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실직한 전직 은행원 서민기(최민식)와 티나게 구박하는 영어학원장 아내 최보라(전도연). 아내는 결국 옛연인 김일범(주진모)과 바람이 난다. 점차 가정에 소홀해지고 잠자리에서 마저 나무토막이 되는 아내를 보며 의심을 품다 결국 간통현장을 목격한 남편. 남편은 초라한 자신과 불쌍한 젖먹이 딸을 위해 아내를 용서하려 하지만 수면제 탄 분유를 발견하곤 꼭지가 돈다. 남편은 일 원 한 장 틀림이 없어야 했던 직업적 특수성을 잘 살려 치밀하게 복수극을 준비한다. 아내를 살해하고, 간부에게 누명을 씌우는 완전범죄의 복수극을.
알리바이 조작을 위해 내려가는 부산행 열차 신(7분 즈음)에서 배경으로 깔리는 게 바로 슈벨 형아의 피아노 트리오2(D929)2악장이다. 2악장 8분30여 초 중 바이올린이 합세하기 전까지의 1분 정도를 들려준다. (원작에서야 설마 그러지 않았겠지만 소개한 영상에서는 두 번이나 삑사리가 난다. LP판이 튀었나? ㅠ.ㅠ)
전작 【은교(2012)】 【유열의 음악앨범(2019)】의 감독은 어떤 생각으로 해당 신에 이 곡을 삽입했을까. 살 맞대고 살아온 아내를 무참히 살해하고, 간부에게 빠져나올 수 없는 누명의 올가미를 마련하고,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할 후배까지 치밀하게 안배한 후 밤열차를 탄 남자. 두려움, 울분, 자조에서 희열과 카타르시스까지... 정지우 감독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담긴 곡을 고르고 고르다가 이 슈벨 피아노 트리오 2악장을 선택했으리라.
딴딴딴 따라 딴딴딴. 마치 심장의 박동과도 같은 건반의 타격음. 운명에 맞서는 쇠망치소리 같지 않은가. 타의에 의해 태어났지만 자신만의 생을 찾기 위한.
따라 따라라 따라 따라라라라. 뒤이어 얹히는 저음의 첼로. 장중하지만 날이 서있지 않은 선율은 슬프지만 운명에 따르려는 듯 부드럽다.
심장은 거스르라 날뛰고, 이성은 순종하라 종용하고. 정지우 감독은 수십 번을 반복해 들으며 그렇게 느꼈으리라. ("오빠들 왜 그래. 참아, 참으라구." 마지막으로 합류하며 양자를 조율하려는 바이올린은 배제했지만 ㅋㅋ)
16남매 중 13번째로 태어난 152㎝ 배불뚝이 음악가. 31세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야 전용 피아노를 장만할 수 있었던 음악가. 평생을 가난과 고독 속에서 싸워왔던 천재 음악가의 생에 대한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피아노 트리오곡.
(천여 곡에 가까운 슈벨 형아의 작품 중 유일하게) 초연부터 지금까지 워낙 유명세를 탄 곡이라 수많은 연주와 영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래 김정원/송영훈/주미강 세 선수의 영상을 최고로 치고 싶다. 다른 연주들과 비교해보시라. 젊은 슈베르트의 혈기와 좌절 등이 고스란히 전해질 터이니.
못 들어본 이는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이는 없다는 요 곡. 커피 한 잔 타들고 감상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