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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론적 사진 못 찍기 종합 노트정리
[1] 논의의 출발점과 핵심 구분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잘 찍었다”고 말하는가
(1) 평가 체계의 형성
① 사진의 잘됨과 못됨은 촬영 기술의 역사, 회화적 관습, 사진교육, 공모전, 동호회, 언론, 미술관, 시장, 온라인 플랫폼과 관객의 취향이 함께 형성해온 평가 체계이다.
② 사진가는 그 기준을 배우고 활용하며, 관객은 익숙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읽고, 제도는 일부 형식을 선택해 권위 있는 작품으로 만든다. ‘잘 찍음’은 이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만들어지는 판단이다.
이 글은 ‘못 찍기’를 단일한 사조나 양식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1) 분석의 범위
① 서로 다른 시대와 작업에서 선명도·초점·구도·순간의 완결성이 흔들리는 방식을 살피고, 그것이 어떤 경험을 가능하게 했는지 분석한다.
② 기술적 결함, 의도된 시각적 형식, 개념적 선택, 사진 재료의 실험은 서로 다른 층위이므로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규범 비판과 생산적 형식은 서로 이어지지만 같지 않다
(1) 두 가지 질문
① 규범 비판적 못 찍기는 “왜 이것만 잘 찍은 사진이라고 하는가”를 묻는다.
② 생산적 못 찍기는 “흐림과 불완전성, 우연과 배열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경험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의미의 미완결성은 시각적 실패와 구분된다
(1) 의미론적 ‘못 찍기’의 위치
① 어떤 사진은 흐리거나 흔들리지 않아도 대상을 하나의 뜻으로 대표하거나 설명하는 일을 유보한다.
② 이 글은 그런 의미의 미완결성을 형식적 실패와 구분하며, 이영욱의 작업을 그 차이를 살펴볼 사례로 다룬다.
[2] ‘잘 찍은 사진’에 뒤섞인 세 가지 판단
기술적으로 정확하게 만들었는가
(1) 핵심 내용
① 초점, 셔터 속도, 노출, 색, 수평과 수직, 흔들림, 계조, 인화와 후보정이 촬영 목적에 맞게 관리되었는지를 판단한다.
② 사진이 증거·정보·기록으로 사용될 때 정확성은 중요한 책임이다.
③ 기술적 정확성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④ 문제는 특정한 목적에서 유효한 기술 기준이 모든 사진의 보편적 예술 기준처럼 취급될 때 생긴다.
2. 보기 좋고 쉽게 읽히게 만들었는가
(1) 핵심 내용
① 주제가 분명하고 시선이 중심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가, 배경이 정돈되어 있는가, 수평과 수직이 안정적인가, 빛과 색이 조화를 이루는가, 화면의 가장자리에서 대상이 어색하게 잘리지 않았는가를 살핀다.
② 삼분할·대칭·대각선·반복·소실점 같은 구성법도 이 범주에 자주 들어간다.
(2) 보충 설명
① 이런 방법은 자연의 보편법칙이 아니다.
② 특정한 시각 문화를 학습하고 대상과 장면을 빠르게 읽게 해주는 구성법이다.
③ 그 형식이 적절하게 작동하면 유용하지만, 형식에 맞았다는 사실만으로 사진의 예술적 가치가 증명되지는 않는다.
3. 예술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을 이루었는가
(1) 핵심 내용
① 익숙한 대상을 새롭게 보았는가, 형식과 주제가 서로 연결되는가, 작가의 선택이 작업 전체에서 의미를 만드는가, 사진이 기존 이미지와 다른 관계를 형성하는가를 묻는다.
② 이 판단은 한 장의 인상뿐 아니라 연속된 사진, 반복과 배열, 캡션, 책과 전시의 구조에서 생길 수 있다.
(2) 구분·주의점
① 세 판단은 서로 영향을 주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②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보기 좋은 사진이 상투적일 수 있다.
③ 초점이나 노출이 불완전한 사진이 특정한 경험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④ 반대로 흐리고 흔들렸다는 이유만으로 예술적으로 의미 있는 사진이 되는 것도 아니다.
[3] ‘잘 찍음’의 기준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역사 서술의 범위
(1) 핵심 내용
① 아래의 역사 서술은 주로 유럽·미국의 사진예술 제도와 일본 전후 사진의 일부 흐름을 중심으로 한 선택적 계보이다.
② 세계 사진사 전체를 대표하지 않으며, 각 경향이 차례로 이전 경향을 완전히 대체했다는 뜻도 아니다.
2. 사진 발명 초기: 성공한 사진은 안정적으로 남는 사진이었다
(1) 핵심 내용
① 1839년 사진술이 공적으로 발표된 뒤 초기 사진 제작은 긴 노출시간과 불안정한 재료, 복잡한 현상 과정에 영향을 받았다.
② 세부를 기록하고 인물이나 건축물을 알아볼 수 있게 남기는 일은 기술적 성취였다.
③ 이 시기 사진의 성공은 노출과 현상에 실패하지 않고 대상의 정보를 지속 가능한 이미지로 만드는 일과 강하게 연결되었다.
(출처: 미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Daguerreotypes - Time Line of the Daguerreian Era)
https://www.loc.gov/pictures/collection/dag/timeline.html
3. 19세기 후반: 사진도 예술이 될 수 있는가
(1) 핵심 내용
① 사진이 기계적 복제에 불과하다는 비판 속에서 픽토리얼리즘(Pictorialism)은 사진의 회화적 구성, 분위기, 인화 과정에서의 작가적 개입을 강조했다.
② 부드러운 초점, 안개와 역광, 상징적 주제, 수작업 인화는 선명한 기록과 다른 예술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2) 구분·주의점
① 줄리아 마거릿 캐머런(Julia Margaret Cameron)은 의도적인 초점 흐림과 가까운 인물 구성을 통해 덜 정밀하지만 감정적으로 강한 초상사진을 만들었다.
② 다만 제작 흔적에 관한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③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V&A)은 캐머런의 초점 흐림을 실험적 선택으로 설명하지만, 얼룩·긁힘·지문 등 모든 결함을 작가가 의도적으로 남겼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④ 캐머런은 일부 흔적을 받아들인 듯하지만, 손상된 네거티브를 수정하거나 균열을 문제 삼기도 했다.
⑤ 따라서 흐린 초점의 의도와 공정 중 생긴 모든 흔적의 의도를 하나로 묶어서는 안 된다.
(출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V&A), Julia Margaret Cameron’s working methods)
https://www.vam.ac.uk/articles/julia-margaret-camerons-working-methods
(3) 보충 설명
① 1902년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와 동료들이 포토세세션(Photo-Secession)을 결성한 일은 사진을 예술로 인정받게 하려는 제도적 움직임의 한 사례이다.
② 이 흐름은 아마추어 스냅사진과 예술사진 사이에 위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도 맞물렸다.
4. 1888년 이후: 아마추어 스냅사진과 전문성의 경계
(1) 핵심 내용
① 코닥 1호 카메라가 1888년에 등장하면서 사진은 전문가뿐 아니라 더 많은 아마추어의 일상적 활동이 되었다.
② 가족과 여행, 주변의 사건을 직접 찍고 사진앨범으로 엮는 일이 늘었다.
③ 당시 픽토리얼리스트들은 스냅사진에 미적 감각과 기술적 숙련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 구분·주의점
① 그러나 스냅사진의 기울어진 화면, 잘린 신체, 우연히 들어온 사물, 흔들림은 모두 무능력의 표시가 아니다.
② 무엇이 찍혔는지, 어떤 목적으로 촬영되었는지, 사진이 어떤 관계와 기억 속에서 사용되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③ 사진가와 미술관이 전문사진과 아마추어 사진을 구분한 방식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의 경계와 권위를 둘러싼 판단이기도 했다.
