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오른 것은 통산 19번째. 오랜만에 올라와서 그렇지 30개 구단 중 세 번째로 월드시리즈 진출을 많이 이뤘다(양키스 40회, 자이언츠 20회, 세인트루이스 19회).
그동안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넘어진 적이 더 많았다(시리즈 6승12패). 그런 측면에서 자신들을 8번이나 가로막은 양키스가 올라오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양키스 제외 3승4패). 2012년까지 함께 내셔널리그에서 동고동락 했던 휴스턴과 월드시리즈가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 두 팀간 포스트시즌 역사도 1981년 디비전시리즈가 전부다. 당시 메이저리그는 파업으로 인해 전후반기가 나뉘었는데, 전반기 서부지구 1위 다저스와 후반기 서부지구 1위 휴스턴이 맞붙었다. 다저스는 첫 두 경기를 패했지만 나머지 세 경기를 내리 승리하고 디비전시리즈 역사상 첫 리버스 스윕을 만들었다. 휴스턴을 누른 다저스는 그해 월드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다.
다저스는 정규시즌 가장 강력한 팀이었다(104승58패 .642). 104승은 연고지를 옮긴 이래 한시즌 최다승이다(종전 102승). 휴스턴도 기념비적인 시즌을 보냈다(101승61패 .623). 휴스턴은 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승수를 올렸다(1998년 102승). 월드시리즈에서 100승 팀이 맞붙은 것은 8번째로, 올해 이전 1970년 신시내티(102승)와 볼티모어(108승)가 있었다.
정규시즌 100승 팀 월드시리즈
1910 - CHC(104) vs PHA(102)
1912 - BOS(105) vs NYG(103)
1931 - PHA(107) vs STL(101)
1941 - NYY(101) vs BRO(100)
1942 - STL(106) vs NYY(103)
1969 - BAL(109) vs NYM(100)
1970 - BAL(108) vs CIN(102)
2017 - LAD(104) vs HOU(102)
*PHA(어슬레틱스) NYG(자이언츠) BRO(다저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한을 푼 컵스 구단주 톰 리케츠는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월드시리즈에서 이기는 것은 요행(fluke)이다.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팀들이라면 누구든지 이길 수 있다. 되돌아보면 정규시즌에서 많이 이기는 것과 포스트시즌에서 더 올라가는 것은 연관성이 적다. 아마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시카고 트리뷴)"
다저스는 리케츠의 말을 부정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10팀 가운데 가장 뛰어난 전력을 자랑한다. 투타 균형이 흠 잡을 데 없는 수준(8경기 득실차 +29, 휴스턴 11경기 +4). 디비전시리즈가 생긴 1995년 이후 월드시리즈까지 1패 혹은 한 번도 패하지 않은 팀은 다저스가 8번째다.
1패 이하 월드시리즈 진출 팀 (1995~2017)
1995 애틀랜타 / 7승1패 / 우승
1999 뉴욕양키스 / 7승1패 / 우승
2005 화이트삭스 / 7승1패 / 우승
2006 디트로이트 / 7승1패 / 준우승
2007 콜로라도 / 7승0패 / 준우승
2014 캔자스시티 / 7승0패 / 준우승
2016 클리블랜드 / 7승1패 / 준우승
2017 다저스 / 7승1패 / ???
좋은 분위기로 월드시리즈에 나서는 다저스는 로스터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다(정규시즌을 통해서 이 교훈을 얻었다). 허리 부상으로 챔피언십시리즈를 결장한 코리 시거의 재합류가 유력하지만, 큰 문제를 보이지 않았던 선발진은 그대로 유지한다.
1차전 선발은 다저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 시즌(1988년)에 태어난 클레이튼 커쇼다. 커쇼는 이번 포스트시즌 3경기 2승 3.63을 기록하면서 가을 야구에 대한 부담을 조금씩 덜어내고 있다. 17.1이닝 동안 이닝당 출루허용률(0.98)과 피안타율(.194)은 수준급. 커쇼가 현역 선발 중 가장 낮은 인터리그 평균자책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32경기 16승4패 2.08). 휴스턴도 2015년 인터리그 경기에서 맞붙어 8이닝 1실점(10삼진) 승리를 챙겼다.
문제는 커쇼가 피홈런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 포스트시즌에 나온 투수들 중 가장 많은 6홈런을 헌납했다(9이닝 3.12개). 정규시즌부터 시작된 커쇼의 피홈런 고민은 홈에서 더 심각했다(9이닝 홈 1.39개, 원정 0.96개) 이번 포스트시즌도 6홈런 중 5홈런을 홈에서 내줬다. 공교롭게도 휴스턴은 홈런에 일가견이 있는 팀이다. 양키스(241개)에 이어 정규시즌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때려냈으며(238개) 원정 홈런은 메츠와 더불어 공동 선두다(123개). 포스트시즌에서도 휴스턴의 홈런 사랑은 이어지고 있는데(12홈런) 홈런이 나온 7경기 성적도 좋다(6승1패).
