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 참 많은 생각을 한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환우의 마음은 어떨까?
분명 입원하기 전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병원에 왔는데 갑자기 코로나라니!
그는 황당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병실을 떠났다.
남은 사람들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내 앞자리 여사님은 남편이 82세인데도 혼자 자는 걸 무서워해서
결혼한 딸과 손자에게 번갈아 케어를 받고 있는 처지인데
퇴원 하루를 앞두고 이 같은 사달이 벌어졌으니.
게다가 아침에 나랑 같이 확진자에게 고추장이랑 멸치까지 얻어먹었으니,
가슴은 콩 볶듯 콩닥콩닥하고, 마음은 고추장처럼 맵디 매운 게 지옥을 오간다.
잠시 숨 막히는 시간이 흐르고, 얼마 후! 검사 결과를 가지고 간호사가 병실을 방문했다.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간호사의 한 마디에 모두 집중.
“전부 음성이세요”
간호사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나도 모르게
“휴, 다행이다.” 모기소리 같은 혼잣말이 나왔다.
혹시 누가 들었을까 민망하긴 했지만,
아마 그 병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코로나 확진자가 된 환우는 고액의 독방으로 격리되었다.
그리고 병실에 남은 사람들도 잠복기가 있으니,
당분간 밖에 나가지 말고 병실에서 커튼 치고,
일회용 도시락을 먹으며 생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격리 아닌 격리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음성이 나왔지만 며칠간의 잠복기가 있으니 마냥 좋아 할 일만은 아니었다.
모두 명상의 시간을 가졌는지 조용히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렇게 며칠 후.
병실 사람들 중에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없어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병실의 분위기도 다시금 화기애애해졌다.
그리고 얼마 후 복도에 나갔다가, 확진됐던 환우를 마주쳤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는데, 마스크를 쓴 상태였지만,
눈빛 하나로 기분을 알 수 있었다.
몹시 언짢은 표정이다.
그러더니 세상에 이렇게 인정없고 냉정한 사람들은 처음 봤다면서 서운함을 쏟아낸다.
자기가 먹을 것을 그렇게 베풀고 잘해줬는데, 막상 코로나19에 걸리고 나니,
치료 잘 받고 오라는 말 한마디 하는 사람도 없고,
은연중에 자기를 원망하는 듯한 분위기가 정말 눈물나도록 서운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평소에도 너무나도 두려운 코로나19인데, 특히 병원에서는 확진되고 나면
수술 날짜도 변경해야 하고, 퇴원을 앞둔 사람들은 퇴원도 못하고 입원 연장을 해야 하니,
비용과 시간 등 여러 측면에서 더 곤란하고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발 나는 아니길'바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잘 회복하고 오라는 한 마디는 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내 걱정만 했던 이기심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헤어졌다.
병실에 들어와서 다른 환우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더니,
86세의 큰언니 되시는 분이, "우리가 미안할 게 뭐가 있냐고.
우리도 자기 때문에 두려움에 떨며 코로나19검사를 받고,
격리까지 했는데 오히려 우리에게 미안해야지"라고 하는데
생각해 보니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론,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도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게 아닐 테고,
혹시나 전염될까 걱정하는 마음도 당연한 사람의 마음인데.
너무 각자의 입장만 생각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마음을 조금만 이해하고 헤아려줬으면 서로 섭섭할 일도 없었을 텐데...
그렇게 병원 생활을 하며 또 하나를 배웠다.
첫댓글 빈말이라도 '빨리 완쾌되어 다시 만나요' 하며 헤어져야지요....
고액 독방에 격리되어 외롭고 억울했을 그 분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글로서 잘 표현해 주신 누님께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인간의 이기적인 생각 오로지 공포 때문에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