(출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Kodak and the Rise of Amateur Photography)
https://www.metmuseum.org/essays/kodak-and-the-rise-of-amateur-photography
(출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Pictorialism in America)
https://www.metmuseum.org/essays/pictorialism-in-america
5. 20세기 전반: 선명성과 정밀성이 사진의 현대적 가치가 되다
(1) 핵심 내용
① 픽토리얼리즘과 다른 방향에서 스트레이트 사진(Straight Photography), 신즉물주의(New Objectivity), 신시각(New Vision), 그룹 f/64 등이 사진의 선명한 묘사력과 카메라의 시각을 강조했다.
② 날카로운 초점, 풍부한 계조, 사물 표면의 정밀한 묘사, 과감한 앵글과 클로즈업은 사진 매체의 고유한 가능성으로 평가되었다.
(2) 구분·주의점
① 그러나 이 변화는 회화적인 사진이 사라지고 선명한 사진이 단번에 승리한 과정이 아니었다.
② 서로 다른 가치가 공존하고 다투었다.
③ 선명함은 사진의 중요한 표현 가능성인 동시에, 특정한 미술관과 사진교육에서 ‘사진다운 사진’을 정의하는 기준으로도 작동했다.
6. 다큐멘터리와 보도사진: 사실, 공감, 순간의 압축
(1) 핵심 내용
① 다큐멘터리와 보도사진은 사회적 상황을 믿을 수 있게 보여주고 사건의 핵심을 한 장에 압축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만들었다.
② 이때 좋은 사진은 정보의 명료성, 인간적 공감, 사건의 순간, 구성의 완결성을 함께 요구받았다.
(2) 구분·주의점
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의 ‘결정적 순간’은 단순히 셔터를 빠르게 누르는 기술이 아니다.
② 형태의 질서와 사건의 시간이 한 화면에서 만나는 방식이다.
③ 다만 결정적 순간이 사진교육과 공모전에서 반복될 때는 우연한 몸짓이나 시선의 교차를 재현하는 공식으로 굳어질 수 있다.
(출처: Magnum Photos, India and the Death of Mahatma Gandhi)
https://www.magnumphotos.com/newsroom/religion/henri-cartier-bresson-india-death-gandhi/
7. 1950∼1970년대: 실패처럼 보이는 형식이 표현언어가 되다
(1) 핵심 내용
①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윌리엄 클라인(William Klein), 리 프리들랜더(Lee Friedlander), 개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의 사진에서는 흔들림, 기울어진 화면, 잘린 인물, 복잡한 반사, 거친 입자, 일상적 대상이 전통적인 정돈과 완결성의 기준을 흔들었다.
② 이 사진들을 기술을 몰라서 생긴 실패로만 보면 형식이 발생한 맥락을 놓친다.
③ 반대로 모든 흔들림을 도시적 혼란이나 신체적 충격의 직접 증거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④ 그것은 사진의 화면과 작업 전체를 살펴 제안할 수 있는 해석이다.
(2) 보충 설명
① 1967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뉴 도큐먼츠(New Documents)》는 다이앤 아버스(Diane Arbus), 리 프리들랜더, 개리 위노그랜드의 사진을 통해 다큐멘터리 사진의 기능과 사진가의 개인적 시선을 새롭게 논의한 전시였다.
(출처: 뉴욕 현대미술관(MoMA), New Documents)
https://www.moma.org/calendar/exhibitions/3487
(3) 보충 설명
① 일본의 《프로보크(Provoke)》를 둘러싼 사진은 아레·부레·보케(are, bure, boke), 즉 거칠고 흐리고 초점이 벗어난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②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은 이를 전후 일본의 사회적 격변에 대응하여 등장한 새로운 시각언어로 설명한다.
③ 이 형식은 명료한 보도사진의 설명력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도시의 긴장과 사회적 감각을 제시했다.
(출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The Provoke Era)
https://www.sfmoma.org/exhibition/the-provoke-era/
8. 1970년대 이후: 한 장의 완성도에서 태도와 체계로
(1) 핵심 내용
① 1975년 《뉴 토포그래픽스(New Topographics)》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자연풍경의 전통에서 벗어나 산업시설, 주택단지, 주차장, 교외 풍경을 무표정한 방식으로 제시했다.
② 사진의 관심은 대상이 아름다운가뿐 아니라 왜 이 대상을 선택했는가, 사진들이 어떤 체계를 이루는가, 반복과 배열이 어떤 의미를 만드는가로 확장되었다.
(출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New Topographics)
https://www.sfmoma.org/exhibition/new-topographics/
(2) 보충 설명
① 에드 루샤(Ed Ruscha)의 《스물여섯 개의 주유소(Twentysix Gasoline Stations)》(1963)는 이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② 각 사진의 독립적인 시각적 완성도보다 주유소를 일정한 방식으로 모으고, 책의 순서와 형식에 배치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③ 사진은 개별적인 명작이라기보다 수집·반복·분류를 수행하는 개념적 요소가 된다.
④ 루샤의 평범하고 무심해 보이는 사진을 단순한 미숙한 촬영으로 부르는 것은 작업의 책 형식과 연속성을 놓치는 해석이다.
(출처: 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MOCA), Edward Ruscha, Self Service, Milan, New Mexico)
https://www.moca.org/artworks/self-service-milan-new-mexico
(출처: 뉴욕 현대미술관(MoMA), Edward Ruscha, Twentysix Gasoline Stations)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146929
9. 디지털·스마트폰 시대: 자동화된 선명함과 이미지의 유통
(1) 핵심 내용
① 자동초점, 손떨림 보정, HDR, 야간모드, 자동 수평 보정과 후보정은 과거 사진가가 직접 조절해야 했던 많은 일을 기계의 기본 기능으로 만들었다.
② 기술적 실패가 줄어들면서 ‘잘 찍음’은 작은 화면에서 즉시 눈에 띄는 색과 명암, 빠르게 이해되는 이야기, 공유하기 쉬운 이미지와 더 강하게 연결되기도 한다.
③ 이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미지가 소비되는 방식을 살핀 해석이며, 모든 플랫폼과 관객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다.
(2) 보충 설명
① 이런 환경에서는 완벽한 초점과 노출이 쉽게 얻어질 수 있지만, 기술적 완벽함만으로 사진의 예술적 가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② 동시에 저해상도와 압축 흔적은 단순한 카메라의 실수를 넘어 이미지의 복제, 유통, 접근성과 권력 관계를 보여주는 재료가 된다.
[4] ‘잘 찍은 사진’에 숨어 있는 가치관
세계에는 분명한 중심이 있어야 한다
(1) 핵심 내용
① “주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평가는 사진 속 세계가 중심과 주변으로 명료하게 정리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포함한다.
② 그러나 현실의 경험은 언제나 하나의 중심으로 정돈되지 않는다.
2. 불필요한 것은 제거되어야 한다
(1) 핵심 내용
① 깨끗한 배경과 간결한 구도는 세계를 통제 가능한 질서로 바꾼다.
② 프레임 안의 잡동사니, 겹침, 우연한 침입은 실패로 처리되기 쉽다.
③ 그러나 그런 요소가 현실의 복잡성과 촬영자의 제한된 위치를 드러낼 수도 있다.
3. 사진가는 세계를 통제해야 한다
(1) 핵심 내용
① 초점, 노출, 구도, 빛과 인물의 자세를 통제하는 능력은 사진가의 숙련을 보여준다.
②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세계, 촬영자의 당황과 지연, 대상과의 관계는 사진의 의미에서 사라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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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진은 보기 좋고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1) 핵심 내용
① 아름다운 빛과 조화로운 색은 시각적 쾌감을 만든다.
