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에 혼자 앉기 싫다" 카페.식당에 대형테이블 설치 급증
-낯선 사람들과 함께 앉으며 심리적 위안
서울 강남역 교보타워 사거리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마켓. 12인용 테이블에 단 4명이 앉아 있다. 언뜻 보면 동행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업무를 처리하기 바쁘다. 한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노트북PC를 켜고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가장 모서리에 자리잡은 또 다른 손님은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
취미도 관심사도 다른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매장 정중앙에 있는 대형 테이블이 사실은 '1인 고객'들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2명이나 4명이 앉을 수 잇는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 있지만 카페를 홀로 방문하는 '나홀로족'들은 거리낌 없이 공유식탁(커뮤널테이블)이라 불리는 커다란 테이블로 모인다.
과거 나홀로족 1세대는 주로 독립적인 공간을 선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개방적인 공간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 나홀로족이 주요 소비계층으로 부상하던 시기는 2005년으로, 당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는 총 268만명이었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카페와 레스토랑 등 외식업계는 바(bar) 형태의 테이블을 마치 독서실 처럼 칸막이를 설치해 나홀로족이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1.2인용 소형 탁자의 비치량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나홀로족 2세대'는 혼자서도 10여 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공유식탁을 선호한다. 1인 가구가 보현화되면서 점차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지난해 기준 1인 가구는 506만가구로 10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은 낯선 이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심리적인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 트렌드를 간파한 기업들은 매장 내 공유 식탁을 늘리고 있다. SPC그룹은 최근 들어 파리바게뜨, 던킨도터츠, 커피앳웍스 등 주요 외식 브랜드들의 신규 매장을 열 때마다 소형 테이블을 줄이고 대형 식탁을 늘렸다. SPC그룹 관계자는 "공유식탁 인기가 높다 보니 새로 문을 여는 매장 위주로 그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좋다"고 귀 뜀했다.
서울 이태원 인근에 위치한 커피숍 '헬 카페'는 지난해 매장을 확장하면서 작은 테이블을 여러 개 갖다 놓는 대신 대형 테이블 하나를 들였다.CJ푸드빌 역시 올해 문을 연 투썸플레이스 신논현역점 2층 창가 자리에 대형 테이블을 배치했다.
공유식탁 증가는 '킨포크족' 등장과도 맞닿아 있다. 킨포크족은 낯선 사람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즐기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 외로움을 덜기 위해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끼리 '식사'라는 목적으로 모여 함께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데서 재미를 찾기도 한다. '소셜다이닝족'이라고도 불린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대형 테이블은 일행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지만, 업무상의 티미팅 공간이나 틴포크족들의 만남 장소로도 애용된다'고 설명했다.
공유식탁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대형 서점이나 호텔 로비라운지 등에서도 대형 테이블을 쉽게 찾아볼 수 잇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11월부터 광화문점에 100여 명이 앉아 독서할 수 있는 공유 식탁을 설치해 호응을 얻고 있다. 신라호텔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도 각 지점 로비라운지에 공유식탁을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