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선
오늘도 책 선물을 두 권 받았다. 시집 『은색 봄비』 동시집 『한 아이가 있어』 그저께는 시조집 『햇살에 눈을 찡긋거리다』 수필집 『어디로 갈까』 책을 받았다. 가입해 있는 단체의 회원들에게서 받는 책도 있지만 홈페이지 세 곳 카페지기를 하다 보니 보내오는 책들도 있고, 더러는 모르는 작가의 책들도 받게 된다. 받은 책을 잡으면, 책을 출간해서 보내본 사람들의 속내가 새록새록 손끝에 잡힌다. 책 교정 때도 작품 쓸 때와 똑같이 공을 들여야 하고, 책이 인쇄되어 나오면 나눠줄 사람들의 주소와 명단을 간추린 뒤, 봉투에 보낼 곳 주소를 쓰고 책을 넣어 우체국에 들고 가서 보내어야 한다. 보내고 나서는 내 자식 같은 책이 제대로 잘 찾아 갔는가 염려가 된다. 주소가 잘못 되어 되돌아올 때는 다시 보내거나 포기하거나 일 처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수고를 감수해야만 한다. 책을 보내고 기다리는 이런 작가의 마음을 알기에, 잘 받았다는 소식을 빨리 전하려는 마음에 책이 속독으로 읽히며 다급해진다.
내가 첫 동화집 『너는 왜 큰 소리로 말하지 않니』를 1994년 2월에 출간했을 때를 떠올려본다. 그해에 담임했던 6학년 제자들과 그 전 해에 담임했던 제자들이 같은 날 졸업식을 하는 바람에, 두 해 제자들 90명에게 보내어 뜻 깊은 졸업 선물이 되었다. 지인들과 주위 선생님은 물론, 책에서 본 존경하는 선배문인들께도 보냈다. ‘초록바다’ 동시인 박경종 선생님은 ‘금향만정’ 사자성어를 서예 작품으로 써서 우편으로 보내주셨다. 전혀 모르는 분께 보냈던 동화집을 반기며 후배 문인에게 마음을 보내주신 그 분의 인품을 평생 잊지 못한다. 더러는 책을 잘 받았다고 엽서를 보내주는 분도 있었지만 ‘내가 당신 책을 받았소.’ 하는 말 한마디, 문자 한 마디 보내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냄비 받침’이 될 책 정도로 여겨서일 것이다. 내 동화집 『너는 왜 큰 소리로 말하지 않니』는 38세까지 출간된 책이지만 동화에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받아서 갖다 버리고 싶은 책이 될 수도 있겠다싶어 그 다음부터는 책을 함부로 내돌리지 않게 되었다. 친척들에게는 명절선물로 식품을 보내면서 식품 밑바닥에 책을 같이 넣어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식품을 잘 받았다는 전화는 하면서 책 잘 받았다는 언급은 한마디도 없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다. 먹을 것은 보이는데 읽을 것은 보이지 않는 걸까? 아니면 공간을 채우기 위한 폐지 책인가 싶어 선물상자랑 같이 넣어 버려버린 걸까 나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에만 해도 내가 낸 신간 두 권을 특별히 생각해서 보낸 두 사람한테서 이 주일이 넘어도 책 잘 받았다는 문자 한 마디 없자, 배달 사고인가 싶어 문자를 보내었다.
“제가 보낸 책 두 권 받으셨는지요? 예, 아니오가 궁금합니다.”
그랬더니 한 사람은 그렇잖아도 문자 보내려고 했다는 답이 왔는데, 한 사람은 “예, 아니오를 궁금해 하실 줄 몰랐습니다.”하는 문자를 보내왔다. 황당하였다. 보낸 것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내가 잘못 된 걸까?
한 사건이 떠올랐다. 대학원에서 시간 강사를 할 때 맺은 인연의 선생이 결혼을 한다기에 축시패를 만들어 보내었을 때다. 일주일이 넘어도 잘 받았다는 말이 없어 수취인에게 확인했더니 못 받았단다. 축시패 제작 업체에 전화해서 확인했더니 며칠 전에 배달했단다.
“사장님은 보냈다는데 수취인은 못 받았다네요?”
했더니 택배 가져간 기사한테 다시 확인했는데 분명 그 아파트에 전했다고 한단다. 그 와중에 낯선 전화번호의 문자를 한 통 받았다.
<우리 대문 앞에 잘못 배달된 물건이 있어서 살펴보니 받을 사람, 보낸 사람의 주소가 없네요. 내용물을 뜯어봤더니 축시 패에 직함과 성함이 적혀 있어서 대학원 학과 사무실에 전화해서 문자 보냅니다. 찾아가세요.>
하는 문자였다. 업체 사장님이 택배 기사 분이랑 그 아파트 경비실에 가서 CCTV를 돌려보니 호수는 맞는데 동 호수를 착각해서 다른 동, 대문 앞에 놓아두었더란다. 그래서 현품을 찾아 수취인의 집 앞에 놓고 찍은 사진까지 보내왔다. ‘잘 알아봤지!’ 문자를 일부러 보내준 그 아파트 주민도 감사하고, 신뢰로 거래하는 손님의 마음을 배려해준 발 빠른 사장님 행동도 감사하였다. 이런 저런 속내를 겪어봤기에, 책이나 축시 패 등을 보내고 나서 받았다는 소식이 없으면 궁금해 물어보는 게 내 속성이다.
