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La ciociara)
최용현(수필가)
‘두 여인(La ciociara, 1960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산간지방에서 프랑스군 소속 모로코 용병들이 집단 강간 및 살인을 자행한 ‘마로키나테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이탈리아의 소설가 알베르토 모라비아가 쓴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기수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다.
여주인공 세시라 역을 맡은 소피아 로렌은 당시 26세의 나이로 10대 딸을 둔 어머니 역을 맡아 열연하여 비영어권 배우 중에서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고, 아울러 칸 영화제 등 총 22개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휩쓸었다. 비영어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그로부터 48년이 지나서 ‘라비앙 로즈’(2007년)에서 열연한 마리옹 코티아르가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봄, 남편을 잃은 세시라(소피아 로렌 扮)는 로마에서 식품가게를 운영하면서 12살 딸 로제타(엘레오노라 브라운 扮)를 보살피고 있다. 연일 연합군의 공습이 이어지자, 세시라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로마를 떠나 이탈리아 중부 산악지대인 고향마을로 피난을 가기로 한다. 세시라는 자신을 좋아하는 이웃 석탄가게 조반니(라프 발로네 扮)를 찾아가 통정(通情)을 하고 자신이 없는 동안 가게를 부탁한다.
세시라는 딸 로제타를 데리고 기차를 타고 가다가 다시 걸어서 자신이 태어난 고향마을에 도착한다. 한 달 정도로 예상했던 궁핍한 피난생활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데, 간간이 연합군의 승전소식과 무솔리니의 체포소식도 들려온다. 모녀는 그곳에 사는 지식인이면서 파시스트에 비판적인 이상주의 청년 미켈레(장 폴 벨몽도 扮)의 도움을 받으며 친하게 지낸다.
로제타는 미켈레를 아버지처럼 따르며 전쟁이 끝나면 로마로 오라고 말하는데, 미켈레는 로제타를 살뜰히 챙기면서 세시라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세시라는 로마에 있는 조반니 때문에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 얼마 후, 독일군 패잔병들이 나타나 마을주민들을 총으로 위협하면서 미켈레를 산악지대의 길잡이로 데려간다.
1944년 6월이 되자, 연합군이 이탈리아에 들어오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終戰)을 맞는다. 세시라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기 위해 로제타와 함께 산길을 걸어가던 중 잠시 쉬기 위해 거의 폐허가 된 교회에 들어간다. 그때 프랑스 식민지인 모로코의 구미에 용병들이 들이닥쳐 세시라와 로제타를 집단으로 강간하고 사라진다.
큰 충격을 받은 모녀가 얼이 빠진 채 다시 산길을 걸어가는데,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로제타는 엄마와도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이들은 지나가던 트럭을 타고 인근마을까지 가서 트럭운전사 청년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는데, 그날 밤 자다가 깬 세시라는 딸이 보이지 않자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다.
세시라는 딸 로제타가 미켈레를 찾으러 갔다고 생각하고 집밖에서 기다리는데, 이웃사람으로부터 미켈레가 독일군에 의해 사살되어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억장이 무너진다. 그때 차의 불빛이 다가오더니 로제타가 트럭운전사와 함께 내린다. 전승축하파티에 갔다 오는 길이라며, 트럭운전사가 선물로 준 실크 스타킹을 보여준다. 분노한 세시라가 왜 말도 없이 트럭운전사를 따라갔느냐며 로제타의 뺨을 때리지만, 로제타는 아무 반응이 없다.
세시라는 미켈레가 독일군에게 총살당했다는 사실을 알리는데, 그때서야 로제타는 세시라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린다. 세시라가 로제타를 끌어안고 ‘내 딸, 금쪽같은 내 딸, 엄마를 용서해줘.’ 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두 여인’은 전쟁 때 수많은 여성들이 군인들에 의해 강간당하거나 살해당하면서 발생하는 성문제와 가족문제, 사회적 소외문제 등을 사실주의적인 시선으로 진지하게 다룬 영화이다. ‘자전거 도둑’(1948년)을 연출한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작품답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산골과 전원의 모습, 그리고 피난민들의 생활상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이탈리아는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즘을 앞세워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과 손잡고 전쟁을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의 추축국이다. 전범국(戰犯國)이라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피아 로렌은 베니토 무솔리니의 손녀이면서 영화배우와 국회의원을 지낸 알렉산드라 무솔리니의 이모가 된다. 무솔리니의 막내아들인 재즈피아니스트 로마노 무솔리니가 소피아 로렌의 여동생과 1962년에 결혼하여 두 딸을 낳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1976년에 이혼했다.
소피아 로렌(1934~ )은 큼직큼직한 이목구비를 지닌 레전드급 연기파이자 육체파 여배우로, 이탈리아 미인대회 출신이다. 우리에게는 ‘엘 시드’(1961년)와 이탈리아식 결혼(1964년), ‘해바라기’(1970년) 등으로 친숙한 이름이다. 그런데, 유모의 증언에 의하면 어렸을 때의 소피아 로렌은 아주 못생겼었다고 한다. 소피아 로렌은 크고 아름다운 가슴으로도 유명한데, 가슴에 보험을 들었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무근이라고 한다.
장 폴 벨몽도(1933~2021)는 프랑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배우로, ‘네 멋대로 해라’(1960년)에서 자유롭고 반항적인 이미지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고, ‘볼사리노’(1970년)와 ‘프로페셔널’(1981년) 등 8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프랑스 국민배우의 반열에 올라섰다. 1960년대 말, 그와 ‘007살인번호’(1962년)에서 최초의 본드 걸로 나오는 스위스 출신의 우슬라 안드레스와의 로맨스는 당시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핫뉴스였다.
‘두 여인’은 전쟁 때문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 모녀를 통하여 전쟁의 참혹함과 강인한 모성애를 그려낸 영화이다. 전쟁은 남성들의 전유물이지만, 여성들에게 잔혹한 위해(危害)를 남기기도 한다.
첫댓글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