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준비한 어려움을 하늘이 위로하려는 듯, 대청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선명하였다.
설악산과 같은 큰산의 단독산행 경우 최우선 체크사항이 잠자리 문제이다.
숙박시점이 10/13(토)인 경우, 14일전인 9/28일(금) 오전 10시에 인터넷으로만 예약키로 되어 있어
특별한 주의력으로 10시 이전에 컴퓨터를 오픈해 두었건만, 요령부지로 실패하였다.
화면이 진행되지 않으면 '새로고침'단추를 눌러야 되는데 그 요령을 몰라서 였다.
전국에서 10시에 한꺼번에 접속하다보니, 접속폭주로 예약실패하여(숙박가능인원120명),
당초 중청대피소 숙박계획은 차질을 초래하였고,
끝까지 예약이 안 되면 차선책으로 당일 바로 봉정암으로 가기로 하고 신도증을 챙겨두었다.
그러나 단체예약자중 일신상 불참자와 '4일전에 취소하면 전액환불 된다'는 예약조항 때문에
대기자명단(20%, 24명)에 신청할 계획으로 예의 주시하여 오던 중
9월 29일에 일부가 해약하는 바람에 대기자로 예약가능하여 즉시 신청하고,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 행운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매일 예약상황을 지켜보았으나, 10월 7일현재까지도 11명의 대기자중 4번 순위였다.
10월 8일 퇴근무렵 희망을 가지고 열어보았더니
예약되었다는 메세지가 아파트 분양당첨자 명단처럼 나왔다.
그리하여 익일 24시까지 대금결제하면 되었지만,
행여 놓치면 어쩌나 해서 즉시 인터넷뱅킹으로 결제하고 예약내용을 복사해 두었다.
끝청갈림길에서 중청대피소 내려오는 길의 자연보호 울타리모습.
대청봉에서 하산하였더니, 5시(입소가능시점) 방배정을 하는데 매점앞에 줄을 서 있었다.
이미 예약한 사람인데 줄을 서는 것이 방배정에 好不好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일찍 배정받으면 입소하여 폭80cm 나무침상에서 누울수 있는 등 휴식을 취할수 있다고 한다.
일기예보상으로 10.14일 오전에는 대청봉에 서리가 내린다 하고,
10.13일 오후부터 10.14일 오전까지 7~80% 강수확률이 있다고 예보되었건만,
중청대피소 날씨는 대청봉 올라가는 길이 선명하게 보였고,
추운날씨에 바람이 강한 편이었다.
대피소에 컵라면은 없었지만, 햇반은 있어서
난간을 밥상으로 삼고 가지고 간 반찬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고, 1,000원짜리 따뜻한 커피도 진하게 한잔 마실 수 있었다.
숙소 소등시각이 밤9시였기 휴게소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그 춥고 세찬 바깥날씨에 가만히 서 있기도 어려운데, 어떤 동호인은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고 있어, 한잔 달랠 수도 없고 입맛만 다시었다.
잠이 안 와 복도 좁은 의자에 앉아 있었더니, 수차례 설악산을 왔다는 등
동호인끼리 그리고 산악회행사로 왔다는 등
마지 못해 끌려온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전국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온 관계로, 군전역후 20년만에 나무바닥에 자 본다는 등,
코골이를 하는 등 잠자리가 불편해 금방 잠은 오지 않았지만,
내일의 쾌적한 산행을 위해 최면법,호흡법 등으로 잠을 청했고,
침상기온은 자켓만 걸치고 자도 될만큼 따뜻했다.
2층 다락을 배정받아 오르내리는 데 불편하였고 천장이 낮아 답답하였지만,
예약하지 못해 대피소 숙소바닥에서, 복도에서, 취사장에서, 매점앞에서
그리고 바깥에서 비닐봉지 덮어쓰고 자는 사람들의 고행을 생각할 때,
1,600고지에 8천원치곤 특급호텔의 안락함 이었다.
2007년, 5학년 2학기의 설악산 나홀로 산행은 이러하였다.
첫댓글 5학년 2학기 산행을 혼자서라! 역시 낭만을 즐기시는 님께선 뭔가 다른 점이 있소이다!
살아가면서 느끼건데 본인이 직접 기획하지 아니한 움직임은 기억에서 빨리 사라지더군요. ..
그래서 영어 격언에도,,,, " No try, No gain " " No pain, No gain "이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