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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노래 (제21 행시 집 12.10.1-11.17)
아비규환(阿鼻叫喚)
아귀(餓鬼)들 성난 눈빛 제 몫을 찾으려고
비지땀 흘려가며 물고 또 뜯기면서
규합(糾合)과 해쳐 모여 패싸움 날 새움에
환생을 한 다음에 그 버릇 고치려나. 12. 10. 1.
낙양지귀(洛陽紙貴)
낙엽송 늘 푸름도 단풍 빛 타는 가을
양떼구름 흐르는 하늘빛 고운 날에
지천에 흐드러진 야생화 향내 담아
귀향길 찾는 길손 망향가 흥겹구려. 12. 10. 1.
남가일몽(南柯一夢)
남원 골 광한루에 별빛이 고운 날에
가야금 뜯는 산조 옛 가락 울려오면
일가견(一家見) 시 한수로 청아한 노랫가락
몽환(夢幻)의 황홀경에 빠져든 귀공자(貴公子)여. 12. 10. 1.
운우지정(雲雨之情)
운명이 비켜가는 세월의 뒤안길에
우수수 떨어지는 회한이 메말라서
지금은 빈자리에 낙엽만 쌓여가고
정물화(靜物畵) 여백(餘白)처럼 하얀 꿈 서리었네. 12. 10. 1.
38. 四 大 五 常 (넉 사, 큰 대, 다섯 오, 항상 상)
사무친 그리움이 눈꽃에 파묻힐 때
대들어 맞닥뜨린 허무한 삶의 갈증
오금이 쫄아 들고 맥 풀려 주눅 든 삶
상처를 싸매보려 들길을 걷습니다. 12. 10. 2.
213) 弦歌酒讌(현가주연)
현란(絢爛)한 궁중(宮中)예악(禮樂) 취흥을 북돋우면
가늘게 떨려오는 기녀(妓女)들 춤사위가
주연(酒宴)에 무르익어 하늘에 사무쳐도
연회장 켜는 촛불 만백성 눈물일 듯.. 12. 10. 2. ---1---
카인의 후예
카니발 축제 같이 달콤한 분위기에
인내심 모자라서 유혹의 늪에 빠져
의의길 저버리고 벼랑에 서 있었네.
후진 삶 청산하고 십자가 앙모하면
예수님 손 잡으사 생명을 주시리라.
카인의 후예라고 스스로 타락하면
인생길 최후에는 불 심판 못 면하리.
의인은 오직 믿음 성령의 인도 따라
후생에 영원토록 복락이 보장되어
예배와 찬양으로 영광을 돌리리라. 12. 10. 2.
들국화/국제 영화제
들뜨는 영상예술 첨예한 경쟁 속에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부산거리
화제작 선보이는 긴장된 영화인들.
들무새 보따리들 촘촘히 챙겨 와서
국보급 명작탄생 숨죽여 기다리며
화끈한 시선으로 초미(焦眉)의 관심집중.
들국화 코스모스 은색의 산길 갈꽃
국화 향 베인 술잔 취흥에 바라보니
화병에 들국화도 색시 한 미인일세. 12. 10. 2.
이육사 이퇴계 유적지에서
이대로 헤어지기 너무나 아쉬워요.
육모정 걸터앉아 흘러간 옛 노래를
사랑의 노래한곡 신나게 불러줘요.
이담에 또 만나면 더 많이 사랑하게
퇴근길 맥주 한잔 분위기 좋은 곳에
계산은 내가할게 그대는 노래해요. 12. 10. 3. (안동 문학기행에서)
---2---
인제의 하늘에 뜨는 별
인내(忍耐)를 발효시켜 보석을 만드는 날들
제 각기 다른 임무 한 마음 뭉쳐보니
의젓이 다가서는 고운 눈빛
하늘빛 닮은 꿈 영글어가는
늘 푸른 소망으로 바라만 보아도 든든하구나.
