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카들고 영월여행

[해바라기씨]

지난 5월에 계획한 들꽃여행을 다녀왔다. 9월30일 오전 8시 청주행 비행기를 타고 강원도 영월에서 1박2일 일정을 보낸 뒤 10월1일 저녁 7시25분 비행기로 돌아오는 들꽃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돌아오는 길에 태풍 미탁으로 기상이 안좋은지 몇번이나 지연이 되어 결국 8시20분에야 비행기가 떴다.야간비행이라 기내 조명은 어두웠고 간간히 가벼운 기류변화에 어린 아이들의 짧은 비명이 들릴때면 살짝 긴장도 되었지만 무사히 착륙하고서야 '역시 집이 최고다' 하며 안도하였다.
태풍이 지나는 2일 저질체력으로 쌓인 피로는 비소리 바람소리 자장가삼아 하루종일 시체놀이로 보냈다.
개천절인 오늘에서야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사흘 묵은 빨래를 건조시키러 셀프빨래방에 와서 달달한 커피한잔을 앞에 두고 느긋하게 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훓어보며 그날의 기억을 더듬었다.

첫날 이른시간 공항 로비에 모여 준비해간 간식을 나누면서 부터 이미 기분은 살짝 들뜨기 시작했다.무사히 청주공항에 내려 렌트카에 올라타면서는 마치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라도 가는 것 처럼 신이 났다.창밖으로 보이는 가을 들녘은 제주에선 볼 수 없는 누런 나락들이 잘 여물어 가고 있었고 저멀리 보이는 산그림자는 묵직한 수묵화처럼 아름다웠다.그저 넋놓고 바라보고 얘기하느라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한게 아쉽기만 했다.

교수님이 운전해주신 차는 하이패스?로 어느새 영월에 도착하였다.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시는 현지 가이드님과 펜션사장님의 소개로 곤드레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단아하게 조성된 단종역사관과 장릉을 관람했다.조선의 제6 대 임금이셨던 단종의 짧고도 슬픈 생애가 지금의 영월에겐 큰 스토리텔링 으로 지역경제에 이바지 하고 있는것 같았다.

단종의 묘인 장릉에 얽힌 얘기를 듣고 헤아리는 심정은 무거운데 하늘은 너무나 청명했다. 돌이 서있다고 선돌인 곳에서는 드문드문 꽃이 보였다.

물무리골에서는 제대로 꽃을 보았다.무겁던 마음이 가라앉고 또다시 꽃세상에 빠져버렸다.처음 본 물매화의 황홀한 모습에 모기와 벌에 쏘여가며 열심히 담았다.

물매화

돌마타리

산기름나물

산부추

투구꽃

다음 장소인 청령포 해설사님과의 약속 시간이 촉박해 꽃이 발길을 잡아도 일행에게 민폐가 될까봐 종아리가 터지도록 걷다가 뛰다가 휴우 ~차에서 한숨 돌리고 도착한 청령포.

배에서 내려 자갈길을 벗어나자 청령포의 역사적 의의를 유려한 말솜씨로 설명해주시는 이갑순해설사님께 홀딱 반해 주변의 소나무마저 신령스럽게 보였다.

어느새 어스름 해가 져가는데 마지막까지 꽃을 찾아 고고~^^

붉은 메밀밭이 조성된 곳에서 열심히 추억을 만들어갔다.누구는 메밀밭을 배경삼아, 누구는 꽃을 폰가득, 누구는 깊은 사색에 젖기도 하고 또 ,누구는 그런 우리를 열심히 담고 ...저마다 아름다운 시간을 채워갔다.

빡빡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내일을 위해 맛난 저녁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그러던중 카페에서 인사만 나누던 *들바람꽃*님이 먼곳에서 과일까지 숙소에 들여놓고 잠시 인사하러 들리셨는데 감동이였다.온라인의 인연이란게 이렇게도 훈훈할 수 있다니 역시 꽃을 좋아하는 마음이라 그런걸까? 그분도 꽃처럼 아름다웠다.

영월의밤은 깊었다.마당가득 쏟아지는 별을 어플로 보며 감탄하다 누가 먼저 였는지 서로 손을 잡고 때아닌 강강술래를 돌았다.소년소녀로 돌아간듯 깔깔거리다 추워진 밤공기에 쫒겨 방으로 서둘러 들어갔다.음주가무 없는 밤이라도 즐거웠다.낮에 찍은 사진들을 서로 비교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기필코 폰을 바꾸리라는 누구의 결심도 정겹기만 했다.

자는 시간도 아까웠는지 다들 일찌감치 기상했다.밤엔 몰랐는데 우리가 묵은 펜션도 좋았다. 연세를 가름할수 없을 만큼 젊어뵈시는 명당펜션 사장님께 소개받은 식당에서 이른 아침 식사까지 맛있게 먹고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갔다.

매스컴에서나 보던 풍경이 눈 앞에 보이다니~
모두들 꽃같은 미소를 지으며 기념촬영을 했다.그와중에 날다람쥐 강선생님은 여기저기 꽃을 찾아 우리에게 안내했다.

삽주ㅡ약초로 알려져 무분별한 채취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단다.

자주쓴풀

한반도지형이 있는 평창강줄기를 따라 동해에서 출발해 서해까지 노젓기체험도 하고 물수제비도 뜨고 발마사지도 받고 중간중간 절벽에서 동물찾기도 하며 잠시 체험하는 여행을 즐겼다.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건 뗏목위에서 신명나는 춤사위를 보여준 유쾌한 지선언니의 멋진 모습에 모두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여행의 막바지로 주천강 섶다리를 보러갔다.나무로 만들었다는 섶다리는 지난 태풍에 쓸려갔는지 보이질 않고 튼튼한 콘크리트다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재현해 놓은 섶다리를 보며 그 옛날의 삶을 짐작케 했다.그러다 물가 옆에 핀 꽃들을 보자 섶다리를 보지못해도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그렇게 또 우리는 꽃속에 붙박이가 되었던 것이다.

