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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병상일지 5번째 이야기/매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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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병상일지 5번째 이야기/매독이라고?
1985년도 인가 하는 해 일겁니다.
이미 우리 아이들 아들만 셋 다 탄생했고 막내는 젖먹이, 큰 아이는 여섯 살이 되던 해입니다.
평생의 취미 서예를 전문적인 직업으로 바꾸고 삼년째 되던 해.
그 해 쯤이니 신혼이야 지났지만 막 새로 장만한 열 세평짜리 주공 아파트도 제게는 복이고 나아가 아이들 셋이 자라는 재미에 참 행복이란 것이 그때가 최고조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하는데 그땐 그게 꼭 행복이었다 라고 꼬집어 느끼진 안했지만 지금와서 회상하니 그렀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때 집 사람 음식 메뉴 중 나물 뭇침이 최고였고 다음으로 좀 맘 먹고 차렸다 하는 메뉴로는 돼지갈비찜.
퇴근하고 돌아와 마주한 밥상에 그 짭잘한 갈빗살 뜯던 맛과 기분은 지금도 삼삼한 추억이지요.
그런데..
이 무슨 억장 무너질 소리인가요?
인천 사시는 분들은 간석동이 어디인가 아실테고, 그러면 간석동 주공단지 앞에 희망백화점도 아실겁니다.
그리고 희망 백화점 건너 상가에는 '마미치킨'집이 있었고 그 치킨 집 이층은 기독교 교인임을 내세워 명명한 "나사렛 의원"이 있었지요.
나사렛은 예수 탄생지인데 툭 하면 그런 성스러운 명칭에다 즈들 간판 상호로 떼다 붙이는 건 좀 불경스럽다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전 그런 상업적 행습이 안 좋다고 여깁니다.
각설하고,
당시 제게 낙이었던 일로는 제 취미를 직업화 하여 평생의 업으로 해 보고 싶은 것, 생계도 유지해 가며 서예 삼매에 몰입 할 수 있었음이요'
다음으로는 세 아들을 바라보는 농장지경(弄璋之慶)이요.
다음으로는 퇴근 길 사날 거리로 예의 언급한 마미치킨 집에서 통닭 사들고 들어가는 재미였습니다.
그런데 그날도 통닭 두 마리를 샀습니다.
(한 마리 가지고는 점점 자라는 아이들 입을 만족시킬 수가 없었음)
즐거운 토요일 오후 이른 반나절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려다 말고 요즘 계속 괴롭혀 대는 허리띠 부분의 염증 때문에 고민하던 차 마침 올려다보니 예의 ‘나사렛 의원’이 보였습니다.
요즘이야 병의원이 다 토요일이면 문 닫지만 그때는 오전까지는 진료를 했습니다.
허리띠 부근에 염증이 대상형으로 포진하여 이것이 최근엔 고름까지 심하게 솟는 거였습니다.
들러 진찰을 받았지요.
피를 뽑고 상처 부위는 대강 소독 정도로 치료를 마쳤는데 채취한 혈액 검사 결과는 일주일 후에나 나온다 하더군요.
요즘은 잠시만 기다리면 한 두시간 안에 수 십가지 종합 결과가 다 나오는 세상이지만 그 때는 채취한 혈액은 모두 중앙으로 보내지고 그 결과는 일주일 후나 도착했습니다.
그러면 보내온 결과 자료로 진단을 내리던 때였습니다.
일주일 후,
의원에 들러 별 문제 있게냐 했는데 그때 여의사의 말이 청천벽력 같은 선고 수준의 진단을 내렸습니다.
내가 달려온 길은 오직 외줄기. 달콤한 연시감처럼 올해도 풍성하게 먹어 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던 늦여름인데 ,그리고 달콤한 감처럼 입 맛 따라 살아 왔다고도 말 할 수 있고,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었던 인생인데....
