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경치는 그 기품과 다감함으로 한 번 찾은 이들의 발걸음을 다시 이끈다. 비록 섬이지만 소금강산이라 불리는 금산이 있어 뛰어난 산 을 찾을 수 있고 파도가 잔잔하고 쉴 곳과 볼 것도 많은 상주 해 변과 미조항 등지에서 바다의 정취에 취해볼 수도 있다. 따라서 남해 섬 나들이는 산과 바다를 한걸음에 다녀볼 수 있어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여행 코스이다.
남해섬은 제주도, 거제도, 진도에 이어 네번째로 큰 섬이다. 예로부터 '동국 여지 승람'에도 적혀있듯 경상남도 남해의 경치는 빼어나다. '동국 여지 승람'에 적힌 표현으로는 '남해군은 산세가 뚜렷하고 기운차며 바닷물이 맑고 따뜻하다'라고 하였다.
한때 유배의 땅이었던 이 곳으로 귀양살이를 온 많은 유배객들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노래와 가사로 읊었는데 김만중의 구운몽이며 사씨남 정기 등이 모두 이곳에서 태어났다. 이런 이유로 하여 남해섬은 날씨가 추어지기 시작하는 이맘때 쯤 찾아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반겨주는 곳이다.
날렵한 자태를 지닌 남해대교를 건너면서 남해섬을 가로지르는 19호 국도 를 따라가는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남해 쪽을 돌아 볼 때마다 어 느 곳에나 충무공의 자취가 남아있는데 이곳 남해섬 역시 섬 입구부 터 이순신 장군을 모신 사당 충렬사가 기다리고 있다. 충렬사는 남해 대교를 건너면 왼쪽으로 보이는 노량포구 언덕 위에 있다.
충렬사를 뒤로하고 4km 남짓 달리면 이락사(李落祠)에 닿는다. 노량해전 에서 적의 유탄을 맞고 숨진 이순신 장군을 맨 처음 안장했던 곳으 로 지금은 주차장과 간단한 휴게시설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 이다. 이락사에서 서쪽으로 능선길 5백m를 가면 노량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계속해서 남으로 발길을 옮기다보면 이어리에 닿게 되고 여기 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6km 정도 언덕길을 오르면 망운산 화방사 에 이른다. 화방사는 남해 바다가 굽어보이고 산세도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절로 이 절 근방에서 자생하는 산닥나무는 천연기념 물 152호로 지정되어 있다. 절을 품고 있는 망운산은 등산코스가 재 미있어 산을 오르기 위해 멀리서도 찾아오는 곳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남해읍을 지나고 30분쯤 더 달리면 바다와 함께 하는 드라이브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남해의 한려해상국 립공원이다. 남해섬을 남쪽에서 사과 한입 베어먹은 자국 같아 보이 는 앵강만을 오른쪽에 두고 달리다보면 어느새 금산에 닿는다.
금산錦山은 소금강산이라 할만큼 경치가 빼어난 명산이다. 옛이름은 신라 때 원효가 이 산에 보광사라는 절을 지었기 때문에 보광산이라 불 렀다고 한다. 그러다가 오늘날의 금산이라 부르게 됨은 조선왕조 를 세운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에 따 르면 이성계가 임금이 되기 전 이 산에 들어와 임금이 되게 해달 라고 산신에게 기도를 하며 임금이 되면 이 산 전체를 비단으로 휘감 겠다고 약속했다 한다. 그러나 임금이 되고 난 후 산 전체를 감 을 비단을 못 구해 고민하던 중, 한 슬기로운 승려가 좋은 묘안을 내 놓은 것이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이라는 이름으로 이 산 을 '둘러'주었던 것이다.
남해바다를 내려다보는 금산은 예로부터 38경을 자랑하였다. 그 38경은 일출의 장관인 정상바위 망대, 주세붕이 쓴 문장대, 전망이 가장 좋 은 보리암, 이태조가 백일기도하던 기단 등의 37경에 일출이 장관이 라 해서 이름 붙여진 일출경 등 모두 38경이 있다.
금산의 동북쪽 산자락이 뻗어나가 바다를 안은 곳이 바로 상주 해수욕장 이다. 금산입구에서 언덕길을 내려오면 닿는 상주 해수욕장은 해변 을 휘감은 방풍림 앞으로 고운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 워낙 경관이 놓고 물이 좋아 예로부터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는 칭송이 끊일 날이 없던 곳으로 겨울에도 '해변 거닐기'로 최고인 곳이다.
상주에서 19호 국도를 따라 해안길을 계속 내려오면 남해섬 드라이브의 종점 미조항에 닿는다. 천연기념물 29호인 상록수림이 있고 바닷가에 는 낚시군들이 따개비 마냥 붙어 서서 낚시를 즐기는 이곳에서 비 록 남해의 로맨틱 드라이브는 막을 내리지만 그 동안의 즐거움만 큼이나 큰 아쉬움이 남는다.
들러볼 만한 음식점
부산횟집 먹거리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남해섬에서 먹거리를 제대로 준비해주는 곳이 여럿 있는데 그 가운 데 남해 부산횟집(055-862-3211)은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유명하다. 남해대교 바로 건너에 있는 횟집촌에 위치한 이 집에서 내는 새콤하 면서도 감칠맛이 있는 초고추장과 신선한 생선회는 남해바다의 풍미 와 잘 어울린다.
미조면 미조리(미조항 멸치위판장 뒤) 삼현식당 (0594-867-6401) 에서는 갈치회 등의 별미를 맛볼 수 있다.
하룻밤 쉴만한 곳(지역번호 055)
남해읍내에 숙박시설이 가장 많은데 로얄장 여관(867-3393)과 타워 모텔 (863-2443), 남해각 (862-2606) 등이 깨끗하다.
운전메모
남해로 접근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남해고속도로 하동IC 에서 나와 19호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남해대교를 건너면 노량해전으로 유명한 노량리. 이곳에서 오른쪽 길을 선택하면 이락사를 거쳐 화방산과 남해읍에 들를 수 있다.
남해읍에서 이동에 이르는 길은 평탄하다. 이동에서 19호 국도를 따라 금산 입구에 이르면 상주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