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고장으로 정전…촛불 켠 입주민 화재사고
‘화재 경보설비 미작동 화재 키웠다’ 주택관리업자 책임 일부 인정
부산에 소재한 모 아파트에서 약 5년 전 발생한 화재사고와 관련, 최근 손해배상 책임 여부를 판가름하는 1심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입주민 A씨는 지난 2013년 9월 22일 오후 6시 30분경 아파트 변압기 고장으로 인해 정전이 되자 거실 선반 위에 촛불을 켜둔 채 안방에서 잠이 들었다가 한밤중에 촛불이 넘어지면서 화재가 발생, 전신 화상 등의 피해를 입는 사고를 당했다. 화재 당시 경비실에 설치된 화재수신반에는 주경종·지구경종의 스위치가 꺼져 있어 화재 알림 경고종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관할 소방서는 화재사고 이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에게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A씨 가족은 변압기 고장으로 인해 촛불을 켰던 점과 화재 경보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화재로 인한 피해가 컸다면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와 B사(경비용역업체로 추정됨)에 대해 화재사고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근 부산지방법원 민사8부(재판장 오영두 부장판사)는 “입주민 A씨가 변압기 고장에 따른 정전으로 촛불을 켜게 된 사실은 인정되나, 화재의 직접적 원인은 촛불 때문이고, 촛불에 대한 사용 및 관리는 A씨 자신의 책임하에 있었다”며 “변압기 고장으로 인한 정전은 화재나 사고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주경종, 지구경종 등 화재 경보설비가 자동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켜져 있었더라면 비상벨 소리를 들은 A씨가 조금이라도 일찍 화재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 화재현장에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비실 화재수신반에 주경종, 지구경종이 꺼져 있던 상태는 화재사고로 인한 손해 발생 또는 확대에 상당인과관계 있는 원인”이라고 인정했다.
아울러 입대의가 소방시설 안전관리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위탁관리의 경우 입대의와 사이에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한 주택관리업자는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포괄적 권한을 위임받아 관리업무를 수행하는데 그 법률관계는 구 주택법상 주택관리업자의 지위에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한 구 주택법 제53조 제4항에 비춰 위임관계로 볼 수 있다”면서 “화재 당시 구 주택법에 따라 실제 아파트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관리주체는 입대의가 아니라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한 주택관리업자”라며 “아파트 소방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는 관리주체인 주택관리업자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입대의가 주택관리업자를 관리·감독할 의무를 부담한다거나 주택관리업자의 불법행위에 관해 사용자 책임을 진다는 A씨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규약이나 위·수탁관리계약상 입대의가 관리주체에 대해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권한을 가진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데다 입대의와 주택관리업자의 법률관계는 민법상 위임과 같아 관리업무의 구체적인 집행 내용은 주택관리업자의 재량에 따라 이뤄지며, 입대의는 의결기관인 점 등을 종합하면 입대의가 주택관리업자의 구체적인 소방시설 안전관리에 관한 집행행위 내용에 대해 관리·감독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택관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비율과 관련해서는 입주민 A씨의 부주의가 화재사고 발생의 원인이었던 점을 감안해 30%로 제한했다.
한편 입주민 A씨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