한 가지 다행은 다저스가 더이상 커쇼만 바라보는 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커쇼가 나온 포스트시즌 세 경기도 커쇼의 힘만으로 승리하지 않았다. 타선에서, 또 수비에서 커쇼를 도와주는 모습이 나왔다. 커쇼의 비중은 여전히 크지만, 그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시리즈 2차전과 3차전은 리치 힐(2경기 3.00)과 다르빗슈 유(2승 1.59)의 몫이다. 3차전은 미닛메이드파크 원정으로, 두 선수 모두 미닛메이드파크 통산 성적은 좋았다(힐 3승 1.19, 다르빗슈 4승1패 2.16). 다만 아무래도 좀더 익숙한 쪽은 텍사스에 몸을 담았던 다르빗슈다. 다르빗슈는 지난 6월13일 휴스턴 원정에서도 7이닝 1실점 승리를 따냈다. 오클랜드(16경기 3승11패 4.56)와 다르게 휴스턴은 잘 대처를 한 라이벌이다(14경기 5승5패 3.44). 이에 다르빗슈는 경기 밖에서도 다른 선수들이 휴스턴에 대한 어색함을 덜어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정규시즌 경기당 평균득점이 가장 높은 팀은 휴스턴이다(5.53점, 다저스 4.75점). 그런데 포스트시즌에서 경기당 평균득점이 가장 높은 팀은 다저스다. 다저스는 8경기 평균 6득점(48점) 휴스턴은 11경기 평균 4득점(44점)을 올렸다. 디비전시리즈까지 올라온 팀들 가운데 타율 2위(.273) 출루율 1위(.378) ops 1위(.872) 팀이 바로 다저스다.
휴스턴의 득점력 하락은 리드오프 조지 스프링어의 부진(ps .233 .327 .349)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다저스는 크리스 테일러(.281 .410 .594)가 리드오프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테일러는 포스트시즌 전 경기 출루를 이어오고 있는 셋 중 한 명(8경기 이상). 투수들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하면서 다음 타자들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도 벌어줬다.
이번 포스트시즌 테일러보다 더 많은 공을 보고 있는 휴스턴 타자는 없다(테일러 4.54개). 그런데 다저스에는 두 명이나 더 있다. 테일러와 함께 포스트시즌 전 경기 출루를 해내고 있는 저스틴 터너(.387 .500 .677)와 야시엘 푸이그(.414 .514 .655)다. 터너는 타석당 4.61개, 푸이그는 4.60개로 투수들의 체력을 소모시키고 있다. 특히 푸이그는 포스트시즌 35타석에서 초구 스윙을 두 번밖에 하지 않았다.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타자가 셋이나 있는 건 휴스턴에게 치명적이다. 뒷문이 불안한 휴스턴은 선발투수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빠른 불펜 가동은 휴스턴 계획에 어긋나는 것으로, 다저스는 물고 늘어지는 타석이 많아야 한다. 또한 다저스의 눈야구는 1차전 휴스턴 선발로 나서는 댈러스 카이클을 괴롭히기에도 충분하다. 카이클은 아웃존을 잘 활용하는 투수인데, 다저스는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 아웃존 스윙률도 가장 떨어졌다(26.2%→12.5%).
휴스턴 투수진의 브레이킹볼(슬라이더 커브) 공략도 관건이다. 휴스턴은 포스트시즌에서 브레이킹볼 비중이 가장 높았다(35.8%). 다저스는 정규시즌 브레이킹볼 상대 타율이 전체 7위(.226)로, 터너가 유일하게 3할을 넘겼다(.317).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 될 또 다른 타자는 코디 벨린저다. 벨린저의 브레이킹볼 상대 장타율 .690은 정규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50타수).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홈런을 친 공도 제이크 아리에타의 슬라이더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계획대로 척척 움직이고 있는 불펜은 다저스의 최대 강점. 켄리 잰슨(7경기 0.00) 브랜든 모로(7경기 1.08) 마에다 겐타(5경기 0.00) 토니 싱그라니(4경기 0.00) 등이 구성한 불펜은 양과 질을 모두 갖췄다. 챔피언십시리즈 성적은 17이닝 무자책. 단기전에서 불펜 전력의 중요성은 이제 누구나 다 알고있다. 단, 하이 패스트볼 구사는 조심해야 한다. 다저스는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던지는 팀이다. 컵스와 달리 휴스턴은 이 공에 약하지 않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다나카 마사히로가 보여준 것처럼 높낮이 피칭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저스는 전력이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 특정 선수 몇 명이 이끄는 팀이 아니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이 심혈을 기울인 두터운 선수층이 빛을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 휴스턴은 원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홈 6승, 원정 1승4패) 다저스는 홈/원정을 가리지 않았다(홈 4승, 원정 3승1패). 디비전시리즈, 챔피언십시리즈를 마무리 지은 곳은 모두 원정이었다. 이에 홈 어드밴티지가 더 절실한 팀은 휴스턴이지만, 올해부터는 정규시즌 성적에 의해 다저스가 가지고 있다.
지난해 컵스는 정규시즌 최다승과 월드시리즈 우승을 모두 이뤘다. 다저스도 이처럼 완벽한 시즌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올린 승수는 111승. 이제는 4승이 필요하다.
최근 월드시리즈 우승 팀
2005 - 시카고 화이트삭스(AL)
2006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NL)
2007 - 보스턴 레드삭스(AL)
2008 - 필라델피아 필리스(NL)
2009 - 뉴욕 양키스(AL)
2010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NL)
2011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NL)
2012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NL)
2013 - 보스턴 레드삭스(AL)
2014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NL)
2015 - 캔자스시티 로열스(AL)
2016 - 시카고 컵스(NL)
월드시리즈 중계 일정(MBC스포츠플러스)
1차전(25일 수) 정병문 송재우 김선우
2차전(26일 목) 정병문 송재우 김선우
3차전(28일 토) 김수환 허구연
4차전(29일 일) 김수환 허구연
5차전(30일 월) 김수환 허구연
6차전(01일 수) 정병문 김선우 김형준
7차전(02일 목) 정병문 김선우 김형준
*1,3차전 오전 8시반, 나머지 경기 9시 시작
[WS프리뷰1] 휴스턴, 원투펀치의 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