 이야기가 결국 우리 집 이야기인 것이다.
지금 본인이 젊다는 이유로, 자녀들 교육비 지출이 크다는 이유로, 오로지 부동산만이
최고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수많은 핑계를 늘어놓으며 젊어서 죽지 않으면 반드시
닥칠 확률 100%의 노후를“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살고 있다면
정말이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단 얼마라도 당장 준비하길 당부한다. 대충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마치고 일어서려 하는데…“그런데 너~ 매달 10만원씩이라도 한 20년간 따로
모아봐라”“???”“여행자금! 여행을 한번 가려고 해도 나이 들어서 가면 돈이 많이 든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것은 재무설계를 배우시진 않았지만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최고의
지혜가 담긴 재무설계 이론이다. 목적에 따른 투자!!
부모님 집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잔소리처럼 들리던 어머니의 지혜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아야겠다.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머니의 재무설계를 들려 드려야 겠다.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는
여러 가지 추억을 통해 형성된다. 어릴 때 부모가 보여주었던 모습들,
자녀들이 자라가면서 부모들에게 주었던 기쁨과 웃음. ‘아빠, 힘내세요’라는
노래를 불러주던 모습과 매를 들었다가 왜 아빠가 매를 들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던
아빠의 모습… 이런 모습들 속에서 부모 자식간의 사랑이라는 관계가 형성된다. 그런
관계들이 아이들이 자라가고 독립하면서 ‘경제적인’문제로 약화되고 끊어지기도 하고,
강화되기도 한다.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의 한 사람으로 이런 현실들은 참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자녀들과 남은 생을 더 좋은 관계 속에서 보내고 싶다면 이런
현실을 살아내고자 노력해야 한다. 나 자신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녀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더 건강해야 하고, 가능하면 늦게까지 일할 수 있는
조건이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건강하고 자기 일이 있는 부모라면 최상일 것이다. 일이
없더라도 최소한 부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득은 연금형태로 준비해
놓아야 한다. 환영 받는 부모로 산다는 것, 그것은 단지 자녀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길어진 노후를 살아가는 지혜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첫댓글 세월이 지날수록.. 새록새록 느껴집니다..
그걸 젊은이들한테 얘기하니 그런 세월 안온답니다. ㅎ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