에 써 감출 수 없는 내 핏줄 얼싸안아보면
뜨거운 심장은 사랑에 사무쳐도
는 것은 아쉬운 그리움인데
별은 또 뜨거운 가슴들의 내일을 위해
인제의 하늘에 더욱 밝은 빛을 뿜어 낼 것이다. 12. 10. 5. (노도화령장대대 가족모임에)
햇살 가득 펜션 가족 모임
햇살고운 날 드맑은 가을 하늘에
살가운 정에 애타는 그리움 안고
가슴조이며 달려온 눈망울들
득달같이 끌어안고 만져본 얼굴에는
펜으로 쓸 수 없는 감동의 물결
션한 노래 한 곡 들려 올 듯
가까스로 참아 오던 눈물은 주책없이 쏟아지고
족자에 걸어도 좋을 사진 속의 핏줄들
모두의 가슴에는 행복이 파도쳤느니
임무에 복귀해도 승리를 비는 마음 꽃보다 아름다워라. 12. 10. 6.
214. 接 杯 擧 觴 (이을 접, 잔 배, 들 거, 잔 상)
접시꽃 울타리에 훤칠한 키 높이로
배시시 미소 지며 임 그려 피는 맵시
거니는 유람 길을 서둘러 오시라고
상기된 꽃잎마다 분단장 상큼해요.
접대가 미흡하여 행여나 맘 변할까
배회(徘徊)한 종종걸음 조급증 보체건만
거기선 놀이 취해 지금쯤 잊으셨나?
상사화 피고지면 공연히 서글퍼요. 12. 10. 8. ---3---
39) 恭惟鞠養(공유국양)
공연히 들뜨는 맘 저 혼자 서성일 때
유정한 임의 흔적 추억을 들춰보면
국향(菊香)이 그윽한 날 돌담길 돌아서며
양팔로 안아주실 환상에 젖습니다. 12. 10. 9.
215) 矯手頓足(교수돈족)
교수들 연구실적 부국(富國)의 동력(動力)인데
수제자(首弟子) 논문도용(盜用) 학계의 전통되고
돈방석 앉으려고 줄서기 매관매직(賣官賣職)
족벌(族閥)의 인맥(人脈)구성 노벨상 턱도 없네. 12. 10. 12.
40. 豈 敢 毁 傷 (어찌 기, 용감할 감, 헐 훼 상할 상)
기우는 가을빛에 저녁놀 붉게 타면
감질난 양지 볕에 잠자리 떨고 앉아
훼손된 자존심에 하늘 길 서러워도
상기한 맘 달레며 계절을 접습니다. 12. 10. 13.
억새밭에 바람은 일고
억누를 수 없는 하얀 외로움에
새기다 찢긴 사연들 바람에 흔들며
밭고랑 매다 굽은 등 펼 사이 없이
에돌다 떨어지는 낙엽을 줍습니다.
바람꽃 일렁이는 산마루에 올라서면
남모르는 애모는 갈증으로 타는데
은빛 머릿결 휘날리며 노을을 이고 서서
일그러진 달빛에 흐느끼며 비워내는 추억
고즈넉한 산사의 종소리에 시린 맘 달랩니다. 12. 10. 14.
216) 悅豫且康(열예차강)
열 번도 수 십 번도 다짐했건만
예삿일은 아닐세, 상처 난 영혼
차라리 잊으려나 달래어 봐도
강물로 토해내는 깊은 밤 한숨. 12. 10. 15. ---4---
40. 豈 敢 毁 傷 (어찌 기, 용감할 감, 헐 훼 상할 상)
기득권 살려보려 안간힘 기우려도
감투에 혈안 되어 뒤엉켜 물고 뜯고
훼손한 국민정서 분노해 절규인데
상처도 낫기 전에 고질병 발작하네. 12. 10. 16.
고구마
고구마 캐는 날은 행복을 거두는 날
구워서 꺼내 보면 깜둥이 되었지만
마주한 얼굴들에 웃음꽃 활짝 피네.
고까짓 힘겨운 일 참아낸 가을걷이
구석진 항아리도 모처럼 배가 불러
마침내 입 다물고 만삭(滿朔)을 자랑하네.
고기밥 아니라도 푸성귀 넉넉하여
구차한 시골살림 임금님 부럽잖네
마음은 벌써 천국 풍년가 울려와요. 12. 10. 17.
교언영색(巧言令色)
교묘한 잔꾀들로 능숙한 처세(處世) 따라
언제나 청산유수 빛살도 곱다 만은
영달을 목표삼아 양심을 속여 살면
색안경 벗겨진 날 추한 꼴 몰매 맞네. 12. 10. 18.
들국화
들썩인 마음들을 간신이 잠재우고
국화주 서너 잔에 역마살 달래면서
화끈한 방랑의 혈기 뽀루퉁 토라지네.