한참 덥 던 팔월 중순, 꽤 덥 던 그해 여름인데,
허리부근 염증은 배꼽을 중심으로 좌우 한 뼘씩은 돌아가며 고름까지 너댓 군데 잡혔으니 여간 고통이 아닌 것을 그저 참기만 하다 맘먹고 진료를 받으려한 것인데 이 무슨 선고성 포고문인가?
나더러 "피검사 결과가 안 좋게 나왔어요. 혹시 부인하고는 초혼 이신가요 재혼이신가요?“하고 묻는 것입니다.
별 의도를 못 느끼고
"초혼이지요! 왜 그런 질문을?"하자,
"아, 저 결과가 안 좋아요. 매독입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뱉듯 하는 여의사의 말에 나는 말이 안 나와 어가 벙벙하고 눈이 동그래져 안도 벙벙하여
"매독이요? 무슨 매독이요?"하니,
매독 모르세요? 성 매개질환, 결혼 전에 걸리셨다면 자녀들한테까지 나타납니다. 결과가 매독으로 나타났는데, 그래서 제가 아까 혹 결혼 전 부인에게서 전염되신 게 아닌가 하고 여쭈어 본 겁니다."
잘은 모르지만 매독을 모를 리는 없습니다.
요즘이야 약이 좋고 치료법도 진화되어 초기 증상 같으면 페니실린 한 방이면 끝났다는데 그때는 상황 이 그렀게 간단하지 않은 매우 질기고도 수치스러운 병이었지요.
그래서,
"집사람은 제가 잘 압니다. 저 만나기 전 문란했던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그 사람이나 나나 성 경험은 만나서 서로 처음입니다"
나사렛 여의사 원장은 길쭉한 메뚜기 인상에 가뜩이나 작은 눈으로 미간 찌프리니 더욱 실눈이 되어 응시하더니,
"남자들은 여자들 판단하는데 좀 순진 하신 데가 있는 것 같아요.
여자들은 자기 과거가 다 깨끗하다고 말하지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 하나나 있나요?
그건 확실히 모르는 법입니다. 술집 여성이 술집 일 했다고 고백하나요?
그런 여성이 과거 딱 잡아떼고 결혼했다가 매독 걸린 남편에게 뒤집어 씌우는거 더러 봤어요. 만에 하나 그럴 수 있다고 가정도 해보시고 환자분께서도 잘 생각해 보세요!"합니다.
너무 쉽게 하는 말에 기가 막혀서 이 여자 말이 맞나 아님 내가 너무 확신하고 있나를 순간 판단해 보는데 도무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환자분께서는 깨끗하다 이 말씀이시죠? 그렇게 확신 하신다면 혹시 모르니까 사모님 쪽을 한번 의심해 보세요. 안됐긴 하지만..."
"아니요! 나야 절대적이고요, 우리 집 사람도 절대 그럴 일이 없을겁니다. 뭔가 검사에 오류가 있는 게 아닌가요? 집사람 쪽 의심해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나의 말이 웬간 단호해 보였던지 여의사 원장은 실눈 같은 눈을 활짝 열고는 마치 마지막 주사위라도 던지는 승부사 모양 입가에 묘한 주름을 지으며
"그럼 재검사를 한 번 더 실시해 볼까요?"하고 말합니다.
"같은 방법인가요?"하자
"조금은 더 정밀한 검사 방법인데요. 그래도 뭐 대개는 결과에 차이는 없더라고요. 경험으로 봐서는."
재검사해도 달라질 확률은 별로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여자 의도가 환자와 게임을 하려는가, 표정에 문란한 내 사생활이나 아니면 숨겨진 집사람의 과거에 묘한 미스테리적 흥취를 느끼고 있는가, 비웃는 듯한 그림자가 역력했습니다.
만일 사실로 가정한다면 어떤 경로인가로 병균이 내 몸에 침투했을 것이며 그 매개 행위가 있을 터. 과연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말은 맞는 말일 것입니다.
나는 다시 피를 뽑고 추가된 검사비용을 치르고 문을 나섰습니다.