별꽃

개여뀌

선괴불주머니

쥐손이풀

가는 길에 벌들이 붕붕거리는 너른 밭에 첫날 점심으로 먹었던 곤드레가 보였다.정식명칭은 고려엉겅퀴.

그리고 비행기시간에 맞춰 가는 길에 점심먹을 식당을 찾았다.처음 먹는 민물회라 망설였는데 용천수에서 산다는 송어의 참맛에 구이보다 회를 먹어보길 잘했다 싶었다.가성비 최고인 송어횟집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가서 먹고싶다.

배부르게 먹고 마지막으로 찾은 곳.
소화도 시킬겸 좀 걷나 싶은데 병아리꽃이 있다는곳으로 이동하다가 꽃보다 꽃을 닮은 일행들의 모습을 찍던 재용언니가 기어이 한마디 하셨다."또 땅에 박힐거~?"

큰땅빈대

수수밭

솔체

병아리풀

아니~이번엔 벽에 붙을 철~~
하하하~^^

개차즈기

흰병아리풀

새끼 손가락보다도 더 작은 병아리풀을 발견하자 마자 허리아픈 언니도 다리긴 언니도 선생님도 교수님도 모두 벽에 붙었다.작은 풀꽃의 위력이 이정도니 어찌 빠지질 않겠는가?

시간은 아쉽게도 잘도 흘렀다.마시기로 한 모닝커피는 애프터눈커피가 되었고 서울로 가시는 재용언니를 영월터미널 근처 커피숖에서 배웅하고 우리는 청주로 향했다.고속도로 통행을 하이패스로 달려온 어제것 까지 결재가 된건지 일단 통행료를 지불하고 공항주차장에서 렌트카를 반납하고 로비로 들어갔다.시간 맞춰 도착해 저녁을 공항에서 해결하는데 계속 탑승 지연 문자가 떴었다.태풍이 지나는 제주의 날씨가 걱정이긴 했으나 다행히 무사히 도착해 일정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건대 싫은 소리 한번 없이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무사히 마칠수 있었던건 늘 인자한 웃음을 보여주신 교수님를 필두로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는 오정숙선생님,동에 번쩍 서에 번쩍 꽃을 찾는 길잡이로 또 사진찍는 방법을 친절히 알려주셨던 강현재선생님,그리고 서로를 배려해주는 마음 넉넉한 언니들 덕분이다. 그런 언니들에게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열심히 배우고 체력도 길러 어디서든 폐가 되지않게 노력해야겠다.

[해바라기씨]

글이 길어 죄송합니다. 사진만 보셔요~^^

[지기 김천석]

글 맛이 철철 넘칩니다~
그런줄 이미 알았지만 오늘 읽어보니 역시, 확실한 글솜씨가 돋보이네요.
사진 실력은 쬐꼼 모자라지만 ㅋㅋㅋㅋ

총무를 맡아 참 열심히 성심껏 뛰어 모두들 편안한 여정이 되었습니다.
멋진 후기, 참 재밋게 읽었어요....종아리가 터지도록 ㅎㅎㅎㅎ 빵~^^

[신경숙]

대전에서서울가는열차안.바깥풍경보기좋아하는내가폰카삼매경에빠져입가에흐뭇한미소지으며잠시추억에. 감사해요!
역시우리총무님도최고!
교수님,우리이런기회를계절에한번씩?
과한욕심인가요?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박순민]

해바라기님의 생생하고 섬세한 글과 점점 작가 반열에 가까워지고있는 사진들을 보며 다시금 행복해집니다~~~

[산마루]

긴 글 쓰느라 애썼네요.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정리는 하고싶은데 자꾸 미뤄지고 있었거든요.
우리 해바라기님과 동학? 이 된 거 행운이에요.

[강영란]

못 간 사람도 간 것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후기..
감사합니다~~

[봄봄]

행복한 여행 하셨네요~^^ 꽃 보고 행복하신 분들의 미소에 덩달아 기분 좋아요. 쌤들의 열정 아름답습니다아~~^^*

[수피조아]

우와~~!!!
해바라기님 글과 사진과 그 속에 녹아있는 마음까지 다~~~ 최고예요.

글을 읽어 보니 영월 여행에서 안 좋았던 게 하나도 없었던 이유가 총무님의 재치와 따뜻함이 아주 컸음을 실감했어요.

들꽃모임에 철없이 따라나선 객식구의 무례함까지 받아주신 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들바람꽃]

와.....
제가 그곳에 있는것 같은 느낌입니다.
늘 보던 풍경들도 있지만 제눈에 안보이던 꽃님들도 보이네요.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것 같습니다.
물매화 시즌인데 가운데 빨간 립스틱을 봐야하는데 올해는 아직 못봤습니다.

잠깐이었지만 만나뵈서 즐거웠습니다.
사진을 보니 더욱 반갑네요.

[해바라기씨]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예쁜 님의 얼굴만 봐도 반가웠는데 맛있는 사과랑 포도까지 넘 잘 먹었습니다~♡!♡
곤충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 제가 찍은 녀석입니다~

[들바람꽃]

제가 나방은 잘 몰라요.
하지만 겁나 이쁘네요. ㅎㅎ

[소공녀]

글도 잘 쓰시고, 진지도 맛있게 드시고, 어찌 그리 꽃보다 아륻운지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