그리고 내가 받은 책 선물도 보낸 사람은 그렇게 걱정하리라 싶어, 책을 받으면 기한 급하게 보내어야 할 원고도 제쳐두고, 빠른 시일 내에 읽고 곧장 읽은 독후감을 써 보낸다. 교보문고 서평에 올려 일반 독자층에 알려주는 일, 단체 홈페이지와 카톡방에 올려 축하해 주는 일. 이런 것들이 책을 선물해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예의라 여겨져서다.
하지만 책 읽기의 속도나 관심분야에 따라 반응해오는 모습들도 다양하다. ‘차차 두고 보려고요.’ 하며 시큰둥하게 밀처 두는 사람도 있고, ‘모 단체 수필 연간집을 읽으실 분은 카톡방에 성함을 올리면 모임에 들고 나가겠어요.’하고 공고했는데 즐겨 받으려는 사람과 무관심 반응으로 엇갈리기도 한다. 그러니 미리 읽을 의향을 알아보고 들고 나가는 게 현명한 나눔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늘 새벽에는 어제 읽은 책에 대한 독후감을 써 내려갔다.
<『한 아이가 있어』 이정인 동시집은 시인의 시심과 시를 캐는 눈이 바위 속까지 뚫고 들어가는 듯 깊다. 깊이 있는 투시력에 놀라며 이래서 시인은 ‘대산문학 재단 창작 기금’과 ‘아르코 문학창작 기금’을 두루 받았구나 싶어 시인의 필력에 다시 한번 놀란다.
‘오시는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시는 -할미꽃에게 한 말이고 ‘빗방울 뱀’ 시는 유리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뱀으로 연상해서 쓴 시다. 시인에게 ‘명시 채굴작가’라는 호칭을 주고 싶다.> 평론이 아닌, 좋은 기운 북돋우는 감상평만 쓴다. 당사자는 자기 책을 세세하게 읽어주어 고마워하고, 회원들은 덩달아 독후감을 잘 읽었다는 문자나 엄지척, 사랑 마크 이모티콘을 올리기도 한다. 한, 두 편의 글을 읽고도 한 권의 책을 읽은 듯 독후감을 써 보내는 열성의 친구를 만나면 아름다운 영혼에 감동해서 그저 고맙고, 자기 책 독후감에 묵묵부답의 작가를 만나면 씁쓸해지기도 한다. 그렇거나 말거나 나는 출판사 편집장처럼 성실하게 책을 맞이할 것이다. 인터넷 서점의 서평 난에 서평을 올려 일반 독자층에 알려주는 일, 단체 홈페이지와 카톡방에 올려 축하해 주는 일. 이런 일들을 책을 선물해 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예의로 여겨 계속 실천해 갈 것이다. 내 눈이 보이지 않게 되어 더 이상 책을 읽을 수 없게 되거나, 책 읽을 맑을 정신이 희박해져서 서평을 쓸 수 없게 되거나, 내게 남은 시간이 사라질 때까지……. 20231212(17매)
그런데, 엉뚱한 문자도 받게 된다. 서평 쓰기에 열심인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자가네 업체의 물건에 대한 사용 후기 달기를 부업으로 해보지 않겠느냐는 류의 문자였다. 몇 번 이런 문자를 받다보니 ‘영업을 위해 위장된 정보를 적어 주는 글쓰기로 돈을 벌라고?’ 하는 생각에 코웃음이 났다. 책 읽고 독후감 써주는 시간도 아까운데…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 이야기입니다>
2023년 12월 12일 화요일
[여명 ㅡ임순남 교장] [오후 9:16] 사진
선배님 주신 영남수필
'혼불 하나'
'몽골에서의 교감'을
읽고 어쩌면 제가
'우리의 음악'을 고집한 것과 일맥 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하는 정신의 불이 혼불이요. 그 혼불을 작품에 담으려면 민족의 혼과 정신이 담긴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감옥에 갇혀도 모국어라는 열쇠를 가지고 있으면 말의 씨앗을 뿌려 민족도 지키고 조국도 지킬 수 있다'
하루 8시간을 꼬박 앉아 쓰신 '신라할아버지'
우리 말, 우리 문화, 우리 정신을 담는 혼불 같은 작품집을 남겨야하겠다
고 쓰신 책에 줄을 그으며 읽었습니다
'몽골에서의 교감'에서
대한민국 땅에서 나를
온전히 품어주는 조국에 감사하며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도록 베풀고 나누며 살아가야 하겠다
다시금
박경선 작가님의 애국심과 나눔과 베품의 정신은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선물 중의 선물입니다
감동에 젖어 다시금 선배님을 그리며
작고 작은 자
후배 임드림
존경하는 임교장 선생님!
시간 들여 세세히 읽어주시고
정성 들여 써 보낸 독후감!
감사 가득한 마음으로 받잡고 글월 올립니다.
임 교장선생님처럼 이렇게 세세하게 읽는 분!
임 교장선생님처럼 이렇게 세세하게 느낌 적어주시는 분!
흔치 않는 세상이지요.
<책 선물> 제 수필 속에 임교장님은 아름다운 영혼으로 자리하고 계십니다.
책 출판 때 축하패를 만들어 주신 일이나
평소 챙기며 나눠주시는 온기를 두고두고 새겨 품고 삽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참 좋은 분’으로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