들무새* 갈무리해 헛간에 걸어두고 *어떤 일에 뒷바라지 하는데 쓰이는 물건
국물에 저녁밥상 몇 숟갈 넘겨보니
화들짝 놀란 세들 집 찾아 나는 구료.
들러리 더 예쁘면 신랑이 기가 죽어
국보급 허풍 떨고 맞이한 신부인데
화문석(花紋席) 원앙금(鴛鴦衾)이 헛될까 걱정이네. 12. 10. 19. ---5---
허례허식(虛禮虛飾)
허리뼈 휘일만큼 잘못된 혼례비용
예단과 혼수품에 기둥이 흔들리고
허리끈 졸라매던 살림도 거덜 나니
식자층(識者層) 솔선하여 모범을 보여 봐요. 12. 10. 20.
생각하지 이 가을엔
생머리 곱게 빗고
각선미 노출하여
하늘 연 달(10월)의 단풍 빛 곱던 날에
지나는 바람결에 잔 머릿결 흔들리며
이제 막 이슬 먹은 봄풀 같이 상큼하게
가을은 여인의 옷자락에 향수를 뿌린다.
을씨년스러운 것은 제 스타일이 아니라고
엔간해서는 시들지 않을 여인의 향기여. 12. 10. 21.
철새들
철 지난 들판에는 외로운 가을바람
새들도 둥지 찾아 숲속에 찾아들면
들리는 다듬이장단 산을 넘는 메아리. 12. 10. 22.
지아비
지친 삶 등짐으로 지개에 걸머지고
아픔도 기쁨인양 허허허 웃고 사는
비원(悲願)의 고갯마루에 쉬는 날은 오는가.
지성(至誠)은 씨눈 말라 움트지 못 하는지
아린 속 곪은 배에 허기(虛氣)로 흔들려도
비장한 결심 다지며 가꿔야 할 한세월.
지천에 관광인파 강산에 넘쳐나도
아서라, 행운이란 뜬구름 잡는 거면
비온뒤 무지개인들 찾아가서 뭐 하나. 12. 10. 23.
---6---
일각천금(一刻千金)
일손을 잡아 봐도 마음은 콩밭인데
각가지 핑계대고 궁리를 해 보아도
천지간 좋은 여자 저 혼자 뿐 일 까봐
금시로 토라지는 왕 내숭 어이할까.
일찍이 고상한 척 긍지로 살았는데
각본도 없는 연극 삼류극(三流劇) 조연(助演)배우
천냥 빚 갚지 못한 죄 없는 죄인같이
금붕어 주둥이로 독백(獨白)만 곱씹어요. 12. 10. 24.
고독의 심연
고독이 안개 같이 번지는 회색지대
독버섯 모양 닮아 겉모습 화려해도
의지는 시궁창에 버려진 헌 신발짝
심드렁한 시선은 동태의 눈빛 되어
연채동물 기어가듯 징그런 행세들. 12. 10. 25.
애증의 쌍곡선
애정은 꽃과 나비 꿀 먹고 분바르고
증오는 정직하여 티내게 표 나는 것
의리도 배려마저 시들고 뭉개지면
쌍심지 켜는 눈살 갈가리 찢긴 인연
곡마단 연출같이 목숨을 걸었건만
선두리 휘도는 삶 오늘도 휘청거려. 12. 10. 26.
상강
상(賞)으로 받은 세월 물 쓰듯 쓰다 보니
강도만난 안방처럼 흩어진 난장 인생.
만추
만져질듯 근사한 감언이설
추풍에 낙엽처럼 휘둘린 바보세월. 12. 10. 27
---7---
인연 다하는 그 날까지
인육시장(人肉市場) 늘어나 청춘을 사고팔고
연둣빛 희망들이 흙발에 짓밟힐 때
다종교(多宗敎) 문화충격 살벌한 국제정세
하늘빛 흐려지면 종말이 올 것 같아
는적인 맘 다스려 의롭게 서고파 도
날림 집 무너지듯 허술한 사회 정의
까닭도 모른 붕괴 어디다 항의하랴
지구촌 곳곳마다 아우성치는 소리. 12. 10. 28.
인연 다하는 그날까지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는 거라면
연년세세(年年歲歲) 행복지수가 높아져야 하는데
다민족 충돌은 날로 드세어서
하루가 다르게 불안한 미래예견
는 것은 전쟁공포 그리고 자연 재해
그 책임을 느끼는 대책은 거의 없고
날선 칼처럼 건드리면 터질 듯
까칠한 경제의 아성(牙城)도 무너지고
지금도 도처에 전운(戰雲)이 감도는 지구촌 풍경. 12. 10. 29.
