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여섯 식구 혼자 부양 이영 씨
아들 하나 빼고 온 가족 질환 시달려
어린 딸을 둔 주부 이영(가명·33)씨는 오늘도 고달픈 몸이지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는 식구만 6명이나 있다 보니 자꾸만 마른 몸은 더욱 무거워지는 것만 같습니다.
세상의 좋은 물건이 모두 모이는 곳이 백화점이지만 이씨의 집은 또 다른 백화점입니다. 집안 식구들이 거의 모두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2세 딸 눈동자 돌출 증후군
시부모는 각각 치매·심장병
모진 운명에도 꿈 놓지 않아
요즘은 두 살짜리 막내딸을 업고 병원을 다니느라 일을 못하기 일쑤입니다. 막내딸은 두 눈동자가 금붕어처럼 튀어나오는 '크루존증후군'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는데,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습니다. 축 늘어진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면 저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시아버지는 치매로 좁은 방을 쓰레기장처럼 어질러 놓고 고래고래 고함을 칩니다. 그 옆에는 심장병과 호흡곤란증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가 눈만 멀끔히 뜨고 누운 채 시아버지의 그런 행동을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남편 역시 13년 동안 갑상선중독증과 간질환 및 시력저하증 때문에 몸이 말미잘처럼 흐느적거리고, 눈길에도 힘이 없습니다. 여기다 초등생 큰딸은 B형 간염으로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 깡마른 몸입니다. 성한 가족이라곤 중학생 아들 하나가 전부입니다.
정말 먹고 사는데 지장만 없다면 이씨는 혼자라도 남은 식구들의 간호만은 제대로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희망과는 점점 멀어지기만 합니다.
지난해는 온 가족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보호를 받아 조금 나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출가한 시누이가 소득이 생겨 시부모님은 보호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시부모님은 여전히 이씨의 몫입니다. 네 식구의 생계비로 일곱 식구가 먹고 살아야 하는 형편입니다.
이씨가 아픈 가족을 간호하면서도 짬을 내 한 푼이라도 벌지 않으면 당장 먹거리마저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식구들의 간호가 없는 틈을 타 이곳저곳으로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들러붙은 모진 운명이지만 조금만 참고 견디면 아픈 남편과 아이들의 병이 나아 남들처럼 행복하게 될 것이라는 꿈을 한시라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강영미·부산 영도구 남항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 051-419-5507.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사랑의 열매 051-441-9423-4.
△지난 10일자 서영식씨 이야기 72명의 후원자 384만원.
↓ 이렇게 됐습니다
지난 9월 19일자 서지연씨
서지연씨의 사연에는 모두 289만원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또 부산진구 전포3동에서 자체적인 모금운동이 벌어져 주민자치위원회 등 8개 유관·자생단체와 전포3동 직원·주민들이 200여만원을 지원해주었습니다.
지연씨는 시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밀려 있던 인공호흡기 대여 비용 400여만원을 갚고, 나머지는 지난달 말 입원한 어머니의 병원비로 충당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입원 이후 증세가 호전돼 현재는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병상에 누워 있고, 언제 다시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할지는 모르지만 지연씨는 어머니의 병세가 호전된 것이 너무 기쁩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이웃들의 따뜻한 손길은 크나큰 도움과 위안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연씨는 평생 잊지 못할 이웃들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