② 그러나 아름다운 형식이 빈곤, 재난,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기 쉬운 이미지로 만들 위험도 있다.
③ 사진의 아름다움이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가리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5. 사진은 빠르게 이해되어야 한다
(1) 핵심 내용
① 명료한 중심과 즉각적인 이야기는 관객의 해석을 편하게 한다.
② 반대로 모호하고 지루하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사진은 ‘힘이 없다’고 평가받기 쉽다.
③ 이 판단은 사진을 오래 바라보는 경험보다 빠른 판독을 우선시할 수 있다.
6. 한 장 안에서 완결되어야 한다
(1) 핵심 내용
① 공모전과 온라인 플랫폼은 독립된 한 장을 선택하기 쉽다.
② 그러나 동시대 사진작업의 의미는 반복, 배열, 간격, 텍스트, 장소, 책과 전시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다.
[5] 규범 비판을 넘어, 못 찍기가 만들어내는 사진적 경험
사례를 읽는 관점
(1) 핵심 내용
① 아래의 작가들은 하나의 ‘못 찍기’ 운동을 이룬 것이 아니다.
② 이들을 묶는 것은 흐림이나 흔들림이라는 외형의 동일성이 아니라, 선명하고 완결된 한 장이 표현하지 못하는 경험을 사진으로 어떻게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이다.
③ 각 사례에서 확인되는 제작 사실과 그 형식에 대한 해석을 구분해야 한다.
2. 외형의 정확성보다 정서와 내면을 표현하기 — 줄리아 마거릿 캐머런
(1) 핵심 내용
① 캐머런은 의도적으로 초점을 흐린 초상과 가까운 구성을 통해 외모를 정밀하게 기록하는 방식과 다른 인물 표현을 시도했다. V&A는 그녀가 덜 정밀하지만 감정적으로 더 강한 초상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을 설명한다.
② 따라서 캐머런의 흐린 초점은 단순한 기술적 실수라기보다 정서와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으로 읽을 수 있다.
(2) 구분·주의점
①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생긴 얼룩, 긁힘, 지문까지 모두 의도된 표현이라고 확대해서는 안 된다. V&A는 일부 흔적의 의도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밝히며, 캐머런이 손상된 네거티브를 수정하거나 일부 결함을 문제 삼은 사례도 소개한다.
② ‘초점 흐림의 의도’와 ‘공정 흔적의 의도’는 구분해야 한다.
(출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V&A), Julia Margaret Cameron’s working methods)
https://www.vam.ac.uk/articles/julia-margaret-camerons-working-methods
3. 정지된 순간을 넘어 시간과 운동을 표현하기 — 브라갈리아 형제
(1) 핵심 내용
① 안톤 줄리오 브라갈리아(Anton Giulio Bragaglia)와 아르투로 브라갈리아(Arturo Bragaglia)의 포토다이내미즘(photodynamism)은 움직임을 하나의 정지된 순간으로 고정하는 사진과 다른 가능성을 탐색했다.
② 움직임이 노출 중 남기는 자취를 이용하여 몸이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이동하는 과정을 한 장 안에 나타내려 했다.
③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안톤 줄리오가 순간의 외형을 고정하기보다 움직임의 역동성, 즉 대상의 내적 본질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한다.
(2) 구분·주의점
① 여기서 흐림과 겹침은 ‘결정적 순간’을 놓친 결과가 아니다.
② 하나의 순간을 선택하는 대신 움직임의 지속을 이미지 안에 남기는 형식이다.
③ 다만 이를 모든 사진가의 흔들림과 같은 종류로 묶어서는 안 된다.
④ 이 작업은 미래주의의 운동 개념과 특정한 사진 실험의 맥락에 놓여 있다.
(출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Anton Giulio Bragaglia, Change of Position)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283267
4. 신체가 도시와 부딪치는 감각을 드러내기 — 클라인·프랭크·모리야마와 《프로보크》
(1) 핵심 내용
① 윌리엄 클라인, 로버트 프랭크, 다이도 모리야마(Daidō Moriyama)의 흔들림과 잘림, 거친 입자와 불안정한 화면은 정돈된 외부 관찰자의 시선과 다른 감각을 만들 수 있다.
② 이를 도시의 속도, 긴장, 피로와 충돌을 몸으로 겪는 시선으로 읽는 것은 유효한 해석이다.
③ 그러나 이런 의미를 작가들의 모든 사진에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흔들린 화면이 곧 촬영자의 실제 충격을 증명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보충 설명
① 특히 《프로보크》를 둘러싼 아레·부레·보케는 전후 일본의 사회적 변화와 사진언어의 실험이라는 구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② 이 형식은 ‘못 찍은 듯한 멋’의 보편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특정 시기와 사회에서 작동한 시각적 선택이었다.
(출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The Provoke Era)
https://www.sfmoma.org/exhibition/the-provoke-era/
5. 관계의 내부에서 친밀성과 불완전성을 기록하기 — 낸 골딘
(1) 핵심 내용
① 낸 골딘(Nan Goldin)의 《성적 의존의 발라드(The Ballad of Sexual Dependency)》는 친구와 가족, 연인과 공동체의 삶을 담은 사진들을 음악과 함께 엮은 슬라이드 작업이다. MoMA는 이 작업을 친밀한 일기이자 사랑과 상실의 장면을 담은 연속 이미지로 설명한다.
② 사진가가 대상과 무관한 외부 관찰자라기보다 관계의 내부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2) 구분·주의점
① 직접 플래시와 가까운 거리, 순간적인 구도는 때로 정돈된 초상과 다른 친밀감을 만든다.
② 그러나 이 의미는 거친 화면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③ 사진가와 대상의 관계, 사진의 연속성, 슬라이드와 음악의 형식, 이미지가 공개되고 유통되는 맥락이 함께 작동한다.
④ 골딘의 사진을 단지 ‘잘 못 찍은 스냅’으로 부르면 그 관계적 구조가 지워진다.
(출처: 뉴욕 현대미술관(MoMA), Nan Goldin. Nan and Brian in Bed, New York City, 1983)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101659
6. 기억·상실·부재를 사진의 흐림으로 다루기 — 빌 제이컵슨
(1) 핵심 내용
① 빌 제이컵슨(Bill Jacobson)의 초점이 흐린 인물사진은 욕망, 상실, 기억, 사진의 보존 능력을 다룬다.
② 미시간대학교 미술관(UMMA)은 흐릿한 인물이 출현과 소멸을 동시에 암시하며, 사진이 과거의 순간을 보존하면서도 그 순간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2) 구분·주의점
① 여기에는 중요한 사실 수정이 필요하다. UMMA는 제이컵슨의 작업이 에이즈를 직접 주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밝힌다.
② 다만 그의 사진은 1980∼1990년대 에이즈로 큰 피해를 입은 뉴욕 예술가 공동체와 시대를 기록하는 맥락을 지닌다.
③ 그러므로 “에이즈를 직접 재현한 작업”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상실과 기억을 다루며, 에이즈로 상처 입은 공동체와 시대를 배경으로 읽히는 작업”이라고 쓰는 편이 정확하다.
(출처: 미시간대학교 미술관(UMMA), Song of Sentient Beings #1612)
https://umma.umich.edu/objects/song-of-sentient-beings-1612-1999-1-102/
7. 무엇을 보는가보다 어떻게 보는가를 탐구하기 — 우타 바르트
(1) 핵심 내용
① 우타 바르트(Uta Barth)는 화면의 중심 대상보다 초점, 빛, 주변 공간과 보는 행위 자체에 관심을 둔다. 1990년대 작업에서 일부러 초점을 비우거나 피사체가 없는 공간에 맞추어 이미지를 흐리게 만들었다.