일주일 후에 다시 오라는 말에 대꾸도 않고.
일주일. 그 일주일은 아주 길었습니다.
나는 평생 이렇게 지루한 일주일은 그 때가 처음인가 합니다.
집에 돌아와 잠자는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유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황달기라도 있나 하고.
그놈의 매독 바이러스는 혹시 공중목욕탕에서 감염되는 일은 없는지?
그러지 않고야 내 몸에 바이러스가 어찌 함부로 침투할 수 있으랴.
천만 번 입 벌려 아니라 해도 매독은 매독이라면 이를 어쩌나.
애들에게 몹쓸 것이 전염이 되는 날이면,
아니 애비가 매독이면 100퍼센트 자식도 보균자가 되어 수년, 아니 십 수년 후까지도 잠복하여 어김없이 나타난다는 매독 바이러스.
천에 만에 하나 그리되면 애들에게 이 무슨 죄 값을 치르며 집사람에게 이런 수치를 무슨 수로 어찌 갚고 살랴.
그리되면 아예 잠적을 해? 아니 이혼!
오만 불길한 상상의 나래를 다 펼치니 하면 할수록 미스테릭하고 불가해한 일입니다.
그렇게 고민에 빠지기를 일주일.
드디어 나사렛 이층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아, 이럴 때 나사렛 예수는 무얼 하고 계실까?
그날도 토요일.
한참 만에 밀린 환자 진료를 마치고 호명에 의해 마주한 여의사는 나사렛 예수의 날개라도 달았는지 아주 경쾌한 걸음에 함빡 찢어진 입을 벌리며
"아이구 지ㅇㅇ씨, 결과가 나왔어요. 매독은 아니예요."
오늘 이 여자 안광이 빛나는 석가세존의 광배라도 입은 듯 하여 빛나더군요
아니 새벽별 뤼쉬퍼라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정밀 검사가 나왔는데, 대개는 같은 결과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환자분은 음성 반응이 나왔어요. 매독 아닌 건 사실이예요."
이 여자를 한 방 갈겨줘야 하나, 아니면 꽉 으스러지게 안아줘야 하나, 욕이라도 콱 해 줄까, 아래 가서 마미치킨이라도 한 마리 시켜다 줄까.
뤼쉬퍼라는 새벽별 광명성(금성) 잘 보면 요렇게 보입니다. 오늘 새벽 6시 40분 동녘하늘에 유난히 밝은 금성입니다
애증의 갈림길에서 누가 누굴 위로하고 누굴 원망할지를 몰라 잠시 정신적으로 방황하다가
"아니, 선생님! 대체 그런 반응이 대체 왜 나온 겁니까?"하니
"아, 그게요, 가끔 우리 인체 면역계가 감쪽같이 속이는 반응을 보일 때가 있어요.이걸 의학용어로는 위양성이라고 하는데요, 이럴 때는 의사도 속아요.?"라고 말합니다.
나는 반가움과 분노를 절반씩 섞은 표정으로
"거짓 반응이라고요? 그런 경우가 있어요?"하자
"예! 엉뚱한 반응을 보일 때가 간혹 있는데 그래서 자칫 오진이 있는 경우도 생깁니다"
우리 인체가 신묘막측(神妙莫測) 하다더니 내 몸 안에서 벌어지는 신묘막측한 현상에 대해 내가 무어라 토를 달겠습니까?
이제사 아니라 하니 일주일간 긴장했던 근육 사지가 일순 다 풀리더군요.
"아, 그러니까 위양성이라 하면 거짓 양성(陽性) 반응이란 말이지요? 한자로 거짓 위(僞)자 위양성(僞陽性)인가요?
"어머!, 그런 것까지 아시네요? 아마 그럴꺼예요, 거짓위자가 있나요?"라고 반문합니다.
이 여자 나를 뭘로 보나? 그런 것 까지라니? 내가 그런 것 까지는 모를 행색이었나 봅니다.