종교개혁 기념일/무슬림의 세계
종교는 아편일까
교리적 율법으로 신자를 묶어두고
개처럼 순종이 구원의 길이라고
혁명의 도구로 사지(死地)에 내 몬다.
기도(祈禱)는 살인의 최면술 주문(呪文)
념려스러운 사제(司祭)는 황금의 아방궁에
주림과 헐벗음이 영생의 도리(道理)라고
일생을 테러의 희생물로 삼으며
교주는 금 촛대 보좌에서 살생부(殺生簿)를 적는다. 12. 10. 30.
---8---
목불인견(目不忍見)
목소리 그리우면 눈감고 명상하고
불시에 보고프면 사진첩 뒤적인다.
인자한 부모님이 꿈속에 그리워도
견딜 수 없는 회한 눈물 밥 올린제사(祭祀). (눈물의 제삿밥) 12. 10. 31.
이제 가야 하나
이글거리던 열정의 태양도
현기증으로 허덕이고
제 구실 다 하고 가는
뒷모습이 아름다워
가야 할 것은 다 떠나보내고도
가을의 가슴은 그토록 곱구나.
야윈 거리에
서리꽃 부추기는 바람 드세도
하현달 등같이 굽은 세월
이제 구들장에 허리 뉘이고
나직한 목소리로 사랑했던 것들의 이름 부르며
다시 또 봄을 그리는 꿈속에 잠긴다. 12. 11. 1.
41) 女慕貞烈(여모정렬)
여기가 천국일수는 없지만
모든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며
정성으로 가꾼 가정의 요람 있음에
열심히 씨 뿌린 만큼의 행복을 거둘 것입니다. 12. 11. 2.
217. 嫡 後 嗣 續 (맏 적, 뒤 후, 이을 사, 이을 속)
적진에 둘려 쌓인 힘겨운 전쟁같이
후려친 칼바람에 휘둘린 인생살이
사위는 사랑의 꿈 아득히 멀어져도
속마음 자리 잡은 미련은 웬일인가. 12. 11. 3.
시치미
시큼한 풋 매실 그 뒷맛 떨떠름한
치대며 솟아오른 가녀린 사랑의 싹
미풍에 굳은살 박혀 옹골차게 자라라. 12. 11. 4. ---9---
한삼동 창립 십 주년 축하
한 생을 후회 없이 보람에 산다는 것
삼매경(三昧境) 창작활동 행시에 빠져보니
동시대(同時代) 겪는 애환 역사의 주인 되어
창공의 우주질서 인생의 생사고락
입담을 살려보고 정서도 성숙시켜
십년에 쌓인 경륜 올올이 무늬 되게
연금술 장인(匠人)정신 시어를 갈고닦아
축배를 들어봐요, 브라보 외쳐 봐요!
하늘빛 맑은 행시 감동의 글밭에서.. 12. 11. 5.
수녀
수수하고 해맑은 그 마음 어느 곳에
여인의 한과 염려 한 가닥 남았을까
수없이 밟아가는 인생길 고비마다
여백을 물 드리는 흔들린 영혼의 창
수도(修道)의 서원기도 구원을 찬양하며
여행길 삶의 여정 은총에 감사하길... *정모 행 KTX의 옆자리에 수녀가 앉았는데... 11. 6.
218. 祭 祀 蒸 嘗 (제사 제, 제사 사, 짤 증, 맛볼 상)
제 기능 잃어버린 난파선(難破船) 항해같이
사면에 먹구름이 온 하늘 뒤덮으며
증가한 종말의식 불안한 인류미래
상처로 얼룩진 삶 과욕의 결과일래.
제사(祭祀)는 뒷전이고 잿밥만 찾는 세상
사리(事理)를 분별 못해 진흙탕 뒹굴면서
증상의 추한 몸꼴 깊은 병 숨긴 채로
상다리 부러지게 망국의 광란일세. 12. 11. 7.
