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겨울
그 겨울이 끝나가던 날
집사람과 단둘이 오봇이 여행을 떠납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잘 따라 다녔던 고등학교 1학년인 딸래미가 오늘은 피곤하다며 동행을 거부합니다.
처음으로 집에 있겠다고......
이제는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집사람과 단둘이의 여행
오늘은 어디를 갈까?
답답한 심정으로 떠납니다.
사실 지난 크리스마스가 지난 월요일(12월 27일)
출근을 하였는데 매우 충격적인 엄청난 문자 하나를 받았답니다.
내용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더욱이 이날은 30년지기 친구 어머님의 고희연이 있는 날인데 불편한 마음으로 참가하기가 뭐해서 이렇게 여행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친구놈들은 "무슨 일이냐?" "그래도 참석해야 되지 않니?" 합니다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충청도의 서쪽 바다를 찾아갑니다.
충남 태안
몇번을 다녀왔던 곳이지만 오늘은 특별하게 제가 좋아하는 문화재와 해수욕장 등을 찾아보려 합니다.
태안의 흥주사
사실 처음으로 들어보는 절이름입니다.
문화재를 검색하다보니 태안의 백화산 자락에 흥주사라는 절에 있는 삼층석탑, 만세루, 900년이 된 은행나무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더욱더 가보고 싶군요.
그래서 태안의 문화재를 먼저 보고 바닷가로 가려 합니다.
태안 읍내로 들어가기 직전 우측에 있는 백화산 방향으로 길을 잡아 흥주사를 찾아갑니다.
마을 한적한 길을 지나 산 속으로 들어가니 소나무가 길 좌우에 많이 있어 경치가 좋아보입니다.
출발할 때 하늘은 맑지 않았으나 다행히 이곳에 도착하니 갠 하늘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은행나무입니다.
전체 사진을 찍고 은행나무를 살펴보니 나뭇가지에 남근처럼 생긴 것이 보이고, 그 아래에는 제단 같은 것도 있습니다.
흥주사에 있는 은행나무가 이 지역에서는 유명한 나무라고 합니다. 왜 유명한지 안내판을 읽어보니 이유를 알겠습니다.
은행나무에 대한 전설을 보면
아득히 먼 옛날 먼 길을 가던 노승이 백화산 산기슭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꿈인 듯 하얀 산신령님이 나타나 노승이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가리키며, 이곳은 장차 부처님이 상주할 자리이니 지팡이로 이곳에 표시를 하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다. 기이한 일이라고 생각한 노승은 꿈에 산신령님이 가리킨 곳에 지팡이를 꽂아두고 불철주야 기도를 하니 신비스럽게도 지팡이에서 은행나무 잎이 피기 시작하였다. 노승은 예사로운 일이 아닌 것을 짐작하고 더욱더 기도에 전념하니 또다시 산신령님이 나타나 말씀하시길 "이 나무에 자식 없는 자 기도를 하면 자식을 얻게 되고 태어난 자식들이 부귀영화를 얻어 부처님을 모실 것이니라" 하며 사라지셨다. 그 후 몇 십 년 후 산신령님 말씀대로 그 자손들에 의해 불사가 이루어졌고 이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탐스런 은행과 항상 푸르름처럼 부처님의 손길이 자손 만 대에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노승은 절의 이름을 흥주사라 이름하였다 합니다.
흥주사는
태안군 태안읍 상옥리 산 1154번지 백화산(白華山)에 위치하며,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 수덕사(修德寺)의 말사(末寺)입니다.
창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어 창건연대를 알 수 없습니다만, 다만 1993년 만세루를 해체하였을 때 1527년(중종 22)년에 건립한 뒤 1691년(숙종 17), 1751년(영조 27), 1798년(정종 22)에 중수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이후에도 1944년에 해체 복원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답니다. 만세루는 1990년에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133호로 지정되었고, 대웅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유형문화재 제28호)와 도기념물 제156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이외에 1722년(영조 48)에는 원통전을 중수하였다는 내용을 적은 기록이 있어 원래 흥주사의 주불전은 원통전이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원래 대웅전에 있던 후불탱화는 1861년(철종 12)에 조성한 아미타후불탱화였는데 지금은 수덕사 성보박물관으로 옮겨 보관하고 있답니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계단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시도유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된 만세루입니다.
흥주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임진왜란 당시에 승병들의 무기 저장고로 사용되었다고 하는 역사가 깊은 건물입니다.
저기 가운데 우뚝 선 나무가 흥주사를 대표하는 은행나무입니다.
겨울의 은행나무라 노란 은행잎이 아닌 썰렁한 가지만이 여름날의 울창한 모습을 추측케 합니다.
흥주사 은행나무는
나이가 9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20m, 둘레 8.5m이나 되는 큰 은행나무입니다. 이 은행나무는 약 4m 높이까지는 외줄기로 되어 있고 그 위부터 몇 개의 줄기가 곧게 하늘을 향해 갈라져 있습니다.
불임부부들이 소원을 비는 은행나무
부디 소원 이루시길 바랍니다.
고개를 들어 은행나무를 보니 남근처럼 생긴 것이 아래로 달려 있습니다.
은행나무 옆에 있는 느티나무
나무 밑둥을 보더라도 오래된 나무인 것 같습니다.
만세루
대웅전과 삼층석탑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측하는 흥주사 삼층석탑(시도유형문화재 제28호)
백화산의 송림 속에 여유로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정겨워 보입니다.
사찰을 찾았을 때 이런 모습들이 가슴에 오래오래 남아 보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한가롭게 강아지 두 마리가 들마루에 앉아 있네요.
절 뒤 약간 높은 곳에 산신각이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저렇게 잘라놓았는지 보기가 안좋군요.
태안의 백화산 자락의 흥주사
백화산의 울창한 송림속에 부처님과
은행나무의 전설을 간직한 흥주사
처음으로 찾은 절이지만 답답한 마음을 달래줄 여유가 있는 한적한 곳으로 마음속에 오래 남을 멋진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