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김효철
뜨거운 아스팔트에 누운 모습이
맴이 아프다 하지만
짧은 두 주일 끝내고 가야 할 시간
날갯짓 접어 편히 내려놓고
이제 그만 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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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宿命)- 볼트 너트의 삶/ 김기평
돌리고 돌리다가
이상한 무도회에
그 자리 멈춘 채로
부둥켜 포옹하고
둘이서
하는 일이라
기계 속에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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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액셀/ 김경아
마지막 비행기를 놓치고 돌아서며
자막 뜬 엔딩 앞에 두 발 동동거렸다
침묵한 눈 덮인 산만 원경(遠景)으로 나앉아
바코드 찍어대듯 파지로 버린 날들
한 문장 한 문장이 생의 수필 풀어내도
덜커덕 멈춘 급제동 보닛 틈에 새는 연기
마중물 한 바가지 오감을 헹궈낸다
달팽이 촉각 같은 안테나 세워 가며
기어를 4단에 놓고 다시 쭉쭉 밟아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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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정상미
나를 갉아먹는 흰개미를 죽여야 해
키보드만 싱싱한 방 푸른색 빠져나갈 때
엄마는 레이더망에 날 두고 커튼 뒤에 있다
엄마와 나 사이 길어지는 숨바꼭질
내 뒤통수가 사라지면 엄마가 나와 설거지하고
우리는 서로 조용히 그림자가 되어 갔다
적극적으로 변해 가는 나의 술래놀이
현관문을 쾅 닫고 흰개미를 따라갔다
술래의 저기압들이 곳곳에 걸리는 소리
아이를 찾아주세요 한강도 얼어붙었는데
집 나간 지 3개월째 연락이 없어요
경찰은 실종이 아니라 가출이라고 하겠지
35세 아들 책상에 쌓여 있는 이력서들
미로를 따라 왔고 미로는 아늑하다
엄마는 날 찾겠지만, 찾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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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산새/ 김영옥(원주)
산새의 보금자리에
솜털 보송보송한
아기 산새 네 마리가
쌔근쌔근 잠자고 있어요
아직 눈도 뜨지 못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어미 새가 오면
노란 입 짝짝 벌리며
먹이를 달래요
어미가 없는 사이
내가 가까이 다가갔더니
어미인 줄 알고
노란 입을 짝짝 벌려요
나는 참 미안했어요
나에게 먹이가 있었다면
어여쁜 고 입속에
쏘옥쏘옥
먹여주고 싶었어요
서로서로 몸을 맞대고
잠을 자는 아가들에게
햇살 이불 한 자락을
살며시 덮어주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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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문학지 속의 한 편
월간문학/ 2024년 1월호/ 659호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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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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