② 게티 미술관(Getty Museum)은 이러한 사진이 중심 대상에 대한 기대를 흔들고 시각의 조건과 한계를 보게 한다고 설명한다.
(2) 보충 설명
① 이 작업을 주변시의 생리적 재현이라고 단순화하기보다, 관객이 무엇을 중심으로 보며 무엇을 놓치는지 경험하게 하는 지각 실험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② 관객은 흐린 사진 앞에서 대상의 이름을 찾으려는 자신의 습관을 발견하고, 초점 바깥의 공간과 빛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출처: 게티 미술관, Getty Exhibition Examines 40-Year Career of Artist Uta Barth)
https://www.getty.edu/news/getty-exhibition-examines-40-year-career-of-artist-uta-barth/
8. 몸과 공간, 자기 표상의 불안정성을 표현하기 — 프란체스카 우드먼
(1) 핵심 내용
① 프란체스카 우드먼(Francesca Woodman)의 일부 사진에서 신체는 흐려지거나 벽과 실내 공간에 가려지고, 인물의 윤곽은 쉽게 고정되지 않는다. SFMOMA는 그녀의 작업을 몸이 건축 공간에 놓이는 방식과 자기를 재현하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탐구로 설명한다.
(2) 보충 설명
① 이 형식을 ‘고정된 정체성에 대한 거부’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이는 작품을 바탕으로 한 비평적 해석이지 모든 작품에 대해 확정된 작가의 의도는 아니다.
② 더 신중한 설명은 흐려진 몸이 인물과 공간, 출현과 은폐 사이의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출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Francesca Woodman 전시 자료)
https://www.sfmoma.org/press/release/sfmoma-presents-landmark-reconsideration-of-francesca-woodmans-brief-but-extraordinary-career-in-photography/
9. 개별 사진의 매력보다 개념·반복·배열을 앞세우기 — 에드 루샤
(1) 핵심 내용
① 《스물여섯 개의 주유소》에서 핵심은 한 장 한 장의 극적인 구도나 결정적 순간이 아니다.
② 주유소를 일정한 경로에서 모으고, 반복되는 이미지를 책의 순서와 형식으로 묶는 일이다.
③ 사진의 가치는 개별 이미지의 시각적 완성도뿐 아니라 수집·분류·반복·책의 구조에서 생긴다.
(2) 보충 설명
① 이 사례를 의도적 기술 실패라고 부르면 부정확하다.
② 루샤의 사진은 평범하고 무심한 스냅사진처럼 보이지만, 그 효과는 사진을 일정한 체계로 조직한 개념적 선택에서 발생한다.
③ 이는 ‘못 찍기’와 닿아 있지만, 핵심은 사진의 실패보다 작품의 중심을 촬영 기술에서 개념과 배열로 이동시킨 데 있다.
(출처: 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MOCA), Edward Ruscha, Self Service, Milan, New Mexico)
https://www.moca.org/artworks/self-service-milan-new-mexico
(출처: 뉴욕 현대미술관(MoMA), Edward Ruscha, Twentysix Gasoline Stations)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146929
10. 카메라와 감광재료의 물질적 가능성을 드러내기 — 볼프강 틸만스
(1) 핵심 내용
①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는 카메라 없이 감광지에 빛을 직접 작용시키는 추상사진을 제작했다.
② 사진은 외부 대상을 재현하는 창에 머물지 않고, 빛과 감광재료가 만나 이미지를 발생시키는 물질적 사건이 된다. MoMA는 그의 카메라 없는 추상 작업과 복사·팩스·스캔을 거친 이미지, 우연의 개입을 설명한다.
(2) 구분·주의점
① 그러나 이 작업을 곧바로 ‘못 찍기’라고 부르는 것은 범주를 지나치게 넓힌다.
② 카메라 없는 사진은 기술적 실패라기보다 사진 매체의 재료와 제작 조건을 확장하는 실험이다.
③ 이 사례는 ‘못 찍기’와 동일한 유형이라기보다 사진적 불완전성·통제의 문제를 더 넓은 매체 실험으로 연결하는 인접 사례이다.
(출처: 뉴욕 현대미술관(MoMA), Wolfgang Tillmans: Freedom from the Known)
https://www.moma.org/calendar/exhibitions/4853
11. 저해상도와 압축의 흔적을 이미지의 유통 문제로 다루기 — 토마스 루프와 히토 슈타이얼
(1) 핵심 내용
① 토마스 루프(Thomas Ruff)의 《JPEG》 작업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저해상도 이미지 파일을 크게 인화하여 픽셀과 압축의 흔적을 드러낸다.
② 이 작업은 사진가가 촬영 현장에서 실패한 결과가 아니다.
③ 이미 유통 중인 이미지를 다시 가져와 확대함으로써 디지털 이미지의 구성과 순환, 보는 방식을 드러낸다.
(출처: 뉴욕 현대미술관(MoMA), Thomas Ruff, jpeg msh01)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149384
(2) 보충 설명
①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의 ‘빈곤한 이미지(poor image)’도 낮은 화질을 단순히 미학적 스타일로 부르는 개념이 아니다.
② 압축되고 복제되고 재편집되며 빠르게 유통되는 이미지의 사회적 생애를 가리킨다.
③ 저해상도 이미지는 정식 배급과 고화질의 권위에서 밀려나지만, 동시에 접근성과 복제, 공유의 회로를 통해 다른 관객에게 도달할 수 있다.
(3) 보충 설명
① 따라서 슈타이얼의 논의는 ‘화질이 낮을수록 저항적이다’라는 뜻이 아니다.
② 이미지의 낮은 품질이 어떤 조건에서 생겼고, 누구에게 접근을 허용하며, 어떤 권력과 유통망 안에서 사용되는지를 묻는다.
③ 저화질을 곧바로 해방의 미학으로 낭만화해서는 안 된다.
(출처: 히토 슈타이얼, e-flux Journal, In Defense of the Poor Image)
https://www.e-flux.com/journal/10/61362/in-defense-of-the-poor-image/
[6] 이영욱 강의에서 재구성하는 의미의 ‘못 찍기’
용어와 자료를 다루는 전제
(1) 용어의 지위
① 확인한 공개 저술·인터뷰·전시 자료에서 이영욱이 ‘못 찍기’를 자신의 사진론을 가리키는 공식 개념으로 체계적으로 정의한 문장은 찾지 못했다.
② 따라서 아래의 ‘이영욱의 못 찍기’는 작가가 직접 붙인 이론명이 아니라, 작가 명의의 글과 인터뷰, 작업, 평론을 대조해 구성한 해석적 틀이다.
(2) 자료의 발화 주체
① ‘객관성’과 사진의 ‘단일적 대표성’에 대한 도전, “누구나 찍을 수 있지만 누구나 읽을 수는 없는 사진”이라는 표현, 《거울의 기억》의 ‘텅 빈 의미’에 대한 설명은 2016년 오마이뉴스에 실린 이광수의 비평에서 확인된다. 이것을 모두 이영욱 자신의 직접 발언으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② 이영욱 명의로 게시된 2009년 글은 사진의 의미가 이미지 내부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관객의 지식과 해석 코드에 따라 발생한다고 논한다. 기호일보 인터뷰 제목도 사진을 찍을 때 관객의 해석 여지를 남긴다는 취지를 직접 인용한다.
③ 의미의 미완결성이라는 해석에는 근거가 있지만, 그것을 ‘못 찍기’라는 작가의 공식 용어로 바꾸어 부를 근거는 없다.