초로인생(草露人生)
초록빛 잎새 마다 실핏줄 피멍들어
노을 강 물결 따라 가을이 흘러가네 ---10---
인형의 꿈만 같던 내 청춘 한 여름 날
생채기 훑고 갈 길 왜 진즉 몰랐을까. (노을 강 흐른 가을)
초가집 울타리에 까치밥 남은 홍시
노모님 자식생각 그처럼 농익어도
인기척 뜸한 골목 대문을 열어두고
생업에 바쁜 자식 행여나 기다리셔. (고향집 홍시) 12. 11. 8.
42. 男 效 才 良 (사내 남, 본받을 효, 재주 재, 어질 량)
남녘땅 들판에도 마지막 가을걷이
효자 몫 벼농사도 알곡을 털어내고
재넘이* 등을 타고 단풍 잎 물드는 날 *산으로부터 내리 부는 바람.
양지쪽 언덕길에 들국화 홀로피네.
남쪽엔 산업화로 세계를 넘나들 때
효능도 다 떨어진 녹 슬은 이념의 칼
재정도 바닥이나 북녘의 신음소리
양식을 구걸하러 엎드린 철부지들. 12. 11. 9.
가을 속 입동(立冬)
가지에 올망졸망 매달린 과일 보면
을밋한 가을들판 마지막 연출 무대
속울음 토해내도 이별은 아름답게
입때껏 참아왔던 덜 마른 그리움에
동여맨 가슴마다 사과 향 닮은 애련(愛戀). 12. 11. 9.
어부지리(漁父之利)
어느덧 누부시던 그 푸른 잎들 지고
부풀은 낭만의 꿈 세월의 화살 맞아
지금은 어느 먼 길 황망히 허덕이며
리어커 끌고 가듯 추억만 줍고 가네.
어깨에 걸멘 봇짐 황혼길 주막 찾아
부평초(浮萍草) 떠밀려온 물길을 가늠하니
지란(芝蘭)의 향내 짙은 화원(花園)도 지났건만
리허설 없는 대본(臺本) 비련의 주연(主演)됐네. 12. 11. 9.
---11---
이판사판(理判事判)
이제 막 눈을 뜨며 내다본 인생무대
판도라 비밀상자 궁금증 참지 못해
사랑은 유죄라고 운명을 탓하시면
판 굿도 펼치기 전 제물(祭物)을 치우리까.
이권(利權)에 눈이 멀어 의정(議政)을 짓이겨서
판돈을 챙기려는 몰염치 의원(議員)행세
사공이 없는 빈 배 산으로 올라갈까
판공비 아깝구려 국고만 텅텅 비네.
이제는 철들 나이 됨직도 하련만은
판박이 공장인가 어찌 그리 닮았나
사족(蛇足)의 잠꼬대만 나날이 느는 정치
판때기 철판 치워 맨 정신 찾으시게. 12. 11. 9.
고궁 길
고향이 저승보다 아득히 멀어진 길
궁상(窮相)에 찌든 살림 등뼈가 휘이건만
길고 먼 이산(離散)의 아픔 세월마저 시드네. (이산의 세월)
고운 산 구비마다 갈바람 쉬는 산길
궁둥이 무늬 곱던 다람쥐 고운눈빛
길 떠날 가을 붙들어 쳇바퀴를 돌리련. (다람쥐 가을)
고색(古色)이 창연(蒼然)한 뜰 돌담길 돌아가면
궁녀들 치맛자락 달빛에 물든 바람
길 따라 오백년 사직(社稷) 어제 런 듯 새롭네. (고궁 돌담길) 12. 11. 9.
지피지기(知彼知己)
지쳐간 세월자락 한 가닥 잡아 펴고
피멍든 상념들을 곱게 펴 말렸다가
지그시 가슴 열어 오롯이 채워두면
기다린 보람만큼 찬란히 꽃 필거야.
지척에 임을 두고 먼 길로 에돌다가
피는 꽃 입 다물고 실없이 시든 날에
지샌 달 치맛자락 창문에 얼씬거려
기어이 목이 메어 가슴만 쓸어보네. 12. 11. 9. ---12---
빼빼로 데이
빼앗길 물건도 아닌디
빼들고 들어가긴 남사스럽게
로비 지나면 W.C 있으니께
데리고 다니기도 정말 창피해
이미지 관리도 스스로 해야지 아무데서나 까고 싸면 되능감!
빼어나게 고운 얼굴도 아니면서
빼기는, 울릉도 엿가락처럼
로션이라도 바르고 나오지
대꾸도 없이 뚱한 표정이니
이제까지 시집도 못가고 노처녀로 늙~징! 12. 11. 10.
