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작품번호 113은 서곡과 8개의 합창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곡들은 코체부의 ‘아테네의 폐허’에 삽입된 베토벤이 쓴 극 부수음악이다. 베토벤은 이미 이 곡을 2년 전에 출판된 그의 D장조 변주곡 Op.76의 주제로 사용했다.
'예니사리 음악'은 모차르트와 베토벤 시대에 유행했던 일종의 터키 악단 효과를 낸 것으로 보스포러스 해협의 행진 북악대 (A Marching Drums Corps )를 연상시킨다.
라흐마니노프는 안톤 루빈슈타인의 이 훌륭한 콘서트용 편곡에 겉으로는 진지한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웃는 소리가 들린다. 터키 행진곡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사람들은 진지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윙크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곤 했다.
* 2:50부터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https://youtu.be/9g-mPvGV5-4
음악사상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 하면 리스트, 안톤 루비슈타인과 라흐마니노프를 말들 한다. 백 년 전의 라흐마니노프의 실제 연주를 자동재생피아노로 재생하여 현대에 녹음한 것을 들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속주와 화려한 외형에 치우친 오늘날의 연주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의 연주가 느리고 어눌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스만 터키의 군대 행진곡, 당시 음악의 도시 비엔나 사람들의 귀엔 커다란 북소리와 요란한 트럼펫 소리가 우스꽝스러운 터키행진곡을 베토벤이 관현악용으로 쓰고 안톤 루빈슈타인이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해 라흐마니노프가 연주한 것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들어온 베토벤의 터키행진곡은 근엄한 박력과 장엄한 분위기의 피아노 연주였다. 당시의 음악적으로 언밸런스 한 터키행진곡을 라흐마노프처럼 해학적으로, 마치 속으로 키득키득 웃듯이 연주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영상의 2:50부터 시작되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들어보면 라흐마니노프가 장년기가 지난 시기에 연주한 것이지만 그의 속주는 오늘날의 어떤 피아니스트보다 빠르며, 단순히 빠르기보단 벌의 날개 짓이 눈에 보일만큼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 배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