(출처: 이영욱, 「모방과 재현의 변증법, 시뮬라크르의 반복 복제」)
https://prahapraha.tistory.com/13413223
(출처: 기호일보, 「사진 찍는 그때, 관객이 해석할 여지 남겨두려 하죠」)
https://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3167
(출처: 이광수, 「사진으로 맥아더 목을 잘라버린 그 남자」,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187405
2. 사진의 외형보다 의미의 고정을 문제 삼기
(1) 핵심 내용
① 이영욱 작업을 ‘못 찍기’와 연결할 때 핵심은 흔들림이나 초점 이탈이 아니다.
② 대상이 선명하게 찍혀 있어도 그 사진이 장소와 사건 전체를 대표하거나 하나의 이야기만 전달한다는 믿음을 흔들 수 있다.
③ 이 점에서 이영욱의 사례는 앞 절의 시각적 불완전성과 다른 층위, 곧 사진이 의미를 만들고 고정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을 드러낸다.
(2) 보충 설명
① 이광수의 비평은 이영욱 작업의 화두를 사실의 객관성과 기록 이미지에 달라붙는 단일한 대표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정리한다.
② 이는 유용한 해석이지만 평론가의 서술이다.
③ 작가의 이론적 글에서는 사진이 과거의 존재를 흔적으로 증명할 수는 있어도, 그 대상이 무엇이며 어떤 뜻인지는 사진만으로 확정되지 않고 관객의 인식과 문화적 코드에 기대어 결정된다는 주장이 확인된다.
④ 따라서 ‘텅 빈 의미’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보다 사진 자체가 의미를 독점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3. 작업마다 의미를 여는 방식은 다르다
(1) 핵심 내용
① 《자유공원》(1995)은 의미를 모두 열어둔 작업의 단순한 예가 아니다.
② 이광수의 비평에 따르면 맥아더 동상의 일부를 잘라내고 기념비의 글귀를 가리거나, 공원의 공식적 표상과 어긋나는 장면을 배치해 자유공원에 붙은 국가·민족·반공의 역사 서사를 명시적으로 건드린다.
③ 이 작업은 특정한 신화적 해석을 비판하는 점에서 정치적 방향이 분명하다.
④ 이영욱의 작업 전체를 ‘작가가 아무 의미도 제시하지 않는다’고 일반화할 수 없는 이유다.
(2) 보충 설명
① 《대상과 침묵의 접촉》(1998)에서는 군화, 연탄과 담배꽁초, 죽은 비둘기, 뒤엉킨 호스, 빈 놀이시설처럼 하나의 교훈이나 상징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중요하게 읽힌다.
② 평론가는 이를 두고 관객에게 잘 찍힌 한 장의 사진이나 분명한 현실 이야기로 세상을 해석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작업으로 해석한다.
③ 이 설명 역시 작가의 직접 발언과 구분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단일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해석을 미루게 하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출처: 이광수, 「사진으로 맥아더 목을 잘라버린 그 남자」,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187405
4. 우연을 통해 관객의 해석을 촉발하기 — 《거울의 기억》
(1) 핵심 내용
① 이광수는 《거울의 기억》(2001)이 올림푸스 하프사이즈 카메라로 촬영되어 한 프레임 안에 서로 다른 두 장면이 좌우로 놓이고, 그 우연한 병치가 해석의 여백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② 서로 무관해 보이는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관계와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③ 같은 비평은 ‘텅 빈 의미’를 의미가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의미로 고정할 수 없을 만큼 해석이 열려 있는 상태라고 풀이한다.
(2) 구분·주의점
① 다만 우연은 작가의 통제가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② 촬영자는 여전히 셔터를 누르고, 어떤 결과를 남길지 선택하며, 사진을 인화하고 배열한다.
③ 따라서 여기서의 우연은 무작위성이 아니라 작가의 선택과 장치의 작동이 만든 조건 안에서 관객이 의미를 덧붙이는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출처: 이광수, 「사진으로 맥아더 목을 잘라버린 그 남자」,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187405
5. 대표성을 비우는 시도와 그 한계 — 《북간도》
(1) 핵심 내용
① 이광수는 《북간도》(2007)를 ‘탈기록’이라고 부르며, 북간도를 민족적 상실이나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먼저 읽게 하는 역사적 의미 구조에서 벗어나 만주 평원을 기록하려는 시도로 설명한다.
② 이 해석에 따르면 익숙한 역사적 표상을 반복하지 않고, 장소가 하나의 상징으로 소비되는 방식을 멈추려는 것이 핵심이다.
③ 같은 평론은 《불확실한 여행》에서 사진과 텍스트를 함께 두었던 앞선 작업의 텍스트를 제거했다고 설명한다.
④ 이 변화는 의미를 단순히 비우기보다 사진과 글이 서로를 증거하고 해석하는 관습을 흔드는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2) 구분·주의점
① 그러나 역사적 상징을 화면에서 줄였다고 그 장소에 역사와 사회가 실제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② 평론의 “그 안에는 역사도 없고, 사회도 없다”는 문장은 작업의 중지 전략을 강조하는 수사로 읽어야지, 사진이 역사에서 벗어난 중립적·객관적 기록을 얻었다는 사실 진술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③ 무엇을 배제하고 어떤 풍경을 선택하는지도 작가의 해석 행위이며, 탈기록은 기록과 권력의 관계를 다시 묻는 전략이자 그 자체로 비판받을 수 있는 선택이다.
6. ‘집’의 사진에서 관객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방식
(1) 핵심 내용
① 이광수는 2015년 작업 《집이다》를 특별한 기교나 수사 없이 집을 보여주는 아카이브 방식으로 해석한다.
② 여기서 “있는 그대로”와 “객관적 이미지”라는 표현은 이광수의 비평적 서술이지, 사진이 실제로 매개 없이 대상을 보여준다는 뜻은 아니다.
③ 프레이밍과 촬영 거리, 사진 선택은 여전히 개입한다.
(2) 보충 설명
① 이 작업을 작가의 직접 진술과 혼동하지 않기 위해 별개의 작업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② 갤러리김에 실린 이영욱의 작업 설명은 2019~2020년 《소설문서_행복이 가득한 집》을 다루며, 집에 관한 정보를 주지 않은 채 사물을 사진으로 수집·배열해 관객마다 다른 이야기와 결론 없는 서사를 만들 가능성을 탐구한다고 밝힌다.
③ 이는 관객의 해석 참여를 뒷받침하는 작가 명의의 설명이지만, 《집이다》와 동일한 작품은 아니다.
(출처: 이광수, 「사진으로 맥아더 목을 잘라버린 그 남자」,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187405
(출처: 갤러리김, 이영욱 작가 소개 및 「소설문서_행복이 가득한 집」 작업 설명)
https://www.gallerykim.com/%EB%B3%B5%EC%A0%9C-%EC%9D%B4%EC%88%98%EC%B2%A0-7
7. 이영욱의 ‘못 찍기’를 하나의 분석적 정의로 정리하기
(1) 핵심 내용
① 이영욱의 작업에서 재구성할 수 있는 의미론적 ‘못 찍기’는 카메라를 서툴게 조작하는 일이 아니다.
② 사진가가 대상을 완전히 알고 있으며 한 장의 사진으로 장소와 사건을 대표하고 뜻을 확정할 수 있다는 권한을 유보하는 일이다.
③ 그렇다고 사진가가 사라지거나 사진에 아무 의미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④ 프레임과 촬영, 선택과 배열은 계속 작동하고, 관객의 해석도 그 형식이 만든 조건 안에서 이루어진다.
(2) 보충 설명
① 따라서 이영욱의 작업을 이 글의 언어로 압축하면 ‘잘 설명하지 않기, 완전히 대표하지 않기, 의미를 하나로 닫지 않기’라고 할 수 있다.
