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은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이었다. 세계 수면의 날은 세계수면학회가 수면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사회적 부담을 경감시킬 목적으로 지정한 날로서, 매년 3월 둘째 주 금요일을 세계 수면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피곤해도 쉽게 잠들 수 없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yoga2all.com
이처럼 기념일까지 정해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인생의 1/3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수면은 매우 어렵고, 힘든 과제가 되었다. 밤이 되어도, 피곤에 지쳐도 쉽게 잠들 수 없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인이 지난 10년 사이에 2.6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의 국내 수면장애 환자를 분석한 결과, 2007년에 19만명에 불과했던 환자수가 2016년 들어 49만 5천명으로 불어난 것. 특히 수면장애 환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면장애 증상 중 하나인 하지불안증후군
수면장애란 일반적으로 잠을 못 자는 불면증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불면증은 수많은 수면장애 질환 중 하나일 뿐 전체를 상징하는 질환은 아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불면증 외에 대표적인 수면장애 증상으로는 수면무호흡증이나 기면증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수면장애 증상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이란 밤 중에 다리가 심하게 저려서 잠을 잘 수 없는 질환을 가리킨다.
물론 다리가 저린 증상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의사들은 그 같은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여부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잠들기 전에 종아리나 허벅지 등에서 저린 증상이 거의 매일 나타난다면, 그리고 다리를 주무르거나 움직였을 때 증상이 나아진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연도별 수면장애 환자수 ⓒ 건강보험공단
전문가들은 “하지불안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수면 중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리를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난다”라고 설명하며 “그렇기 때문에 쉽게 잠들기 힘들고, 자는 동안이라도 자주 깨기 때문에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기 쉽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가족력이냐 또는 후천적으로 얻은 질환이냐에 따라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구분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지불안증후군은 65세 이상에서 10% 정도를 앓고 있고, 30세 이하에서는 3% 정도만이 앓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의 관계자는 “하지불안증후군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늘어나는 질환”이라고 소개하며 “30대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유전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체와 두뇌 활동 병행해야 증후군 극복
문제는 후천성으로 볼 수 있는 이차성에 있다. 이차성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도파민(dopamine)이라는 물질의 생성이 부족할 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파민은 뇌에서 나오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이를 생성하는데는 철(Fe)이 필요하므로 철분 부족도 질환 발생의 원인으로 꼽힌다.
임산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결혼 전에는 하지불안증후군 증상과 관련이 없던 건강한 여성도 임신을 하면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임신과 함께 나타나는 철분 부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혈액검사를 통해 철분 부족이 확인되면, 철분제제로 복용하거나 철분 주사 치료가 효과적이다. 또한 뇌에서 도파민 전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주는 약물인 ‘도파민 효현제’를 사용하는 것도 후천적 하지불안증후군을 낮추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하지불안증후군은 당뇨나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흔하게 나타나고, 말초신경증과 같은 신경손상이나 빈혈, 또는 전립선염 및 방광염 같은 질병으로도 하지불안증후군이 유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발병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치료 방법 또한 현재로서는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의료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운동 △두뇌활동 활성화 △건강한 식습관 △마사지 및 찜질 강화 같은 방법들을 통해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은 도파민 부족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서울수면센터
첫 번 째 방법인 규칙적인 운동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은 하지불안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만큼 체중 관리에 필요한 예방법이다. 특히 사무직이나 오랜시간 앉아 있는 사람들은 사이클링이나 걷기 같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방법인 두뇌활동은 도파민 부족과 관련이 깊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하지불안증후군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해야한다. 뇌를 자극하는 활동으로는 책 읽기나 글쓰기, 또는 퀴즈 풀기 등이 있다.
세 번째 방법인 건강한 식습관은 평소 카페인과 술의 음용을 자제하고 물은 많이 섭취하는 것이다. 또한 비타민E가 풍성하게 함유되어 있는 키위나 견과류, 그리고 철분이 많이 들어있는 시금치 등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방법인 목욕과 마사지, 찜질 같은 방법은 단기간에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효과가 있다. 물리치료사들은 증상이 심하지는 않지만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장기간 고생한 사람들에 대해 뜨거운 찜질을 하거나, 근육통 치료용 크림을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추천한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하지불안증후군을 갖고 있는 환자라면 잠자리에 들기 전에 너무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무리한 다이어트를 삼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