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 몽고반점 외/ 한강 외 /문학사상사
몽고반점 / 한강
소설을 읽었지만 독후감을 남기는 것은 참 곤란한 이야기다. 내용이 예술과 관련된 것이다. 작가는 표현하기 힘든 내용을 예술이라는 것에 투영하여 그려냈을 것이다.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을까.
몽고반점은 사춘기를 보내면서 대부분 사라지는 흔적이다.
주인공은 "무엇이 부족하게 느껴지는지 딱히 짚어내지 못한" 아내와 결혼 했다. 그 부족한 점을 알게된 것은 처제를 소개 받은 가족 모임에서였다. 처제는 온전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 처제에게는 선명한 몽고반점이 있다.
주인공은 비디오 아티스트다. 주인공의 욕망은 처제의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몽고반점으로부터 피어나고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고야만다. 그 욕망이 예술의 욕망이었는지 개인의 욕망이었는지 중요치 않다.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다. 작업을 함께 했던 동료의 말은 그렇다.
"됐어요. 정말 됐어요. 더 추해지기 전에 그만해요. <중략>. 정말 비참하군요." - 57쪽
"호기심때문에 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감당하기 힘들군요." - 58쪽
주인공은 그 욕망의 시작이 몽고반점으로 부터였던 것처럼 이야기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핑계'가 아닐까? 아내에게서 부족한 부분을 가까운 처제에게서 발견하고 그 부족한 부분을 예술이라는 것으로 포장하여 채우려 했던 것은 아닐까?
현대인에게 평범한 것은 참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자연과 벗하며 시나브로 삶을 채워가는 것은 이미 매력을 잃었다. 목적하는 바를 나의 노력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땀과 힘을 합하여 하여 천천히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워가는 맛을 잃어버리고 어디에선가 부족한 부분을 찾아 채우려 한다. 순간을 참아내기보다는 고쳐야하고 대상을 바꿔버리거나 리셋시켜버린다.
몽고반점은 우리에게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헤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의 <오래된 미래>에서 말하는 우리의 미래는 과거에 이미 나와 있었다. 우리의 욕망은 우리의 기반을 흔들어 버리고 결국 잃어버리고 있는 것을 갈망하는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사랑도 그렇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 맞는 다른 짝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그 인식이 바뀌어간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 못 박혀 서서,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인 듯, 활활 타오르는 꽃같은 그녀의 육체. 밤사이 그가 찍은 어떤 장면보다 강렬한 이미지로 반짝이는 육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 72쪽 소설의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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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부처 / 한강
'이상 문학상과는 관계없는 작품'
온몸에 화상흔적이 있는 남편과 그 아내의 이야기
남편의 인생공부 과정을 다룬 이야기인가 아내의 수도 과정을 표현한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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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불빛 / 이해경
내 여자친구의 귀여윤 연애 / 윤영수
표정 관리 주식회사 / 이만교
나비를 위한 알리바이 / 김경욱
세 번째 유방 / 천운영
갑을고시원 체류기 / 박민규
.끝.
첫댓글 >"호기심때문에 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감당하기 힘들군요." - 58쪽
우리의 삶에 이런 부분이 아주 많지 않나요?
그냥 삶이 약간 따분해서 (사실 아주 안정적이고 좋은 것인데) 다른 어떤 것을 시작하고는 거기에 후둘리게 되는.
소설 백경에 주인공이 삶이 따분해서 고래잡이 배를 타기로 하는데
일단 배를 타고부터는 완전히 후둘리게 되는 것처럼
많은 부분이 그렇지요. 인류의 발전도 그렇게 이루어졌을거구요.
그런데 그 결과가 자명할 것인데도 선택했다면 그것은 올바른 선택은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은 처제를 생각하며 자위까지 했음에도
그녀의 나신을 이용해 비디오를 찍었죠.
처음은 무사히(?) 아무일 없이 작업을 마쳤으나,
결국은 그 욕망이 자라고 자라서 본인 스스로와 가족을 파괴하는 자리로 가고 말았답니다.
욕망, 그것은 권력/부/명예 뿐만 아니라 예술/사랑/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선을 지킨다는 것, 그것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평상심 철학가들은 어떻게 해야 한다를 계속 이야기 하고
예술가들은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 즉 그 경계를 자꾸 넘나든다고 누가 그러더군요.
저 주인공의 맘속에 처제가 들어가 앉았는데 아니라고 그러면 안된다고 그러는 것이군요.
욕망이 인류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말씀 공감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