② 이는 작가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못 찍기’의 정의가 아니라, 그의 글과 작업, 인터뷰 및 비평을 근거로 제안하는 해석이다.
③ 또한 모든 작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공식이 아니라 《자유공원》의 명시적 비판, 《거울의 기억》의 우연한 병치, 《북간도》의 탈기록적 선택, 집을 둘러싼 아카이브와 관객 서사처럼 서로 다른 방법을 가로질러 읽기 위한 축이다.
[7] 의미론적 ‘못 찍기’의 이론적 연결과 동시대적 함의
개념의 지위
(1) 핵심 내용
① ‘의미론적 못 찍기’는 아래 이론가들이 함께 제시한 고유 개념이 아니다.
② 사진의 흔적, 코드, 담론, 장치, 관객 해석에 관한 서로 다른 논의를 사진 작업에 적용해 만든 분석틀이다.
③ 각 이론은 사진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는 한 측면을 설명할 뿐, 이 용어 자체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통일된 학설은 아니다.
2. 기술적 불완전성과 의미의 미완결성은 다른 축이다
(1) 핵심 내용
① 기술적 못 찍기는 초점·노출·수평·흔들림 같은 형식의 상태를 말한다.
② 의미론적 못 찍기는 어떤 장치와 맥락이 해석을 하나로 닫는지, 그 닫힘이 어떻게 유보되는지를 살핀다.
③ 두 축은 겹칠 수 있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④ 흐릿한 사진이 ‘기억’이나 ‘불안’이라는 익숙한 감정 코드로 즉시 읽힐 수 있고, 선명하고 정돈된 사진도 맥락과 배열에 따라 의미를 확정하지 않을 수 있다.
(2) 보충 설명
① 따라서 의미가 하나로 닫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사진의 ‘기술적 실패’나 자동적인 예술적 성취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② 여기서 ‘못 찍기’는 해석의 결함을 뜻하지 않는다.
③ 사진이 의미를 완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시험하고, 의미의 최종 결정을 유보하는 형식적·개념적 선택을 가리킨다.
④ 의미의 개방성은 작품의 가치 판정이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읽히는지를 분석하는 기준이다.
3. 사진의 흔적은 의미나 진실을 보증하지 않는다 — 퍼스와 바르트
(1) 핵심 내용
① 사진은 대상에서 반사된 빛이 감광재료나 센서에 작용하는 인과적 관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의 ‘지표’와 연결되어 설명되어 왔다.
② 그러나 사진은 유사성의 ‘도상’으로도 읽히고, 관습과 맥락에 의존하는 ‘상징’으로도 기능한다.
③ 지표적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진의 진위, 촬영 시점, 캡션의 정확성, 장면의 의미가 보증되지는 않는다.
④ 디지털 편집과 합성, 생성 이미지에서는 그 흔적의 경로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2) 보충 설명
①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사진의 메시지」에서 ‘코드 없는 메시지’는 사진이 현실의 연속적 유사물처럼 보이는 외시적 층위를 설명하는 분석적 구분이다.
② 바르트는 사진 전체가 문화적 코드 밖에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③ 특히 보도사진의 선택, 포즈, 사물, 구도, 처리, 배치와 관객의 독해를 통해 함축적 의미가 형성되는 ‘사진의 역설’을 분석한다.
④ 이 논의를 적용하면 의미론적 못 찍기는 사진의 코드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특정 코드가 자연스럽고 유일한 뜻인 것처럼 작동하는 순간을 드러내거나 늦추는 일이 된다.
(출처: Martin Lefebvre, “Photography and Semiotics: Use and Purpose,” Critical Inquiry)
https://www.journals.uchicago.edu/doi/10.1086/719852
(출처: Roland Barthes, “The Photographic Message,” Image-Music-Text)
https://courses.lsa.umich.edu/jptw/wp-content/uploads/sites/23/2017/08/Barthes-ImageMusicText.pdf
4. 사진의 뜻은 사용·캡션·배열·제도 속에서 읽힌다 — 세쿨라와 크라우스
(1) 핵심 내용
① 앨런 세쿨라(Allan Sekula)는 사진을 맥락과 전제 없이는 충분히 읽히지 않는 ‘불완전한 발화’로 설명한다.
② 같은 이미지도 신문 보도, 경찰 기록, 가족앨범, 과학 자료, 광고, 미술관에서 다른 임무와 기대를 부여받는다.
③ 사진의 의미는 이미지 안에 완성된 상태로 들어 있기보다 사진을 선택하고 설명하고 유통하는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2) 보충 설명
① 로절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의 「사진의 담론적 공간: 풍경/전망」도 사진을 중립적 창으로 보는 관습을 역사적·제도적 담론과 연결해 살핀다.
② 이를 “같은 사진은 과학 공간과 미술 공간에서 늘 전혀 다른 지식이 된다”라는 보편 법칙으로 요약하는 것은 지나치게 넓다.
③ 구체적인 사진과 제도의 사례를 함께 보며 사진이 어떤 지식으로 읽히는지 분석하는 참조점으로 쓰는 편이 정확하다.
(3) 보충 설명
① 이 관점에서 의미를 여는 일은 촬영 순간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② 무엇을 찍고 제외하는지, 어떤 사진을 남기는지, 순서와 간격을 어떻게 정하는지, 제목·캡션·텍스트를 붙이거나 빼는지, 책·벽·영상·아카이브 가운데 어디에 놓는지까지 작업의 의미에 관여한다.
(출처: Allan Sekula, “On the Invention of Photographic Meaning,” in Thinking Photography)
https://iuuk.mff.cuni.cz/~andrew/EAP/Sekula1982
(출처: Rosalind Krauss, “Photography’s Discursive Spaces: Landscape/View,” Art Journal)
https://www.jstor.org/stable/776691
5. 작가의 의도는 자료이지 최종 정답이 아니다 — 바르트·에코·홀·랑시에르
(1) 핵심 내용
①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은 문학 텍스트를 작가의 생애나 의도 하나로 환원하는 해석을 비판한다.
② 이를 사진에 적용하는 것은 유용한 확장이지만, 바르트의 글 자체가 사진 해석을 위한 방법론은 아니다.
③ 사진가의 발언과 작가노트는 중요한 자료이되 사진의 의미를 독점하는 최종 정답은 아니라고 정리할 수 있다.
(2) 보충 설명
①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열린 작품’은 관객의 참여와 복수의 해석을 다루지만, 아무 해석이나 같은 근거를 갖는다는 뜻은 아니다.
② 작품의 재료와 구조가 가능한 읽기의 범위를 만들며, 관객은 그 안에서 관계를 구성한다.
③ 이 글에서 ‘통제된 개방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를 요약한 표현이지 에코의 고정 용어가 아니다.
(3) 구분·주의점
①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의 부호화·해독 모형은 텔레비전 메시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② 제작된 메시지가 선호하는 해석을 제시해도 수용자의 해독이 그대로 일치한다고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은 사진 분석에도 참고할 수 있다.
③ 다만 지배적·협상적·대항적 해독이라는 구분을 모든 사진 관객에게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④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의 관객론도 관객을 수동적 수신자로만 보지 않고, 본 것을 선택·비교·번역하는 존재로 다룬다.
⑤ 모호한 사진이 관객을 능동적으로 ‘만든다’기보다, 관객의 해석 활동이 이미 존재하며 어떤 형식은 그 활동을 더 잘 드러낸다고 말하는 편이 적절하다.
(4) 보충 설명
① 바르트의 ‘푼크툼(punctum)’은 사진가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전달하도록 설계할 수 있는 의미 코드가 아니다.