내가 의사의 기록지에 볼펜으로
"예, 인변(亻)에 할 위자(爲)"하며 나는 조금 전 까지 긴장했던 얼굴을 눈 녹이듯 다 날려버리고 친절한 얼굴이 되어 거짓위자를 커다랗게 써 보여 주었습니다.
"어마, 유식하시네요.
아, 그래서 僞陽性(의양성)이라나 하나 보다. 암튼 그런 뜻 이예요. 참 다행이시네요. 하나님께 감사 하세요"합니다.
이 여자 어젠 병 주고 오늘은 약 주더니 이젠 숫제 내 걸린 예수고향 나사렛을 빌미로 하느님까지 팔아먹으려 듭니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묻습니다.
"아 뭐 어려서 조부 밑에서 한문 좀 배웠어요"하며 얼버무리고는 주사 맞고 약 바르고 나왔습니다.
하얀 염증 내복약 봉지를 들고 나오는데 하늘이 유난히 더 파래 보이더군요.
그렇게 덥 던 오뉴월 염천의 하루가 그날은 하나도 덥지 않았습니다.
집에 들어가는 제 손에는 마미치킨이 한 마리 더 늘었습니다.
세 마리로.
후기-알고 보니 위양성이 매독의 단골 속임수 증상이네요.인터넷 감색결과.
엄밀히 30년도 더 된 이야기만 “기억나는 오랜 이야기를 앙금 흔들어 일구듯 기억을 깨쳐내어 미사여구(美辭麗句) 안 쓰고 담박한 필의로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그럼 기왕 나온 이야기이니 마무리로 의학적 상식으로 위양성에 대해 그 실체를 알아보겠습니다.
위양성 偽陽性은 false positive라 부르는데 본래 음성(陰性)이어야 할 검사 결과가 잘못되어 양성(陽性)으로 나온 경우를 말합니다.
세포진(細胞診), 매독(梅毒)검사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결과적 용어라는데, 이를테면 세포진(細胞診)에서 검사한 세포가 양성(良性)인데, 악성(惡性) 으로 판정하거나 매독검사에서 본래 음성(陰性)이어야 할 환자가 양성(陽性)으로 판정된 경우를 말합니다.
매독검사에서는 지질항원을 사용하면 매독이 아닌 말라리아, 나병, 회귀열, 발진티푸스 등에서 위양성(偽陽性)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특히 생물학적으로 偽陽性<위양성>이라 부른답니다.
중요한건 저의 경우처럼 아무것도 아닌 뱃살 종기가 매독으로 둔갑해서 반응하는 예입니다.
종양도 위양성 종양이 존재하고 심지어 HIV 즉 에이즈 검사에서도 위양성이 있다하며 혈액 검사결과 많은 부분에서 위양성이 발생한다니 이걸 가지고 의료 분쟁도 생길 법 합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위음성(僞陰性)일 것 같습니다. 위음성이라고요?
예! 僞陰性(위음성)은 위양성의 반대 반응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위음성은 false negative라고 합니다.
원래 양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잘못 음성(陰性)이 되어 나온 경우를 말하는데 이것 역시 세포진이나 매독검사 등에서 사용되는 반응이랍니다.
이 경우가 더욱 위험하다 여기는 이유는 아닌 것 처럼 천연덕 스럽게 거짓으로, 음성으로 나와 안심했다가 뒷퉁수 맞는 일이겠지요.
그러니까 의료결과를 꼭 의심만 해서는 안 될 일기긴 하지만 절대 신뢰는 없다고 보는데 그래야 오진(誤診)도 충분히 막을 거라 생각 합니다.
이런 과제는 어디까지나 우리 일반인 환자의 몫이니 거기까지 신경서야 이런 불신감 가지고 어찌 진료를 받겠나 싶지만 우리 몸이 더욱 간사하게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 많아진다고 하네요.
검사실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없도록 충분히 그리고 확실하게 주의해서 검사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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