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활기를 띠었던 '의료관광 산업'이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로 잔뜩 움추러들었다. '의료관광 붐'이라고 부를 정도였지만, 국내 의료기관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0명'에 가까울 정도로 급감했다.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했으니, 아무리 급해도 한국에 올래야 올 수가 없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의료법(제27조의2) 개정을 통해 외국인환자 유치(의료관광)가 허용된 이후, 방한 외국인 환자는 2009년 6만201명에서 2018년 37만8967명으로 늘었다. 의료관광은 연평균 22.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반 관광객의 연평균 증가율(8.5%)의 2.7배에 달한다.
의료기관들의 외국인 환자 진료수입도 덩달아 크게 늘어났다. 2009~2017년 누적 진료 수입은 약 3조원을 기록할 정도. 지난 2018년 말 기준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 등록 국내 의료기관도 1,958개소로 급증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의료관광 분위기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일반 여행업계가 그렇듯이, 의료기관의 해외환자 유치 담당 부서는 사실상 ‘셧다운(업무정지)’ 상태에 빠졌고, 해당 부서의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의료관광 산업이 크게 성장하며 사업을 확대해 온 의료기관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보는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심정을 착잡하다. '위기 속의 기회'를 되뇌이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굳 뉴스'도 없지 않다. 3달 가까이 국경을 폐쇄했던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권 국가들이 최근 '치료 목적의 해외출입국'을 허용했다. 출국에 따른 증빙서류가 복잡한 만큼, 국내 의료기관들이 발급해야 할 서류도 이전보다는 훨씬 많아졌다. 하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러시아권 환자들이 국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할 수 있다면, 그만큼 신뢰를 얻을 것이고 '의료관광' 붐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부산 서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비대면 방식의 모바일 의료관광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반가운 뉴스다. 우선 러시아권을 타깃으로 삼아 '의료관광' 시장을 다시 공략하기로 했다.
부산 서구는 17일 관내 4개 대형병원(부산대병원·동아대병원·고신대복음병원·삼육부산병원)을 중심으로 부산은행, 금융결제 중개업체 ㈜케이에스넷, 모바일 플랫폼 제작업체 ㈜모두모아 등이 모여 '모바일 의료관광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플랫폼은 부산 서구청이 구축하는 대표 플랫폼 내에 4개 대형병원를 비롯, 관광지, 숙박업소, 맛집, 카페 등 관광및 편의시설 관련 업체들이 개별 앱을 만들어 관리하는 '앱in앱'(앱 속의 앱) 방식으로 운영된다.
첫 타깃 국가는 인구 1억 4000만 명의 러시아다. 부산 서구를 찾는 해외 의료관광객 가운데 러시아인이 가장 많기(2018년 기준 49.7%) 때문이다.
러시아권 환자들은 휴대폰으로 대형병원의 앱에 접속해 국제진료센터 직원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의료 상담에서부터 견적, 예약, 결제, 환불까지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 또 개별 앱이 등록된 관내 관광지와 숙박업소, 음식점, 카페, 편의점 등도 이용할 수 있으며, GPS와 연동해 방문지의 위치와 정보를 확인한 뒤, 혼자서도 찾아갈 수 있다.
서울의 의료기관들도 신종 코로나 시태의 의료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웨비나(온라인 세미나) 개최와 화상 원격 상담및 진료 등을 계획중이다. 다만, 미용 성형을 중심으로 한 개원가는 외국인 환자가 거의 0명 수준이라 큰 타격을 받았지만, 뾰족한 대책 마련이 없는 실정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신종 코로나로 높아진 K방역 브랜드를 활용해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특히 러시아를 제외한 중앙아시아권에 대해서는 40세 이상 환자들의 만족도 결과를 세부항목별로 분석한 뒤 40세 이상 환자 비중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는 중앙아시아권 40세 이상 환자의 비중이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황정민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 연구원) 결과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