② 《밝은 방》에서 푼크툼은 문화적·관습적 관심의 장인 ‘스투디움(studium)’과 구별되는, 특정 관객에게 개인적으로 다가와 찌르는 세부로 설명된다.
③ 어떤 세부가 누구에게 푼크툼이 될지는 보편적으로 지정할 수 없다.
④ 따라서 의미론적 못 찍기는 푼크툼을 제조하는 기술이 아니라, 관객마다 달라질 수 있는 세부와 반응을 하나의 공통 메시지로 미리 지정하지 않는 작업으로 연결해 볼 수 있다.
(출처: Roland Barthes, “The Death of the Author,” Image-Music-Text)
https://courses.lsa.umich.edu/jptw/wp-content/uploads/sites/23/2017/08/Barthes-ImageMusicText.pdf
(출처: Umberto Eco, The Open Work, Harvard University Press)
https://www.hup.harvard.edu/books/9780674639768
(출처: Stuart Hall, “Encoding and Decoding in the Television Discourse,” University of Birmingham ePapers Repository)
https://epapers.bham.ac.uk/id/eprint/2962/
(출처: Jacques Rancière, “The Emancipated Spectator,” Artforum)
https://www.artforum.com/features/the-emancipated-spectator-175248/
(출처: Roland Barthes, Camera Lucida, Hill and Wang)
https://academic.macmillan.com/academictrade/9780374532338/cameralucida/
6. 카메라의 프로그램과 이미지 분류를 구분하기 — 플루서와 머신비전
(1) 핵심 내용
① 빌렘 플루서(Vilém Flusser)는 카메라를 가능한 선택을 미리 조직하는 장치(apparatus)로 분석했다.
② 카메라 프로그램은 촬영자가 반복해서 선택하게 되는 기술적 가능성과 제약을 만든다.
③ 이를 문화적 상투성까지 확장해 읽을 수는 있지만, ‘풍경은 아름다움, 노인은 고독’ 같은 사회적 코드가 모두 플루서의 직접 주장이라고 적어서는 안 된다.
④ 그것은 장치론을 사진문화에 적용한 이 글의 해석이다.
⑤ 또한 장치의 프로그램은 자동 기능만을 뜻하지 않으며, 사진가가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비틀 수 있는 여지도 함께 묻는다.
(2) 보충 설명
① 오늘날에는 사람뿐 아니라 기계도 이미지를 분류한다.
② 트레버 패글런(Trevor Paglen)의 작업은 감시와 머신러닝에 사용되는 학습 데이터와 시각 분류 체계를 드러낸다.
③ 이것은 기계가 사진의 사회적 의미를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한다는 증거가 아니라, 특정 데이터와 범주가 이미지 판독을 조직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④ 따라서 의미론적 못 찍기를 머신비전 비판과 연결할 때는 인간의 해석, 플랫폼 추천, 컴퓨터 비전 분류를 같은 과정으로 뭉뚱그리지 말아야 한다.
(출처: Vilém Flusser, Towards a Philosophy of Photography, Reaktion Books)
https://reaktionbooks.co.uk/work/towards-a-philosophy-of-photography
(출처: 뉴욕 현대미술관(MoMA), Sarah Cowan, “How to See like a Machine”)
https://www.moma.org/magazine/articles/864
7. 디지털 이미지의 유통은 의미를 다시 만든다
(1) 핵심 내용
①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의 ‘빈곤한 이미지’는 저해상도 자체를 저항이나 예술적 선택과 동일시하지 않는다.
② 복제·압축·재편집을 거친 이미지의 화질과 함께 그것이 어떤 유통망에서 밀려났고, 어디로 이동하며, 어떤 관객과 만나는지를 살핀다.
③ 앞 절에서 다룬 것처럼 디지털 이미지의 사회적 생애는 촬영 순간에 작가가 의도한 의미를 넘어설 수 있다.
(2) 구분·주의점
① 피드와 작은 화면에서 즉시 알아보기 쉬운 이미지가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은 플랫폼 경험에 대한 분석적 추론으로 한정해야 한다.
② 모든 플랫폼과 관객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③ 다만 빠른 스크롤과 짧은 주의가 요구되는 환경에서 한눈에 감정과 주제가 읽히지 않는 사진은 소비 속도에 마찰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④ 그 마찰이 실제로 더 오래 보게 하거나 더 깊은 해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작품의 배열과 관람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출처: Hito Steyerl, “In Defense of the Poor Image,” e-flux Journal)
https://www.e-flux.com/journal/10/61362/in-defense-of-the-poor-image/
8. 의미를 열어두는 태도는 책임을 없애지 않는다
(1) 핵심 내용
① 대상을 대표하지 않으려는 선택은 인식의 겸손이나 타인을 단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읽힐 수 있다.
② 그러나 그 태도가 언제나 윤리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③ 역사적 맥락을 비워 보이는 방식은 기존의 상징을 비판할 수도 있지만, 사건과 권력의 흔적을 지워버릴 수도 있다.
④ 《북간도》를 둘러싼 해석처럼 의미를 비우는 작업은 무엇을 덜 보여주고 어떤 관점을 다시 보이게 하는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2) 보충 설명
① 타인의 고통이나 사회적 사건을 찍은 뒤 “의미는 관객에게 열려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촬영자의 선택과 공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② 개방성은 동의, 맥락, 인물에 대한 책임을 대신하지 않는다.
③ 의미론적 못 찍기의 윤리적 가능성은 대상에 대한 지식과 권한을 독점하지 않으려는 데 있지만, 그 가능성은 작업의 구체적 선택과 관계를 따져 확인해야 한다.
[8] 의미의 개방성과 ‘못 찍기’의 한계
‘못 찍기’는 하나의 통일된 사조가 아니다
(1) 핵심 내용
① 캐머런의 부드러운 초점, 브라갈리아의 운동 흔적, 골딘의 관계적 스냅사진, 바르트의 지각 실험, 루샤의 책과 배열, 이영욱 작업에서 재구성한 의미의 미완결성은 서로 다른 역사와 목적을 지닌다.
② 겉으로 흐리거나 거칠다는 공통점만으로 이들을 같은 양식에 넣을 수 없다.
③ 이 글에서 ‘생산적 못 찍기’는 이질적인 사례를 비교하기 위한 분석 범주이다.
2. 같은 외형도 다른 원인과 의미를 가진다
(1) 핵심 내용
① 흔들림은 의도된 표현일 수도 있고, 기술적 실수일 수도 있으며, 촬영 조건이나 매체의 한계에서 생길 수도 있다.
② 이미지의 겉모습만 보고 작가의 의도를 확정할 수 없다.
③ 촬영 과정, 작업노트, 사진의 선택과 배열, 제작 당시의 사회적 맥락을 확인해야 한다.
3. 모든 실패가 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1) 핵심 내용
① 초점이 흐리다는 사실은 기억·상실·정신·주변시를 자동으로 의미하지 않는다.
② 형식이 작업의 질문과 연결되지 않으면 흐림은 분위기 효과에 머문다.
③ 의도적인 실패가 왜 필요한지, 선명한 형식으로는 무엇이 표현되지 않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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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못 찍은 듯 멋있는 사진’도 새로운 규범이 될 수 있다
(1) 핵심 내용
① 거친 입자, 흔들림, 기울어진 화면은 이미 여러 작가와 전시를 통해 익숙한 미학이 되었다.
② 이 형식을 반복하면 기존의 잘 찍기 규범을 벗어나기보다 ‘예술적으로 못 찍어 보이는 사진’이라는 다른 규칙에 들어갈 수 있다.
