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 93.000원
이영주
이영춘 선생님 시집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홈프러스 주차장으로 가려는데 진열대에 놓인 구두가
한눈에 초점이 맞았다.
그러지 않아도 구두를 구입하려고 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걸음을 멈추었다.
유리진열대 구두를 주인은 친절하게 보여주었다.
디자인도 마음에 꼭 들었고 춤을 추는데 더욱 좋은
구두밑창이 마음에 들었다.
가격도 구만 삼 천 원이라고 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구두를 대하니 마음이 흡족했다.
점원은 구두사이즈를 물었다.
이백 칠십이라고 하니 구두를 신어보라고 한다.
신어보니 구두가 좀 작아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작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니 조금 기다리라고 하면서
나에 맞는 구두를 가지러 갔다.
구두를 가지러 간 동안 다른 구두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니 구만 삼천 원이면 농촌에서 일하는 여자
이틀 치 품값이 아닌가?
우리 집 앞 호박 밭에서 호박모종을 심으시던 8명의
여자분들 중에 특히 83세이신 할머니가 생각이 떠올랐다.
깊숙이 주름이 지시고 검게 탄 피부에 구부정한 허리
구만 삼 천 원이면
아침 일곱 시부터 저녁 다섯 시까지 일하는 할머니의
이틀 치 품값과 버금가는 것이 아닌가?
구두도 많은데 구태여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농촌에서는 외출할 때나 한번 신는 구두를 또
구입해야하나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왜 하필 이때 구두와 품값과 무슨 상관이 있나 하면서
마음을 되잡지만 밭일을 하던 일행 중에
83세의 주름진 할머니가 머리에 떠올랐다.
구두를 가지고 온 점원이 구두를 신어보라고 한다.
구두를 신으니 이번에는 좀 큰 편이었다.
점원은 이것은 이백 칠십오 인데 지금 이백 칠십이
떨어졌다고 했다.
주문하면 내일 온다고 하며 내일 구두가 도착하면
연락드릴 테니 전화번호를 알려주시고
내일 다시 한 번 나오시라고 한다.
문득 잘됐다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저는 집이 화천이라서 자주 춘천에 오지 못하니
언제 한번 다시 들리겠다고 하면서 아쉬운 표정지면서
마트를 나왔다.
농촌에 살은 지 3년밖에 안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농촌생활에 내가 토착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니
사람은 환경에 적응되는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몰고 집에 오면서 동네 여든을 바라보는
선배님이 말씀하시던 말이 생각이 떠올랐다.
“ 우리는 전쟁 통에 너무 없이 살아서 그런지 돈을 벌면
마음 것 써보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돈을 벌어 생활하는 데는
불편이 없는데도 절약하는 생활이 굳어져서 그런지
마음대로 돈을 쓰지를 못 하네
자네는 농촌생활을 하면서 생활의 여유가 굳어지지 않게 하게”
오늘도 밭에서 아주머니들이 일들을 하신다.
작년에 밭일하시던 할머니도 계셨다.
올해는 84세가 되셨지만 오늘도 일을 오셨다.
농촌생활에 굳어져서 일까? 무슨 사연이 있으실까?
아무리 요사이가 백세 시대라지만
밭 일하시기에는 많은 연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초록군단에게 인계 해주려는지
봄 날 뜨거운 태양은 밭일 하는 아주머니들에게
장열하게 내려 쬐고 있었다. 20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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