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14 높이18 너비5cm의 월석입니다.
월석이란 돌 윗부분에 하얀 동그라미가 보이는 돌을 흔히 지칭합니다.
첩산경에 달이 떠있는 월석을 애석인들은 높이 평가합니다.
이 돌은 산경은 없지만 큰 만월이 떠 있네요.
어제는 영화평론가가 손꼽는 인생영화 하나를 봤습니다.
화양연화는 이름은 많이 들었어도 처음 보았는데 추천하는 이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를 엄청 많이 보았다는군요.
비쥬얼 효과와 스토리텔링과의 조화니
이미지와 사운드에 기초한 시청각 효과니 하는 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색감과 어울리는 음악과 어떤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라는 것은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현실에는 OST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음악을 빼면 어떻게 그 상황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너무나 익숙하게 우리는 배경음악만으로도 영화속 상황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백색 노이즈입니다.
내가 하는 행동 생각 감정에는 무엇을 설명하는 음악이 깔린 장면이 없거든요.
나는 이 텅빈 시간과 공간을 내 몸에 걸치고
멋진 OST도, 나레이션도 없는 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했지요.
오늘 달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한 밤길을 걸었습니다.
퇴근할때 아파트 뒷산에서 어여 오너라, 오늘 수고 많았지 하고 반겨준 그 향기였지요.
저녁 마실 밤공기 속에서 향기는 끊어질듯 끊어질듯 이어졌습니다.
쉬 피로감을 느끼는 후각이 깨어나고 또 깨어나면서 내게 마구마구 향기를 선물하더군요.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향기를 맡고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를 듣고
이 밤의 어둠과 건너편 아파트 불빛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게 바로 삶의 OST가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수많은 OST와 현재라는 짧은 한 장면 속에서 이미 삶의 효과와 전개와 전말을 다 아는 것 아닌가,
가장 좋은 인생영화가 내 속에서 늘 상영되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아카시아 내음이라는 최고의 OST가 오늘 하나 덧붙여지면서 말이지요.
첫댓글 멋진 월석이네요.
오늘도 아카시아 내음과 같은 인생의 OST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