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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의 월남 전 참전으로 인해 잠시 소원해졌던 미국과의 관계가 다시 우호적으로 바뀌었으며
군인들이 목숨 걸고 싸워 주는 댓가로 많은 지원을 미국으로부터 받게 된다.
그 지원 중의 하나가 "M-16 자동 소총" 이었다.
2. 한국이 사용하는 무기는 2차 대전 때 쓰던 단발 식 카빈과M1 소총으로서 M16 자동 소총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되는 그야말로 구닥다리 무기였다.
당시 한국군은 그런 무기로 첨예한 남북 대치 상황을 지키고 있었다.
3. 한국이 월남 전에 군 병력을 파병하는 조건으로 미국에 파병 군이 사용하던 무기는 철수 시
모두 갖고 들어 오며 더불어 M16 자동 소총을 국내에서 제조할 수 있게 기술 이전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M-16 자동 소총의 미국 제조 회사는 맥도날드 더글라스 사였다.
4. 다급한 미국 정부는 이를 모두 수용했고 더불어 한국으로 수출 건을 따낸 ‘맥도날드 더글라스’
사는 감사의 뜻으로 자신들의 무기를 수입해 준 나라에 중역을 파견해 인사 치레를 했다.
5. "여름이었었다. 그것도 너무 도 더웠던 여름으로 기억을 한다."
나는(맥도날드 더글라스 사의 중역) 대통령 비서관의 안내를 받아 박정희 대통령 집무실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비서관이 열어주는 문 안의 집무실의 광경은 두 눈을 의심케 만들었다.
대통령은 커다란 책상 위에 어지러이 놓여진 서류 더미 속에 자신보다 몇 배 커 보이는
책상에서 한 손으로는 무언가를 적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채질을 하면서 있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그가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한나라의 대통령의 모습이라고 는 믿기지 않을 초라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가난한 국가 라지 만 그의 선치(先痔)는 도저히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보았을 때, 지금 까지 의 모순이 내 안에서
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손님이 온 것을 알고 예의를 차리기 위해 옷걸이에 걸린 양복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나는 그때서 야 비로소 그가 러닝 차림으로 집무를 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각하! 미국 맥도널드 사에서 오신 데이빗 심슨 씨입니다."
비서가 나를 소개함과 동시에 나는 일어나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먼 곳에서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소, 앉으시오."
6. 한여름의 더위 때문인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긴장 탓인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굳게 매어진
넥타이로 손이 가고 있음을 알았다.
"아!!! 내가 결례를 한 것 같소 이다. 나 혼자 있는 이 넓은 방에서 그것도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어컨을 튼다는 것은 큰 낭비인 것 같아서요. 나는 이 부채 하나 면 바랄게 없지만
말이오. 이 뜨거운 볕 아래서 살을 태우며 일하는 국민들에 비하면 신선놀음 아니겠소."
"이보게, 비서관!!! 손님이 오셨는데 에어컨을 켜는 게 어떻겠나?"
6. 나는 그제야 소위 한 나라의 대통령 집무실에 그 흔한 에어컨 바람 하나 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만나봤던 여러 후진국의 대통령과는 무언가 다른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일까.. 나는 그의 말에 제대로 대꾸할 수 없을 만큼 작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네.. 각하..."
비서관이 에어컨을 작동하고 비로소 나는 대통령과 업무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7. 예정대로 내가 한국을 방문한 목적을 그에게 이야기를 했다.
"각하! 이번에 한국이 저희 M-16소총의 수입을 결정해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이것이 한국의 국가 방위에 크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저희 회사의 작은 성의라고 하면서,
나는 준비해온 수표가 든 봉투를 그의 앞에 내밀었다.
"이게 무엇이오?"
그(박정희 대통령)는 봉투를 들어 그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흠.. 100만 달러라~ 내 봉급으로는 만져보기 힘든 금액 이구려.."
차갑게 만 느껴지던 그의 얼굴에 웃음 기가 머물렀다.
나는 그도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 없이 돈을 좋아하는 보통 사람임을 알고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실망이 처음 그에 대해 느꼈던 경외(敬畏)의 느낌과는 많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각하! 이 돈은 저희 회사에서 각하에게 보이는 작은 성의입니다. 그러니 부디 받아 주십시요."
대통령은 웃음을 지으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뜨며 나에게 말했다.
8. "이보시오! 하나만 물읍시다."
"예, 각하!"
"이 돈 정말 날 주는 것이오?"
"예. 각하, 맞습니다."
"그럼 받는 대신 조건이 하나 있소."
"네, 말씀하십시오.. 각하!"
9. 그는 수표가 든 봉투를 나에게 다시 내밀었다.
그리고 다시 되 돌아온 봉투를 보며 의아해 하고 있는 나를 향해 말했다.
"자~ 이 돈 100만 달러는 내 돈이오. 내 돈이니까 내 돈을 가지고 당신 회사와 거래를 하고 싶소.
이 돈만큼 M16 소총을 한국으로 더 보내 주시오. 난 돈 보다는 총으로 받았으면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소? 당신이라면 충분히 해 주리라 믿고 제안하는 것이오."
나는 의아함에 눈이 크게 떠졌다.
"당신이 나에게 준 이 100만 달러는 내 돈도 그렇다고 당신 돈도 아니오. 이 돈은 지금 내 형제,
내 자식들이 천리 타향 월남에서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는 내 아들들의 땀과 피와 바꾼 것이오.
그런 돈을 어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내 배를 채우는데 사용할 수 있겠소?"
"이 돈은 다시 가져가시오. 대신 이 돈 만큼의 총을 우리에게 보내 주시오."
10. 나는 그의 제안에 놀랐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각하! 반드시 100만 달러 어치의 소총을 더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1. 그때 나는 방금 전과는 사뭇 다른 그의 웃음을 보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닌 한 아버지의
웃음을. 그렇게 그에게는 한국의 국민들이 자신의 형제들이요. 자식들임을 느꼈다.
12. 배웅하는 비서관의 안내를 받아 집무실을 다시 한 번 둘러본 나의 눈에는 양복 저고리를
벗으며 조용히 손수 에어컨을 끄는 작지만 너무나 크게 보이는 참다운 한 나라의 지도자를 보았다.
한국이란 작고 낯선 나라의 대통령이지만 그에게 왠지 모를 존경심을 느껴졌다.
- 더글라스 맥도날드(MD)社 중역 데이빗 심슨 씀
- 받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