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립병원 시절 그러니까 지금부터 십여년 전 2003년 일이다. 원목봉사자로 활동하던 우리는 어느 날 거처가 마땅치 않은 가난하고 외롭고 불쌍한 환자를 만났다.
그 형제와 우린 남다른 교분을 나누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사도요한 수도회에서 수사로도 생활했던 그가 건강이 악화되어 고국에 돌아와 주변의 인연을 끊고 홀로 거리의 예수님? 으로 살아가던 때 우리와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다.
먼저 우리는 그 형제의 거처부터 마련해 주었다.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유카타리나 누님께 부탁해 그를 정릉에 있는 노숙인 자활공동체 '임마누엘 집'에 입소시켜 삶의 둥지를 틀게해 주었다. 그곳의 도움으로 그 형제는 생활보호대상자 선정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사회적 혜택을 받게 되었다.
그 형제가 소금창고를 찾아왔다 뜻밖의 기쁜소식을 전해 주었다ᆞ 영세민 아파트도 당첨되어 우면동에 있는 LH공사아파트에 입주하였고 여자 친구도 생겨 조만간 결혼할 계획이라 했다. 그 형제는 후천적 시각장애인이었다. 시각장애등급을 받고 5년 전부터 삼각지에 있는 맹학교에서 침술과 안마를 배웠다한다.
지난번 소금창고 왔을 때 이명(귀에서 소리나는 것)으로 막달레나 누나가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침을 놔 주고 갔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이런저런 일정으로 지방순례를 떠난다하니 그가 가는 길에 학교로 와서 침 맞고 출발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창고에서 차를 몰고 삼각지에 도착하니 그는 더운날씨인데도 우리를 맞이하려 학교 앞 큰길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방학이라 제대로 학교안에서 침과 안마를 해 줄 수 없어 안타깝다 말했다. 그는 교내 대기실 한 쪽에서 누나에게 이명치료를 위한 침도 놓아 주고 오른쪽 어깨 불편한 부분도 땀을 훔쳐가며 정성껏 안마해 주었다.
나는 십년 전 그 때가 회상되었다. 시력이 점점 나빠졌다며 나에게 선그래스를 부탁해 내가 구해 준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가 아픈 창고지기 누나를 위해 기쁘게 침술봉사를 해 주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갚음이로구나 여겨졌다,. 사랑은 부메랑이 되어~~~~~♥♥♥
그와 헤어져 맹학교를 나올 무렵 예쁘고 고운 자매를 만났다. 바로 그 형제의 여자친구 사비나였다. 그도 역시 시각장애인이다ᆞ 둘이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며 의지해서 함께 공부했다고 했다. 머지 않아 결혼할 생각이란다.
내 친구 막달레나가 누구인가! 베푸는데는 브레이크가 없는 사람이다. 두사람 결혼식을 무료로 치러주겠다고 즉석에서 약속했고 장소는 미사리에 있는 구산성당을 그들에게 추천해 주었다ᆞ
그들도 막달레나의 적극적 사랑에 감동하여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덩달아 곁에 있던 나까지 행복해진 순간이었다.
문명석대건안드레아 형제와 사비나자매의 결혼을 미리 축하하며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ᆞ
☆♡☆
사랑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왔고 막달레나는 이 받은 사랑을 다시 웨딩봉사로 되갚음 해서 그들을 도와주겠다니 예수님안에 흐르는 사랑은 돌고도는 물레방아 사랑이라는 생각이든다.
- 첨부 후기 -
윗 글은 그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빠리의 나그네'라는 아이디로 우리 소금창고 다음카페에 올렸던 글이다
그리고 나서 몇 년 뒤 2015년 서초동에 있는 교회에서 시각장애우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었다. 당시 부모가 없는 신랑을 위해 우리는 신랑의 일일부모가 되어 혼주석에 앉아 예식을 치렀었다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유지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아내로 부터 받고 즉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시간이 까까워졌다는 느낌에 나는 시편63편기도와 임종전 기도를 바친 후 황망해하는 아내 사비나에게 당부했다.
'무슨 일 있으면 당황하지말고 제일 먼저 교적이 있는 우면동성당 연령회장님께 전화를 드리고, 시신은 이곳에 영안실이 없으니 수급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국립의료원 장례식장으로 안치하도록 하여라.' 하고는 소금창고로 돌아왔다.
그날 밤 카톡에 부고가 떴다
소금지기 김경순씨와 오전에 빈소를 방문
고인 문명석형제가 타고 갈? 꽃가마
다음 날 입관예절
국립의료원을 떠나며 출관
장례미사를 위해 성당으로 운구중
성모상 앞에서 위로자 소금지기와 함께
평일10시미사 후 고인만을 위해 특별히 11시 장례미사를 별도로 올려드렸습니다
수도원같은 분위기의 아름다운 성당
벽제승화원에서 소외된 유가족에게 따스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는 김경순님 쇄골(碎骨)기도
벽제 중앙추모공원 납골당에서 봉안식
갑작스런 사고로 어찌할바 몰랐던 유가족을 대신하여 장례의 전 과정을 사랑과 정성으로 함께해 주신 우면동성당 연령회 관계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 올립니다.
고인의 삼우미사 참례를 위해 다시 찾은 우면동 성당의 고즈녁한 아침 정경입니다
다시 한 번 고마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연락받고 오시어 빈소차림과 조문 연도 다음날 입관예절, 3일 째 아침 출관예절 본당에서의 장례미사, 벽제승화원 화장 추모공원 납골당 봉안예절까지 정성껏 헌신적으로 봉사해 주신 연령회원들과 문명석형제의 장례미사를 장엄하게 집전해 주신 우면동성당 주임신부님께 더욱 깊이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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