새아침
새날이 고운 건 내 아직 사는 보람
아침은 황홀하게 환희를 캐는 기적
침엽수 우듬지에 금 빛살 부서지네.
새가슴 콩닥이다 심호흡 내리쉬면
아득한 하늘 끝에 숨차게 밀려오는
침울한 기억들을 지우는 묘법의 약. 12. 11. 10.
첫사랑 그녀
첫사랑 나도 몰래 그 집 앞 맴돌면서
사무친 속 깊은 정 밤마다 애태우며
랑랑한 목소리도 환상에 젖는 꿈들
그녀가 넌지시 건네주던 하모니카
여태도 꿈속에만 소녀티 고운 얼굴.
첫새벽 닭이 울면 시집갈 처녀 되어
사랑을 주고파서 창문 밖 떨고 서서
낭패를 각오해도 못 참을 순정으로
그날 밤 지나가면 영원한 아쉬움에
여자의 운명이라 울면서 가던 순아. 12. 11. 10. ---13---
오일 장터
오일장 시골장터 큰 북을 등에 지고
일 내는 대박잔치 각설이 흥타령에
장단에 들먹이는 축제의 한마당 굿
터지는 웃음소리 만 시름 거둬가네.
오가는 눈길마다 저절로 발길 멈춰
일변도 토해내는 아찔한 즉석만담
장 구경 하는 김에 얼큰한 소주 몇 잔
터 잡고 마주앉아 하루해 저물었네. 12. 11. 10.
공부
공을 들이는 만큼 쌓여지는 돌탑
부자보다는 훌륭한 인재로 키우세요.
공부는 남 주기 위한 최상의 지혜
부러지지 않을 의지로 나라 지키는 버팀목. 12. 11. 10.
까치발
까무러친 절망이 흑암에 묻히는 밤
치미는 울분 잠재워 준 당산의 손길
발끈한 좌절마저 말끔히 씻었네요. 12. 11. 10.
토요일
토하는 열기가 밤을 달구면
요지경 거리는 원색 불야성(不夜城)
일탈(逸脫)의 기회는 낭비된 열정 12. 11. 10.
소설(小雪이 小說이네)
소리 없이 찾아드는 서글픈 외로움을
설명도 할 수 없이 가슴만 무너져요
소설로 쓰오리까, 착잡한 심사들을
설원을 헤매 도는 영혼의 유랑(流浪)이여.
소슬한 갈바람은 애잔히 흔드는 손
설움은 푸른 강물 눈물도 물드네요. 12. 11. 10. ---14---
수능
수없이 반복되는 공직 부조리
능지처참 모자랄 듯 파렴치한 범죄. 12. 11. 10.
43. 知 過 必 改 (알 지, 지날 과, 반듯이 필, 고칠 개)
지금은 침묵의 시간 자아를 성찰할 때
과부하(過負荷) 걸린 신경 정신적 피로 쌓여
필요악(必要惡) 핑계 삼아 현실에 안주(安住)하면
개선의 여지없이 제자리 인생 될 듯 (자아성찰의 시간)
지금도 늦지 않아, 기다려 줄게
과거의 화려한 그늘에 가려
필생의 소망을 저버리지 말아줘
개똥밭에 굴러도 인생은 가치 있데... (다짐) 12. 11. 10.
219. 稽 顙 再 拜 (조아릴 계, 이마 상, 둘 재, 절 배)
계급장 어루만져 만면에 웃음 띠고
상병(上兵)이 되었다고 으시댓었지
재롱의 옛 노래를 목청껏 합창하며
배전의 열혈청춘 면회장이 웃음바다. (외손주 면회 간 날)
계명도 알 수 없는 엉터리 음치노래
상처가 안 되도록 적당히 추켜 주면
재수에 대박이듯 저 혼자 도취되어
배꼽이 빠지도록 고함만 질러대네. (음치 노래방)
계란형 닮은 얼굴 상냥한 말씨에다
상큼한 매무새에 선녀가 부러울 듯
재대로 쭉쭉빵빵 옹골찬 균형미에
배시시 웃고오면 오금이 저려와요. (절세미인) 12. 11. 10.
