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도 아닌데 자주 뒷목이 뻣뻣해진다
목 부위의 이상이라고 하면 흔히 목디스크부터 떠올리겠지만 사실 목디스크보다 발병률도 높고 위험한 것이 후종인대골화증이다. 후종인대골화증이란 말 그대로 경추 뒤쪽에서 뼈들을 연결해주는 인대가 골화, 즉 뼈처럼 단단해지는 병이다. 그저 인대가 뼈처럼 변하기만 하면 별 증상이 없지만 단단해지면서 두꺼워져 경추의 척수신경을 압박함으로써 문제가 생긴다.
말하자면 허리의 요추협착증과 같은 현상이 목에서도 나타나는 셈이다. 경추도 척추관이 좁아지거나 경추의 퇴행성 변화로 작은 가시뼈들이 자라나오면서 척수신경을 압박하게 되는데 이를 경추척수증이라고 한다. 따라서 후종인대골화증도 넓게 보면 경추척수증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후종인대골화증의 원인과 증상
그러나 경추의 퇴행현상이 경추척수증의 주요원인인데 반해 후종인대골화증은 아직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후종인대골화증 역시 퇴행현상의 한 과정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보다 유전적인 요인이 클 것으로 의학계에서는 추측하고 있다. 가족 중에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률이 높을 뿐 아니라 서양인보다는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동양인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후종인대골화증은 인대의 골화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아무런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교통사고 등으로 목을 다쳐 검사를 받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뼈처럼 단단해진 인대가 척수신경을 누르면 증상이 시작되는데 초기에는 뒷목만 뻣뻣하다가 점차 어깨도 아파오고 팔저림 증상도 나타나게 되며 더 심해지면 손가락의 힘도 떨어지고 보행장애나 대소변장애, 사지마비 등이 동반된다. 진행과정이 목디스크와 거의 똑같기 때문에 후종인대골화증이 목디스크로 진단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고 후종인대골화증과 경추척수증을 제대로 분간해내기도 어렵다.
후종인대골화증의 치료
그러나 정확한 진단을 받는다고 해도 후종인대골화증은 아직 난치병이다. 인대가 뼈처럼 단단해지는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행을 멈출 수도, 인대를 되살릴 수도 없는 까닭이다. 유일한 치료법이 수술로 척수신경을 압박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인데 목 앞쪽을 절개한 후 딱딱해진 후종인대를 직접 제거하거나 후종인대는 그대로 둔 채 후궁이라고 부르는 경추의 뒤쪽 뼈를 제거해 공간을 넓힘으로써 척수신경이 눌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주로 시술된다.
후종인대를 직접 제거하는 것보다 경추의 뒤쪽 뼈를 제거하는 방법이 비교적 안전하기는 하지만 워낙 큰 수술이기 때문에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경추 마디마디에서 인대 골화증이 동시에 진행될 때는 수술조차 곤란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후종인대골화증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이 경추의 퇴행현상을 최대한 늦춰주는 것이다. 되도록 목에 무리를 주지 말고 목 근육을 단련시켜 퇴행현상으로 인해 인대의 골화증이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방법이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크게 무리하지 않았는데도 자주 뒷목이 뻣뻣해지는 등의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후종인대골화증에 비하면 경추척수증은 그나마 치료의 폭이 넓은 편이다. 두꺼워진 관절이나 인대 등이 신경가지를 누르고 있을 때는 인대강화주사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미세현미경수술로 가시뼈와 관절, 인대의 일부를 제거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추척수증도 보행장애나 대소변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신경손상이 심하면 대수술을 해야 할 수 있으므로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경추척수증 : 허리의 후관절, 황색인대 등이 두꺼워지면서 그 옆을 지나가는 척수신경을 압박하는 것처럼 퇴행성 변화를 겪는 목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진행된다. 마찰에 의해 손상이 생기면 그 부위가 두꺼워질 뿐 아니라 뼈에서 작은 가시뼈들도 자라나와 척수신경을 압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