③ 미술관의 승인 역시 한때의 이탈을 정전화하고 새로운 기준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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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실패를 선택하고 전시할 권력도 살펴야 한다
(1) 핵심 내용
① 작가는 실패처럼 보이는 형식을 의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아마추어·비전문가·가난한 공동체가 만든 이미지의 낮은 품질은 종종 결핍이나 무능력으로 평가된다.
② 누가 자기 이미지의 거칠음을 예술적 선택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 누가 그 이미지를 유통하고 해석하는지,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이 그 형식과 공개에 동의했는지도 질문해야 한다.
③ ‘실패의 미학’을 다루면서 실제 실패와 불평등을 낭만화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6. 모호함만으로 열린 작품이 되지는 않는다
(1) 핵심 내용
① 사진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관객에게 해석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뜻과 다르다.
② 단서가 너무 적거나 사진의 선택·배열이 작업의 질문과 연결되지 않으면 관객은 의미를 구성하기보다 관심을 거둘 수 있다.
③ 가능한 해석은 무제한이 아니며, 사진의 세부와 제목, 배열, 역사적 맥락이 그 범위를 만든다.
7. 작가의 설명도 하나의 맥락으로 작동한다
(1) 핵심 내용
① 작가노트가 사진의 의미를 단일한 정답으로 닫을 수 있지만, 작가의 말을 모두 제거해야 개방성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② 설명은 사진의 제작 조건과 역사적 관계를 밝혀 관객의 해석을 확장할 수 있다.
③ 사진, 캡션, 작가 발언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 그 간격 자체가 작업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8. 기술적 결함은 다시 익숙한 코드가 될 수 있다
(1) 핵심 내용
① 흐림은 기억, 흔들림은 불안, 과노출은 소멸, 잘린 신체는 정체성의 해체라는 공식을 반복하면 기술적 못 찍기는 다시 빠르게 해독되는 스타일이 된다.
② 의미의 비확정성도 그 자체로 새롭거나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③ 형식이 어떤 코드와 기대를 작동시키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9] ‘못 찍기’의 정의와 작업 방법
1. 단순한 기술 실수와 의도적 작업을 구분한다
(1) 출발점
① 사진을 못 찍는 작업은 초점을 틀리고 수평을 기울이며 아무렇게나 셔터를 누르는 작업이 아니다.
② 규범을 모르는 상태일 수는 있어도, 규범을 질문하는 작업이라고 자동으로 말할 수는 없다.
2. 의도적 못 찍기를 분석적으로 정의한다
(1) 정의
①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행위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사진의 선명성·통제·완결성 또는 대상의 대표성과 의미의 고정을 기본값으로 삼는 판단을 드러낸다.
② 시각적 불완전성이나 의미의 미완결성을 통해 그 기대를 시험하고, 기존 형식만으로는 충분히 담기 어려운 경험을 발생시키는 작업이다.
3. 작업을 세 단계로 구성한다
(1) 실행 단계
① 어떤 사진 규범을 시험하거나 거부하는지 구체적으로 정한다.
② 흐림·흔들림·잘림·반복·우연·저해상도 등 선택한 형식을 일관되게 사용한다.
③ 그 형식이 사진의 대상, 촬영자의 위치, 대상과의 관계, 작업의 배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4. 형식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전략을 고른다
(1) 선택 가능한 방법
① 장소나 인물을 가장 잘 요약하는 전형적 장면 대신 주변부·잔여물·사건 전후의 흔적을 선택한다.
② 절정의 순간 대신 사건 직전·직후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을 다룬다.
③ 중심과 주변의 위계를 흔들거나 여러 대상이 시선을 두고 경쟁하게 한다.
④ 서로를 설명하지 않는 사진을 병치해 사진 사이에서 서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핀다.
⑤ 캡션을 없애거나, 사실 기록과 개인적 기억처럼 서로 다른 설명을 함께 두어 이미지와 텍스트의 간격을 드러낸다.
⑥ 한 장의 효과뿐 아니라 책·벽·영상·아카이브의 배열과 순서를 의미 형식으로 사용한다.
⑦ 기술적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사진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확정되지 않도록 구성한다.
5. 작업을 다섯 질문으로 점검한다
(1) 형식과 의미의 관계
① 선명하거나 정돈된 사진은 이 대상에 관해 무엇을 가리는가.
② 선택한 불완전성은 어떤 시간·감각·관계·기억을 가능하게 하는가.
③ 같은 형식을 다른 작가가 반복해도 의미가 유지되는가, 아니면 이미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는가.
④ 한 장의 효과뿐 아니라 연속·인화·캡션·전시에서 그 형식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
⑤ 대상을 대표하거나 설명하는 일을 유보한다면, 어떤 의미를 왜 열어두는가. 그 여백을 만드는 작가의 선택은 무엇인가.
6. 선택한 형식이 진부한 효과로 굳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1) 구체적 검토
① 초점을 흐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 선명해야 하는지, 선명함이 무엇을 감추는지, 기억이나 지각의 한계를 선명한 사진으로 표현할 때 생기는 모순이 무엇인지 작업 안에서 구체화해야 한다.
② 흔들림을 사용한다면 그것이 움직임의 지속인지, 촬영자의 신체적 경험인지, 도시의 속도인지, 아니면 익숙한 ‘거친 사진’의 모방인지 검토해야 한다.
[10] 결론과 핵심 질문
1. 의도적 못 찍기는 기존 규범의 비판을 넘어선다
(1)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
① 의도적 못 찍기는 선명한 사진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시간과 운동, 촬영자의 신체적 경험, 친밀한 관계, 기억과 상실, 주변의 지각, 몸과 공간의 불안정성, 개념적 배열, 사진 재료의 생성, 디지털 이미지의 이동을 표현할 수 있다.
② 이영욱의 작업을 통해 재구성한 의미론적 못 찍기는 사진이 대상을 단일한 대표 이미지로 만들고 그 의미를 닫는 일을 유보하는 방식을 더한다.
2. 서로 다른 작업을 하나의 양식으로 뭉뚱그리지 않는다
(1) 구분의 필요성
① 어떤 작업은 초점과 흔들림의 관습을 바꾸고, 어떤 작업은 사진의 관계와 배열을 바꾸며, 또 어떤 작업은 카메라 없는 재료 실험이나 저해상도 이미지의 유통을 다룬다.
② 이 차이를 보존해야 ‘못 찍기’라는 말이 단순한 스타일 이름으로 굳어지는 일을 피할 수 있다.
3. 핵심 명제를 정리한다
(1) 의미의 미완결성과 시각적 불완전성
① 못 찍기는 잘 찍기의 반대만이 아니다. 시각적 불완전성으로 잘 찍기의 규범을 시험할 수도 있고, 선명한 사진으로도 의미의 완결을 유보할 수 있다.
② 사진의 흔적은 의미를 보증하지 않는다. 맥락과 담론은 사진을 읽는 방식을 제한하고, 관객은 작품의 형식 안에서 의미를 구성한다.
③ 장치와 유통 과정도 이미지의 가능성과 사회적 생애에 관여한다.
④ 이 이론들은 하나의 ‘못 찍기’ 학설로 합쳐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사진이 대상을 완전히 대표하고 의미를 독점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묻게 한다.
4. 작업이 던지는 질문
(1) 사진의 실패를 다시 묻기
① 사진이 정말 잘못 찍힌 것인가.
② 아니면 우리가 사진을 판단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잘 길들여진 것인가.
5. 의미의 미완결성에서 관객의 역할을 묻는다
(1) 다음 단계의 질문
① 사진을 일부러 못 찍었을 때, 그 불완전성은 어떤 경험을 새롭게 보이게 하는가.
② 사진이 대상을 잘 찍었더라도 의미를 닫지 않을 때, 누가 그 사진을 읽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