투견
투쟁을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세상
견주며 살다보면 자신은 언제나 불안할 것. 1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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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착한 민족
우러러 오천년 그 긴 역사의 명맥(命脈)
리얼하게 피 흘리며 지켜온 아픈 역사
는다는 것, 겨레의 지혜를 함께 모아
착하게 가꾸어 온 전통이 아니던가
한번 뿐인 생명, 하나뿐인 조국인 것을
민족사(民族史)에 영원히 남을
족적(足跡)을 남기는 일, 행시인의 사명일 듯... 12. 11. 11.
결혼식
결마다 고운 눈매 선녀의 화신(化身)인 듯
혼인은 천생연분 가문을 밝힐 등불
식전(式典)에 가득한 서광(瑞光) 가을빛도 고울시고. 12. 11. 11.
추수감사절
추수할 모든 것은 주께서 주신 축복
수고의 열매 속에 알알이 영근 은총
감사와 찬송으로 영광을 돌립니다.
사랑과 은혜로써 베푸신 알곡들은
절기 따라 기르신 기적의 선물일세. 12. 11. 11.
누가 내 곁에
누추합니다, 개똥밭에 살다보니
가시만 남았네요, 고운 잎과 열매 시들어서
내던지지 마세요, 깨어집니다.
곁에만 있게 해 주세요, 사랑하기 때문에
에 써 변명하지 않으렵니다. 모든 걸 아시니까요
누가 말했나요, 사랑은 아픔이라고
가시밭을 걸어 왔어요, 피를 흘리며
내 도 건너고 산도 넘었습니다, 그리움 때문에
곁가지 잘라내듯, 배반의 땅입니다
에꾸 들만 사는 나라는 두 눈이 병신이레요. 12. 11. 12. ---16---
여의주(如意珠)
여우비 오락가락 갈 길은 아득한데
의중(意中)을 파악 못해 오늘도 안절부절
주춤병 다시 도져 안달이 나옵니다. 12. 11. 13.
44. 得 能 幕 忘 (얻을 득, 능할 능, 말 막, 잊을 망)
득세(得勢)를 위해서는 의리도 양심마저
능멸(凌蔑)도 두렴 없이 줄서는 인사들아
막장에 뛰어드는 위험한 도박으로
망나니 춤을 추듯 추한 꼴 자중(自重)하게.
득보기*(아주 못난 사람) 단장(丹粧) 한들 그 누가 곱게 보나
능구렁이 담 넘듯 은근히 눈치 보며
막바지 선거판에 살짜기 끼어들어
망보듯 뒷짐 지고 개평 돈 뜯으려나. (줄서기 선거풍토) 12. 11. 13.
반포지효(反哺之孝)
반듯한 자식 길러 기둥이 돼랬더니
포기가 차기 전에 벌래먹은 배추 속
지친(至親)도 구별 못한 폐륜의 존속(尊屬)학대
효 사상 간데없고 무너진 가정윤리.
반만년 윤리전통 동방의 빛이더니
포악한 저질문화 청소년 감염되어
지도층 무관심에 날로 더 늘어가니
효과적 개선책이 화급한 과제일세. 12. 11. 13.
무풍지대(無風地帶)
무서리 삶긴 초목 시들어 녹아나도
풍운(風雲)의 징조인가 폭풍우 전야(前夜)같이
지축(地軸)을 뒤흔들듯 예감이 좋습니다.
대망의 태평성대 영웅의 출현일까. (영웅을 기다리며)
무당들 굿판 열어 강신굿 춤추는데
풍파에 놀란 인생 행여나 복 누릴까
지극한 정성으로 제물은 차렸지만
대물림 쫄린 삶을 귀신이 풀어줄지. (강신 굿판) 12. 11. 13. ---17---
백년하청(百年河淸)
백약이 무효 일세 의원(議員)들 하는 모양
연분홍 꿈의 공약(公約) 딴전에 눈이 팔려
하룻밤 자더라도 만리성(萬里城) 쌓는 단데
청개구리 닮았나 거꾸로 받는 민심. (의원들이여! ... )
백안시(白眼視) 참아가며 외롭게 걷는 길에
연초록 꿈길이랑 야생화 매만지며
하얀 밤 지새우며 시어를 갈고닦아
청아한 목소리로 읊어 본 행시(行詩)한 수. (시인의 길) 12. 11. 13.
실사구시(實事求是)
실오리 걸침 없이 알몸의 영혼들이
사랑의 홍등가(紅燈街)에 경매로 내 걸리고
구차한 목숨 값에 난장의 매물(賣物) 되어
시대의 제물(祭物) 되는 문명의 종말(終末)이여!
