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고교 교장들 열정에 학생 실력 ‘쑥쑥’
공교육 살리기는 교장선생님 나름
2009년 07월 16일(목) 00:00
광주제일고 김병채 교장은 매일 오전 7시면 출근해 밤 11시 무렵 퇴근한다.
김 교장의 하루 일과는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후 6시가 되면 학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교사의 야간자율 학습 등을 돕는다. 야간에는 교사와 학생의 애로 사항을 듣고 해결해 주는 게 주요 업무다. 3학년이 학교에 나와 공부하는 토·일요일도 예외는 없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다 보니 집에선 김 교장을 ‘하숙생’이라고 부른다.
광주상일여고 박도훈 교장의 하루 일과도 비슷하다. 지난 2006년 부임한 박 교장은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교내 곳곳에는 산호석으로 장식된 벽면에 유명 화가의 작품들이 걸려있고, 물이 흐르는 실내정원, 안락한 소파, 전통미를 살린 장독대와 색동 조형물 분수 등이 배치돼 있다. 특급호텔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박 교장의 노력 덕분에 상일여고 학생들의 성적도 지난해 3월 대비 9월의 1등급 신장률이 외국어 106%, 언어 58.3%, 수리 36.9%, 사회탐구 207% 등 전 영역에 걸쳐 수직 상승했다.
과거엔 학교 권위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혔던 학교장들이 ‘실력 광주’ 수호를 위해 탈권위주의를 실천하면서 교육 현장의 학습 분위기도 크게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광주지역 교육계에선 일선 고교 교장들의 이 같은 열정적 교육열 덕분에 광주가 지난 5년간 수능 전국 1위의 명성을 이룩해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고등학교 학교장의 근무시간은 일반적으로 오전 8시 30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다. 하지만 광주에서 이를 그대로 지키는 학교장은 없다. 그렇다고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는 것도 아니다. 교감까지는 하루 4시간까지 시간외 수당이 지급되지만, 기관장인 학교장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교장들의 이같은 노력은 제자들을 잘 가르치겠다는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고교 교장들은 가장 먼저 출근해 학교 주변을 청소하는가 하면 등교하는 학생들을 교문에서 직접 맞이한다.
이 같은 학교장들의 탈권위주의는 교사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한다”면서 “처음엔 감시하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로 상담할 수 있고, 교사들의 고충도 잘 이해해주는 것 같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열성적이다보니, 교사도 아이들을 학습시키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할 수 밖에 없다”며 “광주의 수능 1등 비결은 이 같이 모두의 힘이 모아진 덕분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김병채 교장은 “광주지역 교장들의 교육열은 전국에서도 이미 인정받은 것”이라면서 “교장이 솔선수범하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이를 신뢰해 준다면 일등 광주교육의 명성은 계속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안순일 광주시교육감은 “전국 시·도교육감 모임에서도 광주지역 교장들의 교육열이 화제가 되곤 한다. 이들의 사기 독려를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