실직(失職)해 퇴직금은 창업(創業)에 말아먹고
사나이 자존심에 속으로 골병든 넋
구르는 한 잎 낙엽 비명에 움츠리고
시대의 희생자여! 노숙자 그대이름. 12. 11. 13.
구상유취(口尙乳臭)
구전(口傳)의 설화(說話) 속에 민족의 혼이 살아
상큼한 전통예술 명맥(命脈)을 이어오네.
유 무형 문화유산 뿌리를 갈고닦아
취향에 어울리게 세계화 서둘러요. (전통문화 수출)
구시대(舊時代) 유물 같은 완고한 사상들이
상류층 조직사회 깊숙이 박혀있어
유용한 세대소통(疏通) 장애로 작용하니
취약한 융화 구조 걸림돌 치웁시다. (봉건사상 청산) 12. 11. 13.
겨울 신부
겨울도 때로는 순한 양같이
울창한 나무숲에 쉬어서 간다.
신부의 면사포에 눈꽃이 날아오면 ---18---
부엉이 눈빛 닮은 행복이 눈을 뜬다.
겨자씨 속 눈 틔워 가지에 새들 놀고
울밑의 봉숭아 꽃 그늘진 얼굴 펴고
신명난 아가씨들 꽃잎에 입 맞출 때
부푼 꿈 손톱마다 꽃물로 물들어라. 12. 11. 13.
피난처(避難處)인 산성
피곤에 지친 영혼 품안에 안으시고
난파선(難破船) 무너진 삶 오롯이 일으켜서
처참히 찢긴 상처 새살을 채우시어
인내로 면류관을 상(賞) 받는 그 날까지
산과 들, 섬과 바다, 그리고 해와 별들
성삼위 주의사랑 찬양해 할렐루야! 12. 11. 13.
가야금
가야금 현을 타고 가을빛 노래하면
야음이 나래 펴고 운율에 춤을 출 듯
금빛에 타던 노을도 멈춰 서서 웃는다.
가뭇한 단풍잎의 목이 쉰 가을노래
야망에 눈이 멀은 찬바람 맞아 떨며
금잔디 누워 잠드는 대궐 빈터 지키네. 12. 11. 13.
콩나물
콩나물 물만 먹고 신나게 자랐는데
나물이 되라면서 머리와 뿌리 잘려
물속에 던져지니 개 주검 되는 신세.
콩콩콩 쥐 박히며 열공을 하였건만
나중에 취업문턱 턱없이 높고 높아
물거품 되는 학문 콩나물 신세인가 12. 11. 14.
득도하는 현자처럼
득실(得失)을 저울질 해 진로를 정하는 세상사
도대체 의리와 지조는 멸종 되었는가 ---19---
하나같이 줄서기 바쁜 세상, 대학도, 정치도, 직장도
는 것은 아귀다툼 같은 경쟁뿐
현대의 우상이란 오로지 탐욕 뿐
자유는 저만치 노예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처녀지(處女地) 밭 갈던 꿈은 차마 잊었는가
럼주처럼 취해오는 시대의 아픔이여! 12. 11. 14.
220. 悚 懼 恐 惶 (두려울 송, 두려울 구, 두려울 공, 두려울 황)
송학(松鶴)의 품위처럼 드높고 고매하신
구김살 없던사랑 예런듯 새롭건만
공연히 아쉬움만 천추(千秋)의 한이돼도
황송한 불효심사 갚을길 없는은덕.
송엽주(松葉酒) 잔을채워 향불을 붙여놓고
구색(具色)의 제물차려 제사를 모셔본들
공작새 나래같은 화려한 소망일뿐
황망히 가신길에 명복만 비옵니다. 12. 11. 14.
날품팔이
날아간 세월의 그림자 속에
품안에 정든님 사연을 보니
팔벌려 안으신 정겨운 사연
이제는 하늘의 뜬구름 같네. 12. 11. 14.
도불습유(道不拾遺)
도로(道路)는 종합예술 발전을 보는 잣대
불모지(不毛地) 개척하여 문화를 꽃피우는
습득(拾得)한 저질문화 시회에 심어지면
유구(悠久)한 민족정기 큰 상처 입게 돼요.
도시의 기능이란 문명의 시작인데
불감증 감염되어 오염(汚染)을 방치하면
습도를 조절 못한 온실의 작물처럼
유용한 인류자원 그 가치 변질되네. 12.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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